▲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AI와 인터넷은 기술이 다르지만 산업 발달 초기에 버블(거품)이 끼는 상황은 매우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메가 프로젝트, 다음 질문에 답하다: 수요 검증과 전력 조달, 기업 입지’ 토론회에서 "AI와 관련한 전력 수요를 과다하게 잡으면 높은 매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차기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인공지능(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건설을 반영해 수요를 과도하게 잡으면 결국 투자비를 회수하지 못해 그 피해를 국민이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석 위원은 AI로 인한 반도체 호황이 인터넷 확산 초창기에 나타난 닷컴버블과 유사한 면이 굉장히 많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닷컴버블은 1990년대 후반에 발생한 인터넷 분야를 향한 과도한 투자 붐을 말한다.

당시 많은 기업이 인터넷 트래픽이 향후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반으로 엄청난 수의 네트워크 장비(라우터)와 광케이블을 깔면서 대규모 인프라 확장에 나섰다.

하지만 광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광케이블 하나로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면서 심각한 공급 과잉이 초래됐고 닷컴버블이 무너지는 주요 원인이 됐다.

석 위원은 “기술의 종류는 다르지만 현재 AI버블도 닷컴버블과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중국의 AI모델들을 보면 지난 3개월 동안 토큰 비용이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같은 광케이블로 더 많은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되면서 닷컴버블이 끝난 것처럼 AI 데이터를 처리하는데 드는 원가에 해당하는 토큰 비용이 하락함에 따라 AI버블도 같은 길을 가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AI기업들은 실제 석 위원이 짚은 것과 비슷한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분석업체 ‘플렉세라’가 지난달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AI토큰의 가격은 1년 사이에 67~80% 하락했다.

시장 거래량 가중 대형언어모델(LLM)의 토큰 평균 가격을 추적하는 ‘실리콘 데이터 지수(SDLLMTK)’를 보면 8월 한 달 동안에만 토큰 가격은 전월 대비 29% 급락해 100만 토큰당 0.97달러로 1달러선을 밑돌았다.

이에 골드만삭스는 같은 달 ‘더 많은 토큰 사용이 AI기업으로 하여금 더 많은 돈을 벌게 해준다’는 기술주 밸류에이션을 지탱하던 대전제가 깨졌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석 위원은 “이게 다시 종전처럼 돌아갈 수 있냐고 하면 그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이것으로 인해 현재 일어나고 있는 AI발 인프라 붐도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기에 미국 AI 관련 기업들은 현재 대출받을 수 있는 자금 측면에서도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현재 상반기 기준 이들 기업이 대출받은 액수는 약 3조1천억 달러(약 4142조 원)로 집계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더구나 AI연산칩을 공급하는 엔비디아를 비롯해 하이퍼스케일러, 빅테크 기업들과 손잡고 고객사에 투자한 자금이 다시 자사 칩 구매나 클라우드 매출로 이어지게 하는 이른바 ‘순환금융’ 체계까지 동원되고 있다.

석 위원은 “이 또한 닷컴버블 당시와 유사한 상황”이라며 “닷컴버블 당시에도 기업들은 순환금융을 동원하다가 위기를 증폭시켰다”고 설명했다.

이어 “위기를 키우고 있는 유가 폭등, 국채금리 폭등 등 리스크까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가정하에 한국이 전력 인프라를 확충한다면 그대로 매몰 비용이 될 위험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석 위원은 “미국이 닷컴버블 당시에 인터넷과 개인용 컴퓨터의 폭발적 증가로 인해 2010년에는 이것들이 전체 전력 소비의 절반을 차지할 것이라 전망하고 계획을 세운 적이 있다”며 “그러나 이런 전망은 실제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석 위원은 “지금 비슷한 경험을 다시 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아지고 있다”며 “정보통신(IT) 분야는 굉장히 생애주기가 짧은 분야인 반면 전력부문은 중간에 수요가 변동해도 들어간 비용과 자원을 회수할 수 없고 한번 시작하면 끝까지 건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너지전환포럼과 함께 이번 토론회를 공동 주관한 박지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도 비슷한 견해를 내놨다.

박 의원은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는 계획에 문제가 발생하게 되면 국민들이 이를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며 “그래서 수요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부분을 파악하고 유연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국회에 나와 일부 전력 수요는 과잉 측정된 면이 없지 않다며 수요 예측을 더 정밀하게 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며 “전력 수요를 얼마나 어떻게 늘리고 관리하느냐가 탄소중립 달성까지 미치는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