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가구업계가 대규모 공동주택에 들어가는 빌트인 가구의 수주경쟁을 놓고 벌이는 '입찰담합' 문제가 반복 지적되고 있다.

선두업체인 현대리바트는 최근 5년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가장 많이 받은 기업으로 지목됐다. 한샘과 에넥스와 같은 경쟁사들도 비슷한 문제로 꾸준히 제재를 받고 있다.

▲ 현대리바트는 2022년부터 2026년 8월까지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횟수가 64회로 집계됐다. 한샘과 에넥스 등 다른 주요 가구업체들도 공정위 제재를 받은 횟수가 적지 않다.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한샘은 33회, 에넥스는 28회로 집계됐다. 사진은 경기도 용인시에 위치한 현대리바트 스마트워크센터 전경. <현대리바트>


주요 가구업체들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실제 입찰 현장에서 담합 관행이 근절되고 있는지는 향후 추세를 지켜봐야할 것으로 보인다.

13일 가구업계 안팎의 상황을 종합하면 최근 국회에서 공정위 제재 현황이 잇따라 공개되면서 주요 가구업체들의 과거 입찰담합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실이 10월 확보한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2022년부터 2026년 8월까지 공정위 소관 법률 위반 횟수가 64회로 집계됐다. 자료에 포함된 기업 가운데 가장 많은 횟수다.

위반 유형별로는 '부당한 공동행위'가 61회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나머지는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 2회, 전자상거래소비자보호법령 위반 1회였다.

한샘과 에넥스 등 다른 주요 가구업체들도 앞서 공정위 제재를 받은 횟수가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두 회사는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지 않아 최근 자료의 집계 대상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2025년 상반기까지 한샘은 33회, 에넥스는 28회로 집계됐다. 집계기간과 대상이 달라 기업별 위반 횟수를 직접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주요 가구업체들이 과거 공정위 제재를 반복적으로 받았다는 점을 보여준다.

현대리바트 측은 최근 조사와 관련해 과거 '빌트인 가구 입찰담합' 사건이 동일한 사안임에도 여러 건으로 집계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공정위가 과거 대규모 빌트인 가구 입찰담합을 적발한 뒤 여러 건설사에서 발생한 담합을 나눠 조사하고 처분하면서 제재 횟수가 누적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당 담합 적발 건은 하나의 사건번호로 관리됐으며 회사는 관련 처분도 모두 마친 것으로 전해진다.

가구업계에서 입찰담합이 장기간 이어진 배경에는 특판가구 시장 특유의 거래구조가 자리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특판가구는 아파트 등 대규모 공동주택에 공급되는 싱크대와 붙박이장 등 빌트인 가구를 가리킨다.

건설사들은 대부분 미리 후보군으로 선정한 협력 가구업체들을 대상으로 최저가 입찰을 진행한다. 이 과정에서 같은 업체들이 반복적으로 경쟁하는 만큼 낙찰순번이나 입찰가격을 사전에 합의하기 쉬운 유인이 생긴다는 것이다.

특히 2011년 이후 건설경기가 회복되면서 중소형 가구업체들이 시장에 진입하자 기존 대형업체들은 출혈경쟁을 피하기 위해 담합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이러한 담합 관행은 2024년 4월 공정위의 대규모 조사를 계기로 적발됐다. 당시 조사에서는 특판가구 시장의 1~3위 업체인 현대리바트와 한샘, 에넥스 등을 포함한 31개 가구업체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 동안 24개 건설사가 발주한 입찰 738건에서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 현대리바트와 한샘 등 주요 가구업체들은 업계의 고질ㅈ거인 담합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 관리체계를 정비해왔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샘 플래그십 논현 전경. <한샘>


이후 주요 가구업체들은 담합 재발을 막기 위해 내부 관리체계를 정비해온 것으로 파악된다.

대표적으로 현대리바트는 앞서 내부 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예방 책임을 조직 전체로 확대하고 있다.

현대리바트는 2024년 4월 공정위의 대규모 입찰담합 적발 발표 이후 같은 해 11월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을 도입했다. CP는 임직원의 공정거래 관련 법 위반을 예방하기 위해 기업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준법관리 체계를 뜻한다.

법무팀을 CP 주관부서로 지정하고 각 사업부에 담당자를 두는 등 관리체계를 구축했다. 특히 건설 관련 사업부에서는 '공정거래법(담합)'을 중점 교육 대상으로 지정했다.

올해에는 교육과 점검 등 내부통제 활동을 정례화하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내부통제 계획뿐 아니라 실제 운영실적까지 이사회에 보고하면서 준법관리 활동에 대한 경영진 차원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상반기에는 이사회를 열고 월별 운영실적을 보고했는데 △공정거래 교육 △부서별 실태점검 △공정거래 자가진단 절차 등을 내용으로 한다. 하반기에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편람 개정과 추가 교육·점검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샘도 현대리바트에 이어 공정거래 관련 체계를 정비하고 있다.

회사가 올해 7월 발간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해 특판사업본부 임직원 등을 대상으로 담합 사례에 관한 법무교육을 3차례 실시했다. 과거 담합이 발생했던 사업부문을 직접 교육 대상으로 삼아 재발방지에 나선 것이다.

한샘은 현대리바트가 2024년 도입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의 도입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조직을 지정하고 내부 교육과 점검 등을 실시하면서 준법관리 체계를 갖춰가는 단계로 풀이된다. 조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