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해 7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에서 열린 콘퍼런스 현장에 글로벌 광산기업 '리오틴토' 간판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에 일부 글로벌 기업들은 잇따라 기후 목표를 축소하고 있는 반면 다른 기업들은 목표를 유지하며 친환경 전환에 앞서가기 위한 기회를 노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덕분'에 각 기업의 진면목이 드러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광산기업 ‘리오틴토’의 야콥 스타우스홀름 최고경영자(CEO)는 20일(현지시각)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우리는 분열된 글로벌 기후 정책 환경에도 불구하고 탈탄소화가 여전히 좋은 비즈니스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불안정한 화석연료 가격과 높은 탄소 관세로 인한 비용 리스크를 줄이면 우리 사업의 가치도 높아지게 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에도 불구하고 각각 청정경쟁법(CCA)과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계속 추진하고 있어 탄소 배출량을 기반으로 한 관세 장벽은 꾸준히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제도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등 기초 원자재를 대상으로 하는 관세이다. 대상 기업들은 이르면 2026년부터 실제 비용을 지출해야 한다.
스타우스홀름 CEO는 “우리가 마주한 도전은 간단하지 않다”면서도 “그럼에도 우리는 복잡하고 빠르게 진화하는 규제 환경을 헤쳐 나가기 위해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재정적 안정성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리오틴토의 주요 경쟁사인 BHP도 19일(현지시각)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실적 보고서를 통해 탄소 배출량을 920만 톤 감축했다고 발표했다. 또 2030년까지 2020년 대비 온실가스 스코프 1(직접 배출)과 스코프 2(간접 배출)를 30% 줄이겠다는 목표도 그대로 유지했다.
켄 맥켄지 BHP 회장은 보고서를 통해 “우리 사업을 둘러싼 환경이 굉장히 크게 변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약속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바꾸지 않았다”며 “이번에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전략은 향후 수십 년 동안 지속 가능하고 회복력 있는 기업이 되겠다는 우리의 의지를 나타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같은 노력은 주주들이 보유한 자산의 가치를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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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에 위치한 HSBC 본사 현판. <연합뉴스>
애플은 20일(현지시각) 아이폰 16e 발표를 통해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를 발생시키는 모든 활동에서 탄소중립을 실천하겠다는 야심 찬 ‘애플 2030’ 계획의 일환으로 제조 과정에서 사용되는 전력을 모두 재생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며 "2030년 목표를 위해 탄소 발생을 줄이는 재활용 및 재생 가능 소재 비율도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월마트, 코카콜라, HSBC 등은 현재 기후 목표를 축소하고 있다.
19일(현지시각) HSBC는 2024년 4분기 실적 발표에서 2030년까지 계획했던 공급망 및 운영 분야 탈탄소 목표를 2050년으로 연기한다고 밝혔다. HSBC는 변화한 글로벌 정책 환경과 더딘 탈탄소 기술 개발 등을 고려할 때 연기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앞서 월마트와 코카콜라도 지난해 12월 같은 이유로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연기하기로 했다.
비아 페레즈 코카콜라 수석 부사장은 공식 성명을 통해 "우리는 장기적인 사업 회복력을 구축하고 보다 진보한 자발적 환경 목표를 통해 운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며 "이 같은 과제는 복잡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자원 할당을 추진하고 파트너들과 협력해 지속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