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사업이 실행 단계로 접어들면서 그룹 전체의 자금조달 역량도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정유업 호황과 단단한 재무건전성 등을 토대로 5년 만에 복귀한 공모 회사채 시장에서 모집액을 웃도는 주문을 확보한 점은 향후 재무 부담을 덜 수 있는 요소로 평가된다.

▲ 허태수 GS그룹 회장이 지난 9월15일 서울 강남 GS타워에서 열린 'GS벤처스 테크데이'에서 발표를 듣고 있다. < GS >


1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보면 GS그룹 지주사 GS는 전날 공모 회사채 발행 조건을 확정했다. GS가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은 것은 2021년 10월 이후 5년만이다.

회사채 발행 규모는 애초 계획 1천억 원에서 1500억 원으로 늘어난다. 금리 조건도 좋다. 2년물은 민평수익률 금리 대비 11bp(1bp=0.01%포인트), 3년물은 10bp 가량 낮은 수준으로 결정됐다. 민평수익률이란 민간 신용평가사에서 평가한 기업별 회사채 금리 조건을 말한다.

이는 1천억 원 모집에 수요예측에 1조3700억 원 가량의 주문이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GS가 대규모 자금이 쓰이는 신사업 본격화를 앞둔 만큼 이번 공모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의 의미는 적지 않다.

이번에 회사채로 조달된 자금은 모두 기존 채무상환에 쓰이지만 데이터센터 자금조달이 임박한 가운데 시장의 GS를 향한 평가를 가늠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다.

GS는 정부의 3대 메가 프로젝트에 맞춰 강원도 동해시에 2.4GW 규모 AI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 계획에 따르면 1단계 1.2GW 규모의 사업에 들어가는 총투자금액은 15조 원 가량인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자기자본 투입 등으로 이뤄지며 이 가운데 20%인 3조 원은 GS가 직접 출자한다.

동해시는 지난 1일 이같은 GS그룹의 AI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첫 발에 해당하는 100MW 규모에 대해 건축허가를 마쳤다. 올해 착공해 2028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며 이에 따라 GS그룹은 10월부터 11월까지 PF 조달과 시공사 선정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GS는 자체적으로 신사업에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여력은 크지 않다. 지주사 아래 신설 법인 GS AI인프라를 통해 AI데이터센터를 추진하고 있는데 GS가 보유한 유동성은 투자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

6월말 별도 기준 GS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975억 원 수준이다. 2024년말(3745억 원)이나 지난해말(1231억 원) 대비 줄었다.

다만 GS가 재무건전성에서는 높은 평가를 받는 만큼 필연적으로 외부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셈이다. 6월말 별도 기준 부채비율은 6.56%에 그친다.

이런 상황에서 GS는 순조로운 외부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 자금조달 전략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 GS는 외부 투자자 유치에 공을 들이면서도 향후 자금조달 전략을 고심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주력 계열사 GS칼텍스의 업황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신사업 진출 부담을 더는 요인으로 꼽힌다.

GS는 지주사로 별도 사업을 펼치지 않아 계열사의 배당금과 상표권 수익에 의존한다. 핵심 계열사 GS칼텍스를 거느린 GS에너지를 통해 올라오는 배당금수익이 GS의 현금흐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지난해만 해도 GS칼텍스는 유가 하락 등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라 호실적을 내고 있다.

GS에너지의 GS 대상 배당금은 올해 상반기 2846억 원이었는데 이는 지난해 연간 배당금(798억 원)의 3배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흐름이 한동안 이어지면서 GS의 유동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보고서에서 “정유 및 석유화학산업 수급여건 부진에 따른 GS칼텍스 실적 저하로 지난해 배당금 수익은 줄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회복세를 보였다”며 “이란전쟁 이후 유가 및 정제마진 상승 등을 감안하면 GS칼텍스를 중심으로 배당금 수익이 한동안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내다봤다.

GS그룹은 현재 모든 계열사의 역량을 AI데이터센터에 집중하고 있다. 앞서 9월에는 허태수 GS 회장이 공들여온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AI데이터센터로 연결짓겠다는 포부도 내놨다.

허태수 회장은 지난 9월15일 ‘GS벤처스 테크데이’에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이 AI 데이터센터의 기술적 병목을 푸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며 “GS와 스타트업의 접점을 넓혀 국내 AI 데이터센터 기술 생태계를 함께 키우겠다”고 말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