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이 주요 계열사 경영진을 외부인사로 새롭게 꾸리며 SPC그룹 경영체제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허진수 부회장은 허영인 SPC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올해 지주사격인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그룹 경영 전면에 나선 상태다. 외부 수혈을 통한 경영체제 개편이라는 흐름 속에 수익성 개선과 신성장동력 확보, 산업재해로 훼손된 신뢰 회복 등 산적한 과제를 풀어내 존재감을 각인시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 허진수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주요 계열사 경영진에 외부 출신 경영인을 배치하며 전문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상미당홀딩스>


15일 상미당홀딩스 안팎의 움직임을 종합하면 SPC그룹은 올해 삼립과 비알코리아, 섹타나인, 파리크라상 등 주요 계열사 대표에 외부 출신 경영인을 배치하며 전문성 강화에 나서고 있다.

파리크라상은 1일 강신봉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신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파리크라상은 대표이사 내정 소식과 함께 강 대표에게 고객 중심 경영과 사업구조 고도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맡길 계획을 밝혔다.

강 대표는 자신의 링크드인에 올린 게시물에서 "'고객이 수많은 선택지 가운데 왜 우리를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더욱 분명하게 만들고 오늘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가는 것이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눈에 띄는 점은 강 대표가 식품이나 제빵 분야가 아닌 플랫폼과 유통, 글로벌 사업에서 주로 경력을 쌓았다는 것이다.

강 대표는 보스턴컨설팅그룹과 이베이 등을 거쳐 2017년 요기요를 운영하는 딜리버리히어로코리아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실에서 소비자 직접판매(D2C) 사업을 총괄했다.

올해 초 물적분할 이후 사실상 식품 사업만을 영위하고 있는 파리크라상 대표로는 다소 의아한 경력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강 대표는 파리크라상 대표를 맡게 된 계기로 "파리바게뜨를 비롯한 파리크라상의 브랜드들은 제가 오랫동안 고객으로서 좋아해 온 브랜드들이다"며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만나온 브랜드, 그리고 한국의 제빵 문화를 만들어 온 회사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갈 기회라는 점이 특별하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허 부회장의 외부 인재 영입은 파리크라상에 국한되지 않는다. SPC그룹의 통합 멤버십 해피포인트를 운영하는 섹타나인 역시 9월28일 한순욱 전 카카오페이 운영총괄(COO)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섹타나인 관계자는 한 대표 선임 당시 "한순욱 대표이사는 경영전략과 플랫폼 사업 운영 전반에 대한 폭넓은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경영자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환경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AI와 데이터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발굴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인사 기조는 허 부회장이 7월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하기 전부터 이어져 왔다.

삼립은 3월 정인호 전 농심켈로그 대표이사를 영입하며 식품사업과 해외시장 확대에 힘을 실었다. 배스킨라빈스와 던킨을 운영하는 비알코리아에는 5월 한국피자헛 대표이사 출신 조윤상 대표가 합류했다.

SPC그룹과 허 부회장이 외부 전문경영인 영입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SPC그룹 전반의 수익성 악화가 자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상미당홀딩스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5조5693억 원, 영업이익 306억 원을 기록했다. 2024년과 비교해 매출은 약 1.0%, 영업이익은 64.8%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2024년 약 1.5%에서 지난해 약 0.5%로 떨어졌다. 5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지만 실제로 벌어들이는 이익은 매출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비알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7076억 원, 영업손실 57억 원을 냈다. 매출은 2024년보다 0.7% 줄었고 영업손실을 내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나갔다.

SPC그룹 내 유일한 상장사 삼립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삼립은 2025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3조3705억 원, 영업이익 387억 원을 기록했는데 2024년보다 매출은 1.7%, 영업이익은 59.2% 줄었다.

허 부회장으로서는 외부 인재 영입을 통해 사업회사별 전문성을 높이는 동시에 실적 개선이라는 가시적인 성과도 만들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다만 적임자를 영입했다고 해서 경영체제 개편의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구조 혁신이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은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과제다. 외부에서 영입한 경영인이 기존 조직을 파악하고 새로운 전략을 실행하려면 일정한 시간과 권한이 필요하다.

▲ 2월3일 오후 경기 시흥시 정왕동 삼립 시화공장에서 화염이 치솟고 있다. <연합뉴스>


SPC그룹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SPC그룹은 반복된 산업재해로 안전경영에 대한 사회적 신뢰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주요 계열사 대표들은 수익성을 개선하고 신규 사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식품안전과 산업안전, 가맹사업 운영, 노사관계 등 다양한 경영 문제에도 대응해야 한다.

새롭게 합류한 외부 전문경영인들이 각자의 전문성을 발휘하기에 앞서 기존 사업에서 누적된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하는 셈이다.

허 부회장이 외부 전문가를 영입하면서도 그룹 사정에 밝은 내부 경영진을 주요 보직에 남겨둔 것 역시 이런 경영 부담을 고려한 선택으로 볼 여지가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도세호 사장이다.

도 사장은 1987년 샤니에 입사한 뒤 약 39년간 SPC그룹에 몸담아 온 내부 출신 경영인이다. 올해 3월 삼립 각자대표로 선임됐으며 7월 출범한 상미당협의체의 초대 의장도 맡았다.

상미당협의체는 파리크라상과 비알코리아, 삼립 등 주요 계열사 대표들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대외정책과 커뮤니케이션, 컴플라이언스, 안전경영, 상생 등 그룹 공통의 경영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한다.

허 부회장이 사업회사별 성장과 수익성 개선은 외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면서 그룹 차원의 공통 위험 관리와 조직 간 조율에는 내부 베테랑을 활용하는 구도를 만든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허 부회장 자신도 그룹 전체의 전략을 책임지는 위치로 올라섰다. 허 부회장은 하반기 들어 상미당홀딩스 대표이사는 물론 삼립 최고전략책임자(CSO)에도 올랐다. 전주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