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해 통신반도체시장에서 독점체제를 구축하려 하자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를 추진하는 대응에 나섰다.

거대 반도체기업들 사이에서 5G 통신반도체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인텔 브로드컴 퀄컴, 물고 물리는 인수합병 시도로 '총성 없는 전쟁'

▲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1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인텔은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시도가 성사될 가능성을 우려해 직접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브로드컴은 퀄컴을 약 130조 원의 거액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보낸 뒤 퀄컴 경영진의 동의를 얻는 데 실패하자 적대적 인수에 나서는 방향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브로드컴이 퀄컴 주주들의 동의를 얻으면 경영진의 반대에도 인수에 성공할 수 있다. 브로드컴은 이를 위해 퀄컴 인수 가격을 더 높이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퀄컴 경영진은 브로드컴의 인수를 막기 위해 최근 삼성전자와 스마트폰 및 반도체 협력 계획을 발표하는 등 주주들에게 자체 성장 가능성을 증명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브로드컴과 퀄컴은 모두 통신반도체를 주력사업으로 한다.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브로드컴이 스마트폰 등에 탑재되는 통신반도체시장에서 독점에 가까운 입지를 확보할 수 있다.

수년 안에 5G 통신기술이 보급되면 통신반도체 수요가 자동차 전장부품과 사물인터넷 기기 등으로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유력해 브로드컴이 폭발적 시장 성장의 수혜를 독점할 수 있다.

인텔은 통신반도체 시장 후발주자로 본격적 사업 진출을 앞두고 있는데 브로드컴이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능성을 우려해 브로드컴 인수를 시도하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든 것으로 해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의 브로드컴 인수 가능성은 최근 통신반도체시장의 복잡한 상황에서 새로운 변수가 될 것"이라며 "반도체산업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인수합병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인텔 시가총액은 현재 약 2442억 달러, 브로드컴은 1042억 달러, 퀄컴은 933억 달러 정도다.

퀄컴은 지난해부터 시가총액 약 425억 달러의 자동차반도체 전문기업 NXP 인수도 계속 추진하고 있다.

반도체기업들의 인수합병 경쟁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반도체시장에서 큰 지각변동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인텔이 브로드컴 인수에 성공하면 단숨에 퀄컴을 위협하는 통신반도체 분야 강자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신반도체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치열한 인수합병 경쟁은 삼성전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도 통신반도체 후발주자로 본격적 시장 진출을 저울질하고 있는 데다 퀄컴의 통신반도체를 스마트폰에 가장 많이 탑재하는 최대 고객사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브로드컴이 공격적으로 퀄컴 인수를 추진하는 한편 인텔의 인수 시도를 방어하는 데도 총력을 기울이며 당분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