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가 경영난으로 매각을 추진하는 반도체사업의 인수 우선협상권을 미국 브로드컴에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정부와 협력사인 웨스턴디지털의 반발이 예상된다.

  미국 브로드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 승자될 가능성  
▲ 츠나카와 사토시 도시바 사장.
7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도시바는 미국 반도체기업 브로드컴과 사모펀드 실버레이크의 컨소시엄에 반도체업 매각을 가장 우선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

브로드컴과 실버레이크 컨소시엄은 인수가격으로 약 200억 달러(22조4천억 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홍하이그룹에 이어 두번째로 높은 금액으로 추정된다.

브로드컴은 통신칩 반도체와 서버사업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도시바의 반도체사업을 인수할 경우 낸드플래시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해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다.

도시바와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들어 매각을 반대하고 있는 웨스턴디지털은 브로드컴의 인수에 이전부터 부정적인 반응을 보여왔다. 메모리반도체 사업경험이 없는 브로드컴이 향후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의 합작법인 운영을 맡게 될 경우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웨스턴디지털과 도시바의 CEO는 6월 중 일본에서 추가적인 협상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우선협상권이 이미 브로드컴에 넘어갔다면 이번에도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웨스턴디지털 측은 도시바가 사전 동의없이 반도체사업을 매각할 경우 법적대응에도 나설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본정부도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을 공산이 크다. 미국자본과 일본 정부펀드가 연합해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왔는데 브로드컴 컨소시엄에는 참여 가능성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독점금지규제 등에 영향을 받지 않는 브로드컴의 인수를 반대할 만한 명분이 뚜렷하지 않아 고민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아사히신문은 “웨스턴디지털은 브로드컴을 인수전 최대 경쟁자로 보고 있다”며 “도시바와 추가협상에서 더 적극적이고 우호적인 인수제안을 내놓을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SK하이닉스도 미국 사모펀드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도시바 반도체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인수협상에서 계속 소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