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면서 정부의 내년 ‘전기차 구매보조금 지급 기준’이 관심을 끌고 있다.

정부는 전기차 보조금 예산과 지원 물량을 대폭 늘리기로 했지만 개별소비세 감면 한도를 낮추고 보조금 전액 산정 가격기준도 강화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이에 따라 일부 차종의 구매혜택이 줄어들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강화된 지원 기준을 통해 제조사의 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전기차 보급 확대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 국내 전기차 판매가 급증하는 가운데 정부가 내년 보조금 지급 가격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사진은 전기차가 충전소에서 충전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19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자동차산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전기차 판매량은 3만1768대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0.4% 증가했다. 반면 하이브리드차 판매량은 4만6229대로 11.1% 감소했다.

전기차 판매 확대는 올해 누적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 신규 등록은 29만680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8%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은 마일드하이브리드를 포함해 42만1199대로 3.9% 감소했다. 2013년 연료별 등록 통계 집계 이후 1~9월 누적 하이브리드차 신규 등록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다만 하이브리드차 판매 감소에는 부품업체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과 신모델 출시를 앞둔 구매 대기수요 등도 영향을 미쳤다. 이를 전기차로의 수요 이동만으로 해석하기는 어렵지만 전기차 판매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원체계를 재편하고 있다.

정부가 8월 발표한 세제개편안에는 전기차의 개별소비세(개소세) 감면한도를 현재 300만 원에서 2027년 200만 원, 2028년 100만 원으로 줄이고 2029년 감면을 종료하는 방안이 담겼다.

하이브리드차에 적용되는 대당 최대 70만 원의 개소세 감면은 올해 말 일몰 뒤 연장하지 않고, 수소전기차 감면 한도도 단계적으로 축소해 2029년 종료한다. 관련 세법 개정안은 국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정부는 전기·수소차의 개소세 감면을 단계적으로 줄이는 대신 차량 성능과 구매자 특성을 반영한 구매보조금 등 재정지원을 강화해 무공해차 보급을 촉진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2027년도 예산안에는 전기차 보급 예산이 올해 1조6114억 원보다 32.8% 늘어난 2조1403억 원으로 편성됐다. 보조금 지원 물량은 30만 대에서 43만 대로 늘리고, 내연기관차를 전기차로 교체할 때 추가로 지원하는 전환지원금의 대상도 택시 등 영업용 차량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보조금 예산이 확대되더라도 모든 전기차 구매자의 지원 혜택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 물량을 늘리는 동시에 차량 가격에 따른 보조금 지급 기준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후부가 올해 1월 발표한 전기차 구매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전기승용차의 보조금 전액 산정 가격기준은 현재 차량 기본가격 5300만 원 미만에서 2027년 5천만 원 미만으로 낮아진다.

보조금을 절반만 산정하는 가격 구간도 현행 ‘5300만 원 이상 8500만 원 미만’에서 내년 ‘5천만 원 이상 8천만 원 미만’으로 조정할 예정이다.

이에 따라 올해 5천만 원 이상 5300만 원 미만인 전기차는 내년에도 가격이 유지된다면 보조금 산정 때 적용되는 가격계수가 1.0에서 0.5로 낮아지게 된다.

예컨대 현대차 아이오닉 5 롱레인지 2륜구동(2WD) 모던과 폭스바겐 ID.4 프로 라이트 트림은 기본가격이 각각 5290만 원, 5299만 원이다.

이들 차량은 올해 기준으로는 보조금 전액 산정 가격구간에 포함되지만 내년 기준이 예고대로 시행되면 제조사가 가격을 낮추지 않는 한 절반 산정 구간으로 이동한다.

다만 보조금 전액 산정은 모든 구매자에게 동일한 최대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차량의 주행거리와 에너지 효율, 안전성 등을 반영해 산정한 보조금에 가격계수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추가지원금과 지자체 보조금도 구매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가격 기준을 강화하는 것은 제조사들이 더 저렴하면서도 성능이 우수한 전기차를 출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기존 보조금 지급 기준에 맞춰 가격을 책정해 온 제조사들이 지원기준 강화에 대응해 차량 가격을 낮춘다면 소비자 부담을 완화하면서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제조사가 가격을 유지하거나 인하 폭을 제한하면 일부 차종의 실구매 부담이 늘어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유도하려는 정책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

보조금 예산과 지원 물량이 함께 늘어나는 만큼 전체 예산 증가율만으로 구매자별 혜택 변화를 판단하기는 어렵다. 차종별 보조금 지급액과 추가지원 요건에 따라 세제혜택 축소가 실제 구매부담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수 있다.

정부는 8월21일 관계부처 설명자료에서 전기차·수소전기차 지원을 개소세 감면에서 맞춤형 재정지원으로 전환한다는 기존 방침을 재확인하며 "재정(예산)지원으로 전환 시 정부 지원이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9월 발표한 내년도 예산안에는 전기차 보급 예산과 보조금 지원 물량을 확대하는 방안이 담겼다.

국회의 세법·예산안 심의와 정부의 내년도 보조금 지급기준 확정 과정에서 차종별 지원액 변화와 제조사의 가격 대응을 함께 점검하는 것이 과제로 꼽힌다. 보조금 지급 기준 강화가 제조사의 차량 가격 인하로 이어져 전기차 보급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지가 정책 성과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