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 베라 CPU 연구팀이 에이전틱 AI 기술 발전에 따른 데이터센터용 CPU 수요 증가에 대응 계획을 밝혔다. 이는 고성능 서버용 D램의 수요를 높이는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SK하이닉스의 서버용 D램 전시장 사진.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엔비디아가 에이전틱 인공지능 시장 성장에 맞춰 중앙처리장치(CPU) 사업에 힘을 싣는다. 고성능 D램을 비롯한 메모리반도체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용 HBM과 같이 CPU용 고성능 저전력 D램의 수요도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의 수혜폭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18일(현지시각) 미국 IT전문지 WCCF테크는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시장의 변화에 맞춰 자체 설계하는 데이터센터용 CPU의 사업 방향성을 바꿔내고 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CPU ‘베라’ 개발팀은 WCCF테크와 인터뷰에서 “에이전틱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데이터센터용 CPU 설계의 우선순위가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에이전틱 AI는 인공지능 모델이 단순히 이용자의 명령을 받아들이는 대신 스스로 판단하고 필요한 작업을 수행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말한다.

소프트웨어 개발 및 운영, 기업 경영 효율화, 첨단 기술 연구개발을 비롯한 업무 분야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의 활용 사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엔비디아 연구팀은 그동안 데이터센터용 CPU가 개별 성능을 높이는 대신 코어 수를 늘려 동시에 여러 연산을 수행하는 데 유리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고 전했다.

인텔과 AMD를 비롯한 주요 CPU 기업은 시장의 수요에 맞춰 하나의 반도체를 여러 개로 나누어 개별 성능은 낮아지지만 전체 처리량은 늘어나는 '칩렛 구조'를 주로 도입했다.

그러나 엔비디아 연구팀은 에이전틱 AI 기술의 등장으로 CPU의 성능 자체가 다시 중요해지며 시장의 판도가 다시금 바뀌고 있다고 전했다.

에이전틱 AI 특성상 CPU와 GPU가 번갈아가며 연산과 추론 작업을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성능을 낼 수 있는 CPU가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엔비디아 연구팀은 이에 맞춰 베라 CPU에 개별 연산 성능을 높였고 맞춤형 LPDDR5X D램 시스템을 활용해 데이터 전송 및 메모리 쓰기와 읽기 속도도 개선했다고 전했다.

D램과 같은 메모리반도체는 CPU와 GPU가 인공지능 연산에 필요한 데이터를 임시로 저장하고 공급하는 작업 공간 역할을 한다. 메모리 용량과 데이터 공급 속도에 따라 연산 장치의 활용도와 전체 시스템 성능이 달라질 수 있어 인공지능 인프라의 핵심 요소로 꼽힌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기업의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는 주로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활용한다. 이는 GPU의 대규모 병렬 연산에 유리한 방식으로 개발된 메모리반도체다.

▲ 엔비디아 베라 루빈 시스템에 활용되는 베라 CPU와 루빈 GPU, LPDDR5X 저전력 D램 홍보용 이미지. <엔비디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D램 업체들은 HBM의 수요 증가에 맞춰 연구개발 및 생산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며 이를 차세대 주요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다.

그러나 에이전틱 AI 기술 발전과 확산으로 CPU와 함께 쓰이는 일반 D램의 중요성도 다시 높아지며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에 새로운 성장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는 8월 베라 CPU의 본격 양산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는 주로 루빈 GPU와 함께 ‘베라 루빈’ 시스템으로 고객사에 공급된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6월 보고서에서 엔비디아 베라 CPU에 활용될 저전력 LPDDR5X D램의 수요가 급증하면서 한동안 공급 부족 사태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버용 D램은 이미 메모리반도체 가운데 가장 심각한 물량 부족 상황에 놓여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해 왔는데 에이전틱 AI가 이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트렌드포스는 서버용 CPU의 시장 성장으로 2028년부터 스마트폰이 아닌 인공지능 서버가 저전력 LPDDR5X D램의 최대 수요처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았다.

메모리반도체 제조사들이 더 강력한 D램 호황 효과를 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더구나 인공지능 CPU에 활용되는 고성능 서버용 D램은 CXMT를 비롯한 중국 경쟁사가 기술 장벽을 극복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분야로 꼽힌다.

자연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D램 생산을 빠르게 늘리는 중국 경쟁사의 추격 위협을 방어하고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공산도 크다.

엔비디아 베라 개발팀은 에이전틱 AI의 수요에 맞춰 GPU가 아닌 CPU만으로 구성된 '데이터서버용 랙' 제품이 대량으로 필요해지는 시점도 다가올 것이라고 WCCF테크에 전했다.

이는 서버용 D램의 수요가 더욱 강력해질 수 있다는 점을 예고하는 신호로 해석된다. 데이터서버용 랙이란 여러 대의 서버와 전력·냉각·네트워크 장비를 일정한 구조물에 집적해 데이터센터에서 바로 운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장비 단위를 말한다.

WCCF테크는 엔비디아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SK하이닉스의 HTPU와 유사한 기술 활용도 검토하고 있는지 연구팀에 물었다.

SK하이닉스가 12일 인천에서 열린 반도체 학술대회 ISOCC에서 공개한 HTPU는 인공지능 시스템에서 CPU와 메모리반도체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차세대 기술이다.

이에 엔비디아 연구팀은 이를 포함해 인공지능 시장의 변화에 맞춰 적합한 기술을 선택하며 꾸준히 수요에 대응해 나가겠다고 대답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