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비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셋값이 동반 상승하면서 전세난 완화를 위한 토지거래허가구역의 단계적 해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16일 서울 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게시된 매물 시세. <연합뉴스>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세를 주도하는 건 비강남 권역이다. 이들 지역의 매매가 상승세가 가파른 까닭은 무엇보다 10·15대책에 포함된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서 기인한 전세품귀 때문이다. 갭투기를 막아 매매가격 상승을 눅일 목적으로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로 확대했는데, 이 조치가 전세품귀와 전세가격 상승을 야기했고 오히려 매매수요를 증폭시켜 매매가격을 밀어올리고 있는 것이다. 금리가 강하게 누르고 있는 만큼 갭투기에 대한 근심에 사로잡히지 말고 비강남권역의 토허제를 순차적으로 풀어 전세난을 완화시킬 타이밍이다.
◆ 오히려 상승폭이 늘어난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15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둘째 주(10월12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직전 주 대비 평균 0.16% 상승했다. 상승폭은 전주 대비 0.04%포인트 커져 2주 연속 확대된 것이다.
서울 강남3구는 서초구(-0.27%)가 전주와 동일한 하락폭을 보였고 강남구(-0.34%→-0.35%)와 송파구(-0.19%→-0.21%)는 낙폭을 소폭 확대하며 모두 약세를 지속했다.
반면 지난 2주간 하락했던 용산구(0.03%)는 3주 만에 상승 전환했고 성동구(0.09%→0.12%), 마포구(0.22%→0.26%), 동작구(0.02%→0.09%) 등 한강벨트권도 대체로 상승폭을 확대했다.
중랑구(0.42%), 성북구(0.41%), 서대문구(0.40%), 도봉구(0.39%), 노원구(0.37%), 금천구(0.36%), 구로구(0.34%) 등 중위권 이하 지역도 강세를 이어갔다.
서울 전체로는 지난해 2월 첫째 주부터 88주째 매매가격이 올랐다. 종전 최장 기록은 문재인 정부 당시인 2020년 6월 둘째 주부터 2022년 1월 셋째 주까지 이어진 85주였다. 당시 누적 상승률은 7.71%였지만, 이번 상승기에는 이달 12일 기준 약 17.93% 올라 두 배를 웃돌았다. 문재인 정부 당시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유동성 홍수 국면이었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지금의 상승장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경기(0.18%→0.26%)는 남부권 일부 지역의 가파른 가격 상승으로 오름폭이 커졌다. 성남시 분당구가 0.79%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군포시(0.72%), 수원시 영통구(0.69%), 화성시 동탄구(0.66%), 의왕시(0.60%) 등 이른바 ‘반도체 벨트’를 포함한 다수 지역에서 강세가 나타났다. 화성시 동탄구는 올해 누적 상승률(20.14%)이 무려 20%를 넘어섰다.
◆ 비강남 지역의 매매가격 상승을 추동하는 건 전세난
주목할 대목은 올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고공행진하며 누적 상승률 기준 매매가격 오름폭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8일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10월 첫째주(5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누적 8.35% 상승했는데, 이는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인 8.31%를 웃도는 수치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이 매매가격 누적 상승률을 앞선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더 놀라운 건 지난해 같은 기간 매매 누적 상승률이 5.53%였는데 전세는 불과 1.87%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올해 전세가격 누적 상승률이 얼마나 충격적인 수준인지 알 수 있는 데이터다.
전세시장은 전적으로 실수요다. 따라서 매물 증감을 보면 전세품귀와 전세가격 폭등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25개 자치구의 아파트 전세 매물은 지난해 10월 14일 2만3779건에서 올해 10월 14일 2만951건으로 2828건(-11.9%) 감소했다. 심지어 4월 후반에는 15000건대로 급감하기도 했다.
전체 25개 구 가운데 18개 구에서 매물이 줄었다. 특히 동대문구(-69.4%), 구로구(-56.2%), 금천구(-51.8%), 중랑구(-50.6%) 등 외곽 지역의 감소 폭이 절반을 웃돌았다. 반면 서초구(31.9%)와 은평구(61.2%) 등 7개 구는 늘어났으며, 강남구는 20.6%(1150건) 줄어든 반면 서초구는 1523건 늘어나는 등 자치구별 양극화도 심화됐다.
◆ 토지거래허가제는 한시적 조치일 수밖에 없어
위의 데이터들이 지시하는 바는 명확하다. 가격 조정을 받고 있는 강남권역은 8·3세제개편안에 따라 세부담이 확연히 늘어나는 탓에 하락추세를 이어가고 있는 반면, 비강남권역은 세부담 증가가 없는 데다 토허제로 인한 전세난으로 인해 매매가격도 상승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전세가 너무 귀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너무 뛰니 차라리 대출을 더 받아 중저가 주택을 매수하는 선택을 하는 수요자들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이다.
비강남권역의 전세난 심화는 아무래도 10·15대책 당시 나온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봐야 한다. 물론 1년 전에는 서울 전역의 매매가격 상승세가 너무 무서웠고 갭투기가 기승을 부린 터라 이에 대응하기 위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전면 확대라는 극약처방이 불가피했다. 기실 당시 보유세 및 양도세 등을 넓게 강화하는 정책을 투사했다면 굳이 갭투기는 억제하지만 민간임대차 매물은 감소시키는 토허제 확대는 불필요했다.
하여튼 토허제는 매수자에 실거주 의무를 부과해 거래를 격감시키는 비상조치로 길게 가져갈 순 없다. 때마침 글로벌 금리가 무섭게 상승 중이다. 비강남 권역과 한강벨트 등을 제외한 나머지 권역은 신중하게 그리고 정밀하게 토허구역 해제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금리가 무겁게 내리누르고 있기 때문에 토허구역을 해제해도 섣불리 갭을 끼고 투자에 나서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부가 토허제 해제에 너무 겁을 낼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토허구역 지정을 지나치게 오래 끌다 자칫 전세난에 기인한 이른바 생존매수세가 금리가 누르는 힘을 뚫고 나올까 걱정이다. 투자수요는 금리에 무척 예민하지만 생존매수는 덜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
| 이태경 토지+자유연구소 부소장은 땅을 둘러싼 욕망과 갈등을 넘어설 수 있는 토지정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투기공화국의 풍경’을 썼고 ‘토지정의, 대한민국을 살린다’ ‘헨리 조지와 지대개혁’을 함께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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