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중남미 공략 거점으로 공들이고 있는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25일 진행된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후보 가운데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중남미 사업 전략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중남미 시장 공략 거점으로 공들이고 있는 브라질의 대통령 선거 결선 투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과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 대선 결과가 향후 현대차그룹의 현지사업 수익성과 투자 전략에 미칠 영향에 눈길이 쏠린다.

23일 자동차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브라질 대선에서 두 후보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현대차그룹의 향후 중남미 사업 전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브라질 대선은 과반수 득표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과반수 득표자가 나오지 않으면 1위와 2위 후보가 결선 투표를 치른다.

현지시각 오는 25일 열릴 결선 투표에는 현직 대통령인 룰라 다시우바 노동자당 후보와 보우소나루 자유당 후보가 이름을 올리고 있다.

지난 4일 실시된 1차 투표에서 보우소나루 후보가 47.03%로 1위, 룰라 대통령이 45.16%로 2위를 차지했다. 선거 전 여론조사에서 룰라 대통령이 우세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에서는 1.87%포인트 근소한 차이로 보우소나루 후보가 1위에 올랐다.

결선 투표를 앞두고 진행된 여론조사에서도 여전히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로이터은 22일 브라질 여론조사 기관 다타폴라의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우소나루 후보의 지지율이 47%로 룰라 대통령(46%)과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1주일 전 실시된 여론조사에서는 보우소나루 후보 지지율이 47%, 룰라 대통령 지지율이 45%를 기록했다.

1차 투표에서 탈락한 후보들의 득표율을 모두 합하면 7.82%,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국민 21%다. 이들 두 집단의 결선 투표 참여 여부와 선택에 따라 당선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브라질 대선 결과가 현대차그룹에 중요한 이유는 정의선 회장이 브라질을 중남미 공략 거점으로 점찍고 현지 투자를 확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후보 모두 자동차 산업에 영향 미칠 수 있는 공약을 제시하고 있어,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브라질에서 현대차그룹 수익성과 친환경차 전략 등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오른쪽)과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 대선 후보가 지난 18일 상파울루에서 열린 TV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브라질은 지난해 자동차 수요가 250만 대에 달하는 세계 6위 시장이다. 자동차 생산량은 연간 260만 대로 세계 8위에 올라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브라질에서 9만6723대의 자동차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이후 상반기 최다 판매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판매량이 12.1% 늘었다. 현지 시장 점유율은 7.1%로 5위를 차지했다.

현대차는 상파울루주 피라시카바에서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브라질은 자동차 수입 관세가 35%로 현지 생산이 필수적이다.

현대차그룹에 가장 중요한 정책은 2023년 말 룰라 대통령이 도입한 ‘그린 모빌리티 혁신(MOVER, Mobilidade Verde e Inova&ccedil;&atilde;o)’ 프로그램이다. 브라질 탈탄소 분야에 투자하는 자동차 제조사들에 감세 및 보조금 혜택을 제공하는 정책이다.

브라질 언론에 따르면 MOVER 프로그램으로 2027년 40억 헤알(1조496억 원), 2028년에는 41억 헤알(1조758억 원) 규모의 세액공제가 지원될 것으로 예정됐다.

현대차는 브라질에서 소형 전기차를 생산하는 방안과 함께 휘발유-에탄올 연료 기반 하이브리드 전용 파워트레인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브라질은 휘발유와 에탄올을 동시에 연료로 사용하는 FFV(Flexible Fuel Vehicle)가 자동차 수요 대부분을 차지한다.

보우소나루 후보는 MOVER 프로그램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차기 정부가 제도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현대차그룹의 투자 비용과 수익성이 달라질 수 있다.

또 보우소나루 후보는 규제를 완화하고 민간투자를 늘리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어 현대차그룹 투자에 유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주요 공약 가운데 하나인 소비세율 인하 개편은 자동차 판매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다.

정 회장은 2024년과 올해 룰라 대통령과 면담을 가지면서 브라질 정부와 우호 관계를 다져왔다. 2024년에는 룰라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2032년까지 브라질에 11억 달러(1조4586억 원)를 투자하겠다는 약속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룰라 대통령이 당선되면 현대차그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되는 공약도 있다.

룰라 대통령은 주 6일 근무·1일 휴무 형태인 ‘6X1 근무제’를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노동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면서 임금은 삭감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한다.

교대 근무제로 운영되는 생산 공장 특성상 이 정책은 브라질에서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브라질에서 현대차그룹의 수익성도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 수익성 방어를 위해 판매 가격을 인상하면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