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9월22일 미국 뉴욕 유엔본무에서 만나 회담하고 있다. <뉴시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정부가 미국 반도체 공장에 투자하기로 했지만 자국 반도체 경쟁력 강화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일본 정부의 이번 미국 반도체 공장 투자는 미국의 관세 인하를 대가로 약속한 대미 투자 5500억 달러의 일부여서 일본이 미국과의 무역·안보 관계 유지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로이터는 일본 정부의 대미 반도체 투자가 일본 내 첨단 반도체 기술 확보와 생산 기반 강화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미칠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을 전했다.

앞서 미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 글로벌파운드리스는 지난 14일 일본 정부로부터 최대 210억 달러(약 28조 원)를 지원받아 두 곳의 반도체 공장을 뉴욕주에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해당 공장은 자동차와 통신 장비 등에 사용하는 범용 반도체를 제조할 예정인데 일본 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문사 화이트오크캐피털의 치오우 노리 투자 책임은 로이터를 통해 “일본은 미국 반도체 생산 시설에 자금을 지원하면서도 원하는 첨단 칩 기술이나 국내 제조 역량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7월22일 미국 트럼프 정부로부터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인하하는 대가로 5500억 달러(약 730조 원)의 대미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투자 대상 사업은 일본이 아니라 미국 대통령이 선정하는 구조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로이터에 “이번 투자는 궁극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응하는 조치”라며 “미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이 반도체 분야에서 미국의 압박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 정부는 1986년 일본과 반도체 협정으로 일본산 D램에 최저 가격 규제를 적용하고 일본 내 미국산 반도체 비중을 20%까지 높이도록 했다.

당시 도시바와 NEC(일본전기), 후지쓰 등 일본 기업은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 점유율 80%를 차지했는데 이러한 조치로 내리막길을 걸었다.

로이터는 “당시 경험은 일본 관료들 사이에서 여전히 민감한 사안으로 남아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는 미국 투자와 국내 산업 육성을 병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아카자와 료세이 일본 경제산업상은 지난 15일 도쿄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대미 투자가 국내 투자 여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에 “미국 투자와 국내 성장 투자는 양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와세다대학교의 오사나이 아쓰시 경영학 교수는 로이터를 통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일본은 대미 투자를 세금처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