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동주의 펀드 FCP가 오리온의 우수한 사업 경쟁력에도 기업가치가 저평가돼 있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확대를 요구하고 나서 향후 변화가 주목된다. <챗GPT 생성 이미지>
당시 허인철 부회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인수 배경을 설명하자 시장에서는 당혹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허 부회장은 “앞으로 식품과 바이오의 경계가 무너지고 건강이 글로벌 식품시장의 핵심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하다보면 (리가켐바이오와 오리온 간) 연결고리가 나올 수 있고 시너지가 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가켐바이오의 주력 사업은 항체약물접합체(ADC)와 합성신약 개발이다. ADC는 암세포를 선택적으로 공격하도록 설계된 치료제로 이른바 ‘유도미사일 항암제’로 불린다.
리가켐바이오의 사업은 오리온의 제과·식품 사업과 직접적 연관성이 크지 않다. 그런데도 식품과 바이오의 경계가 무너지는 데 따른 시너지를 인수 배경으로 내세우자 주주들 사이에서는 사업 연관성이 불분명한 분야에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는 비판이 나왔다.
오리온은 최근 중앙일보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셨다. 이후 주가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이 본업과 거리가 있는 언론사 인수 추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주들로서는 리가켐바이오 인수 당시를 떠올렸을 법하다.
19일 중앙일보 인수전의 우선협상대상자로 다우키움그룹·CJ그룹 컨소시엄이 선정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 다음 날인 20일 오리온 주가는 2.55% 상승 마감했다. 8월28일 기록한 2.61%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이다. 이후에도 3거래일 연속 상승세가 이어졌다.
하나증권은 1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오리온의 최근 주가 약세 원인으로 언론사 인수전 참여를 지목하기도 했다.
최근 오리온 지분을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가 다섯 가지 요구안을 내세우며 주주행동에 나섰다. 요구사항에는 중앙일보 인수전 포기도 포함됐다.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는 오리온이 대화에 응하지 않았다며 이사회에 보낸 서한과 발표 자료를 공개했다.
오리온은 2025년 기준 국내 제과시장 점유율 1위(22%) 기업이다. 해외 매출 비중은 65%를 넘는다.
주요 해외 시장은 중국과 베트남, 러시아, 인도다. 최근 5년 동안 해외 매출의 연평균 증가율은 9%이며 국내 매출 증가율도 비슷한 수준이다. 영업이익의 연평균 증가율은 해외 11.3%, 국내 9.3%에 이른다.
2018년부터 2027년까지 영업이익률은 15~18% 범위에 머무를 것으로 제시됐다. 다만 2026년과 2027년 수치는 전망치다.
FCP는 오리온의 사업 경쟁력이 우수한데도 기업가치가 크게 저평가됐다고 주장한다. FCP가 산출한 오리온의 기업가치 대비 상각 전 영업이익(EV/EBITDA) 배수는 약 3배다. 국내외 비교기업 8곳의 중간값인 11.5배와 차이가 크다.
EV(Enterprise Value)는 기업의 영업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시가총액에 순차입금을 더해 계산한다. 순현금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시가총액에서 순현금을 차감하는 방식으로 구할 수 있다. FCP는 오리온의 비영업 투자자산 가치도 별도로 차감해 사업가치를 추정했다.
FCP에 따르면 10월16일 종가 기준 오리온의 시가총액은 4조2900억 원이다. 여기에서 순현금 1조3520억 원과 투자부동산 1030억 원(공정가치 기준), 리가켐바이오 지분 6400억 원 등을 차감하면 사업가치는 2조1950억 원으로 계산된다.
EBITDA는 기업의 영업활동에 따른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영업이익에 유형자산 감가상각비와 무형자산 상각비를 더해 산출한다.
FCP는 오리온의 2025년 EBITDA를 7230억 원으로 추산했다. 이에 따라 EV를 EBITDA로 나눈 배수는 약 3배가 된다.
FCP가 비교 대상으로 삼은 기업은 몬델리즈, 네슬레, 펩시코, 왕왕, 가루비, 삼양식품, 농심, 롯데 등 8곳이다. 이들 기업의 EV/EBITDA 배수 중간값은 11.5배라고 밝혔다.
이 배수를 오리온의 EBITDA에 적용하면 사업가치는 약 8조3145억 원이 된다. 여기에 순현금과 투자부동산, 투자 지분 등을 더하면 적정 시가총액은 약 10조4095억 원으로 추산된다. 원고에 제시된 FCP의 수치와는 소폭 차이가 있어 확인이 필요하다.
FCP는 “오리온의 내재가치 주가는 26만3500원”이라며 “현 주가는 이보다 59% 정도 낮다”고 말했다.
삼양식품과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FCP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EV/EBITDA 배수는 16.5배다. 이를 오리온에 적용하면 적정 주가는 35만4000원에 이른다.
FCP는 오리온이 저평가된 주요 원인으로 글로벌 동종기업보다 낮은 배당 수준과 취약한 지배구조를 꼽았다.
오리온의 순현금과 금융자산 합계는 2025년 말 기준 2조950억 원으로, 시가총액의 약 49%에 해당한다. 오리온은 과거 10% 수준이던 배당성향을 지난해 약 36%로 높였다. 그러나 FCP가 제시한 글로벌 비교기업의 70~90%대 배당성향과는 격차가 있다.
오리온 지배주주 일가는 등기이사직을 맡지 않고 있다. FCP는 “경영진으로서 보수를 받아가면서도 이사로서 져야 할 법적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구조”라고 비판했다.
오리온그룹의 지배구조는 오리온홀딩스에서 오리온을 거쳐 리가켐바이오로 이어진다. 담철곤 회장과 이화경 부회장 등은 오리온홀딩스 지분 66.5%를 보유하고 있다.
오리온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딸 이화경 부회장과 사위 담철곤 회장은 각각 오리온홀딩스 부회장과 회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만 등기이사는 아니다.
오리온의 주주 구성을 보면 오리온홀딩스 지분 37.4%와 지배주주 일가의 직접 보유 지분 6.4% 등을 합한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43.8%다.
FCP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때 적용되는 의결권 제한에 주목하고 있다. 원고의 가정에 따르면 모든 주주가 의결권을 행사할 경우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 비중은 약 6%, 외국인은 72%, 국내 주주는 22%로 달라진다. 다만 이 비율은 주주 구성과 법 적용 요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개정 상법에 따른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는 지배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규정이 적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의결권이 있는 주식이 100주이고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60주, 일반 주주가 40주를 보유한다고 가정해 보자. 지배주주 측이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이 3주로 제한된다면 실제 행사 가능한 의결권 43주 가운데 약 7%를 차지하게 된다.
FCP는 오리온에 다섯 가지 요구를 제시했다. 지배주주 일가에 대해서는 이사회에 참여해 책임을 지거나 경영진 보수를 받지 않는 방안 가운데 선택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최고경영진의 보수를 주가와 연동하고, 잉여현금 활용계획을 마련해 주주환원을 확대할 것을 요구했다. 반려동물 사료 사업 진출 검토도 제안했다.
FCP는 다른 행동주의 캠페인에서도 대상 기업에 신규 사업을 제안해 왔다.
오리온이 사업 경쟁력 대비 기업가치가 저평가됐다는 데는 시장에서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 이후 주주환원이나 거버넌스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을까. 김수헌 MTN 기업&경영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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