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이 법원의 파산선고를 받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석태수 사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석 사장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최측근이면서 재무전문가로 평가받았던 만큼 한진그룹으로 복귀할 가능성이 떠오른다.

12일 대한항공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향후 석 사장의 거취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인사와 관련해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석태수, 한진해운 파산하면 한진그룹에 복귀할까  
▲ 석태수 한진해운 사장.
석 사장은 2013년 조양호 회장과 한진해운 각자대표를 맡기 전까지 한진칼 대표이사를 맡았다. 그 이전에는 한진의 대표이사 사장을 지내는 한진그룹에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조 회장이 최은영 전 회장을 대신해 한진해운 경영에 직접 나서기로 하면서 석 사장이 각자대표이사을 맡을 만큼 두터운 신임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석 사장이 재무전문가인 데다 조 회장의 오른팔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이란 점을 고려하면 한진그룹으로 복귀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해운업계의 한 관계자는 “석 사장이 고사하지 않는다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다시 불러들일 가능성이 크다”며 “대기업 경영진이라는 위상과 이력을 감안하면 다른 해운사로 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석 사장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와 메사추세츠 공과대학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2013년 11월 말 한진해운 사장을 맡기 전까지 대한항공에서 경영계획팀장, 경영계획실장, 미주지역본부장을 맡았다. 2008년에는 한진 대표이사에 선임됐다.

대한항공이 최근 유동성 확보 등을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 필요한 점도 석 사장의 한진그룹 복귀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말까지 부채비율이 1178%인 것으로 나타났는데 회사채의 61%에는 1000% 밑으로 부채비율을 유지하지 않으면 기한이익을 상실하는 조건이 붙어있어 유동성 확보가 시급하다.

석 사장은 한진칼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데 한진칼 역시 순손실을 내고 있다. 한진칼은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9910억 원, 영업이익 990억 원, 순손실 3038억 원을 거뒀다. 2015년보다 매출은 37.2%, 영업이익은 33.3% 늘었지만 순손실은 33.6% 늘어나면서 적자폭이 더 커졌다.

한진해운을 맡기에 앞서 대표이사로 있었던 한진그룹 물류회사인 한진으로 돌아갈 가능성도 있다.

석 사장은 조양호 회장이 2016년 9월 한진해운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단독대표를 맡아 한진해운 회생절차를 이끌어왔다.

그는 대표이사 사장을 맡으면서 “뼈를 깎는 노력으로 회사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명실상부 한국 해운업의 대표로서 다시 일어서는 한진해운의 모습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각오에도 한진해운은 파산선고를 받을 운명에 놓여있다. 석 사장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한진그룹을 떠날 수도 있다는 얘기도 나돈다.

한진해운은 8월 말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회생절차를 개시했고 선박과 터미널 등 자산을 매각하면서 사실상 청산의 길을 걸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2일 한진해운 회생절차를 폐지했고 이르면 17일 파산선고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해운이 청산을 앞둔 상황에서 한진해운 직원들은 다른 해운사로 이직하거나 한진그룹 계열사에 고용됐다.

SM상선은 한진해운의 아시아와 미주노선 영업망을 인수하면서 250여명의 한진해운 직원들을 고용승계했다. 현대상선은 현재까지 한진해운 직원 131명을 채용했고 앞으로 최대 220명 까지 채용하기로 했다. 한진그룹 계열사가 채용한 직원 수는 20여 명에 그쳤다.

석 사장은 지난해 11월 국내 해운사와 물류회사 등에 편지를 보내 “한진해운을 영업양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매각이 성사돼도 상당수 직원들의 이직이 예상된다”고 채용을 호소하기도 했다.[비즈니스포스트 박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