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훈 서울시장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에 해당하는 벌금 1천만 원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오 시장의 서울시정 운영과 차기 대권 행보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전망된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23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명태균 여론조사 대납 의혹 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 뒤 무죄 판결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고법 형사7부(재판장 구회근)는 23일 오 시장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원심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강철원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과 후원자인 사업가 김한정씨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재판부는 오 시장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후원자에게 비용을 대신 지급하게 했다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핵심 증거인 명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씨의 진술에서 직접 경험한 사실과 추측·과장을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명씨가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에 대해서는 주변적인 설명만 하거나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고, 기존 진술을 유리한 방향으로 재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씨가 오 시장과 관계가 나빠진 뒤인 2024년 12월 오 시장이 고소 방침을 밝힌 무렵부터 정치자금 관련 혐의를 본격적으로 진술하기 시작한 점도 신빙성을 낮추는 근거로 제시했다.

재판부는 "명태균의 일부 진술만을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근거나 그 진술을 보강하는 다른 증거가 충분히 제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검사의 입증이 확신을 갖게 할 정도로 충분하지 않을 경우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일부 석연찮아 유죄 의심이 든다고 해도 결국에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2021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하고 강 전 부시장과 공모해 김 씨에게 조사비용 약 3300만 원을 대신 지급하게 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7월 1심 재판부는 여론조사 10건 가운데 5건에 대해 오 시장의 의뢰와 2100만 원의 비용 대납 사실을 인정해 벌금 1천만 원과 추징금 2100만 원을 선고했다.

1심도 명씨의 진술 전반을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봤지만 카카오톡 대화와 여론조사 결과 공유 내역 등을 토대로 일부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반면 항소심은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다며 유죄 판단을 뒤집었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앞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오 시장에게 징역 1년6개월과 추징금 3300만 원을 구형했다.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정치자금 부정 수수죄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5년간 공직 취임이 제한되고 재직 중인 경우 직을 잃는다. 1심 판결이 확정됐다면 오 시장은 서울시장직을 상실하고 차기 대선 출마도 제한받게 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실관계를 판단하는 마지막 단계인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되면서 시장직 상실 가능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재판부가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핵심 증거를 제대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상고 방침을 밝혔다. 박노수 특검보는 이날 "재판부가 핵심적 증거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하고 이런 무죄 결론에 이르렀는지 납득되지 않는다"며 "상고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판결을 환영하며 특검의 수사와 기소를 비판했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항소심 판결은 사필귀정"이라며 "특검은 무리한 기소로 서울시정을 흔들고 시민을 불안하게 만든 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판결에 강하게 반발했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상식을 벗어난 판결"이라며 "사법부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같은 재판부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명태균 여론조사 관련 사건에서도 무죄를 선고한 점을 거론하며 "국민과 함께 사법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판결은 오 시장의 서울시정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오 시장은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최초로 5선에 성공했지만 한 달여 뒤 1심에서 시장직 상실형을 선고받으면서 시정의 연속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제기됐다.

서울시는 이날 판결 직후 입장문을 내고 주택공급과 지역균형발전 등 주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약자동행과 청년지원 등 민선 9기 중점 정책을 더욱 힘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는 오 시장이 사법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국민의힘 내 차기 대권주자로서 입지도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올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전국적으로 고전하는 가운데 서울시장 5선에 성공한 오 시장이 항소심 무죄 판결까지 받아내면서 당내 영향력을 넓힐 가능성이 있다. 장동혁 대표 체제의 향후 당권 구도에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 시장이 항소심 무죄 판결로 정치적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낸 만큼 남은 임기 동안 주택공급과 도시개발 등 민선 9기 주요 정책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경쟁력 강화로 연결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