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하면서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덜게 됐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이 기존 주주들의 이익을 우선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평가하며 주주환원 정책 강화와 투자심리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 SK하이닉스가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IPO 검토를 중단하면서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덜게 됐다. < SK하이닉스 >



23일 SK하이닉스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IPO 검토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을 인수해 출범시킨 미국 반도체 기업이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사용되는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eSSD)를 중심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미국 신규 생산시설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솔리다임 상장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상장 추진 소식이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가 할인될 수 있다는 우려와 외부 투자자 유입에 따른 기존 주주들의 간접 지분 희석 가능성도 논란이 됐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반도체주 하락 흐름 등을 고려할 때 솔리다임의 IPO가 회사와 기존 주주들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SK하이닉스에 대한 중복상장 할인 우려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양현경 iM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솔리다임의 미국 상장 철회 보도는 SK하이닉스의 중복상장 관련 우려를 완화할 수 있는 재료"라며 "주주가치 훼손 우려를 수용한 결정이라는 점에서 중복상장에 따른 할인과 지분 희석에 대한 경계감이 완화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결정이 주주환원 정책 강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솔리다임의 성장성이나 투자 필요성에 대한 판단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가 기존 주주가치를 우선순위에 뒀다는 점에 주목했다.

김선우 연구원은 "솔리다임 IPO 철회는 기존 주주에게 직접적으로 귀속되는 주주환원 정책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켰을 것"이라며 "28일 예정된 SK하이닉스 실적발표회에서 기존 예상치를 넘어서는 구체적이고 강화된 주주환원 방안이 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어 "역사적 저점에 근접한 밸류에이션과 강화된 주주환원책이 맞물린다면 SK하이닉스의 실효적인 주가 반등을 이끌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전날 인공지능(AI) 수익성 우려에 따른 미국 반도체주 급락 여파로 국내 증시에도 하락 압력이 이어졌지만 SK하이닉스 주가는 이날 4.42%(5만4천 원) 상승한 127만7천 원에 정규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 발표 직후 개장한 넥스트레이드 프리마켓에서 2~3%대 약세를 보였다. 정규장에서도 하락 출발했지만 오전 10시 무렵 한때 상승세로 돌아섰고,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오후 들어 상승폭을 확대했다.

솔리다임 상장 검토 중단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 완화와 주주환원 확대 기대가 투자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강세는 코스피 반등에도 힘을 보탰다. 하락 출발했던 코스피는 장중 상승세로 돌아서 전날보다 0.30%(16.53포인트) 오른 5550.30에 정규거래를 마쳤다.

▲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솔리다임 연구개발 센터 홍보용 사진. <솔리다임>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대응하기 위해 솔리다임의 미국 내 신규 생산시설 확보가 필요하다는 기존 판단을 유지하고 있다.

직접투자 등 투자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방식을 검토해야 하지만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의 자체 현금 창출력이 충분한 만큼 외부 자본조달 없이도 필요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이날 논평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추정치를 종합하면 SK하이닉스가 2026년과 2027년 각각 167조 원, 326조 원의 잉여현금흐름(FCF)을 창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솔리다임이 설비투자를 위해 수십조 원의 자금이 필요하더라도 SK하이닉스가 미국 중간지주사인 AI컴퍼니를 통해 직접 출자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선우 연구원도 "2027년 1분기 모바일 메모리 판가 상승과 장기공급계약(LTA) 가격을 기반으로 한 이익 성장이 가시화되고 있어 SK하이닉스의 현금 창출력은 강력하다"고 바라봤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