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 삼성에 따르면 이건희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이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진행됐다. 사진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왼쪽)이 중국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참관한 뒤 2010년 11월17일 김포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별세 6주기를 맞아 그가 도입했던 '인재제일·품질경영' 철학과 문화강국을 향한 발걸음이 재조명되고 있다.

이건희 선대회장의 6주기 추도식은 23일 경기도 수원에 위치한 가족 선영에서 진행됐다. 추도식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가족들을 비롯해 삼성 관계사 경영진들이 참석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이 경제, 사회계에 미친 영향으로는 △인재제일 경영 △문화자산 사회 환원 등이 꼽힌다.

이 선대회장은 첨단산업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재를 꼽았다. 자본과 천연자원이 부족한 대한민국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이들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였다.

나아가 한 명의 천재가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다는 '인재론'을 기반으로 국적과 출신에 관계없이 세계 최고 수준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1990년 지역전문가 제도를 통해 단기적 인재 영입이 아닌 장기간에 걸쳐 이들을 육성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직원들에게 급여와 교육비·체류비 등을 지원하며 현지 언어와 문화, 시장과 생활방식을 익히도록 했다. 본래 20명 가량을 지원하는 제도를 200명으로 대폭 확대한 것도 이 선대회장이 내린 결정이었다.

동시에 품질 중심의 신경영 선언을 외치기도 했다.

양적 성장에 집중하던 경영방식을 1993년 프랑크푸르트에서 "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는 파격적인 발언을 통해 질적 성장으로 전환할 것을 전사에 촉구했다.

기술과 인재를 확보해도, 사람·조직·제도·기업문화 등 근본적인 조직문화와 업무 방식이 달라지지 않으면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2008년 삼성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러한 원칙은 같은 해 7월부터 현장에 반영됐다.

오전 7시에 출근하고 오후 4시에 퇴근하는 7·4제가 도입돼, 직원들의 업무 집중도를 높이고 퇴근 후 어학과 자기계발에 시간을 투자하도록 했다.

생산현장에는 불량이 발생하면 원인을 해결할 때까지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하는 라인스톱제를 도입했다.

1995년 구미사업장에서 실시한 불량제품 화형식은 품질경영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손꼽힌다.

품질 기준에 미달한 휴대전화 등 약 500억원 규모의 제품을 폐기하며 불량제품은 시장에 내놓지 않겠다는 원칙을 조직 전체에 각인했다.

이건희 선대회장은 경영 무대 밖에서 후대에 문화유산을 전승하는 일에 전념했다.

이 선대회장이 2020년 10월 사망한 이후, 유족들은 그의 철학을 계승해 2021년 4월 그가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 2만3천여 점을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기증했다.

그중에는 정선의 인왕제색도, 김홍도의 추성부도 등 전통미술의 대표작을 비롯해 김환기·박수근·이중섭의 근현대미술, 모네와 피카소 등 해외 거장의 작품이 포함됐다.

서울에서 시작된 기증품 전시는 광주·대구·청주·제주와 경남·부산·울산 등 전국으로 확대됐으며, KH 컬렉션 국내 순회전의 누적 관람객은 350만 명을 넘었다. 이는 단일 컬렉션을 주제로 한 국내 전시 중에서 역대 최대 규모다.

KH컬렉션은 한국 미술의 역사와 가치를 세계에 알리는 역할도 수행하고 있다.

2025년 11월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시작된 국외순회전은 2026년 3월 시카고미술관을 거쳐 현재 영국박물관에서 10월1일부터 열리고 있다.

영국박물관이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을 개최한 것은 1984년 이후 42년 만으로, 고려청자와 조선시대 서화, 근현대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2천 년에 걸친 한국 예술의 창의성과 발전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삼성은 "이 선대회장이 평생 수집한 문화재와 미술품은 유족들의 기증을 통해 세계에 한국 문화의 우수성을 알리는 자산으로 거듭났으며, 대한민국의 문화적 위상과 국가의 격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