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영 정신' 믿는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수주목표 초과달성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

“일이란 결국 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해내는 법이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말이다.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대표이사 사장은 취임 첫해인 2016년 신년사에서 정주영 창업자의 뚝심 배인 이 말을 인용했다.

결국 조선업계의 불황을 뚫고 신규 수주에서 '일'을 해냈다. 

24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현대삼호중공업이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조선사 가운데 처음으로 수주목표를 달성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이 7월까지 확보한 신규 수주 금액은 34억9200만 달러다. 올해 수주목표 33억7100만 달러의 103.6%를 달성했다. 

한국 조선사 맏형 격인 현대중공업이나 그룹 조선사 현대미포조선뿐 아니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실적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들어 7월까지 상선부문에서 34억8300만 달러, 대우조선해양은35억3천만 달러, 삼성중공업은 29억 달러의 신규 수주를 확보했다. 이들의 생산능력이 훨씬 더 크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삼호중공업의 선전은 더욱 두드러진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은 영업을 같이 진행해 선박을 수주하고 있다”며 “수주한 선박을 그룹 조선사 가운데 어떤 조선사에서 건조할지는 선사와 상의해서 정해진다”고 말했는데 선사들이 현대삼호중공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올해 신규수주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된다.  

‘고객 만족’을 강조하는 윤 사장의 경영철학이 선사들에게 전달된 셈이다. 

윤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품질로 고객만족을 실천하는 회사, 품질 때문에 고객이 다시 찾는 회사, 그런 회사를 만들어야 우리에게 미래가 있다”며 고객에게 정성을 들여 감동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조선산업이 극심한 수주절벽에 몰려 고전하고 있을 때 선박을 발주해 준 선주사들에게 감사편지를 써 보낸 것도 이런 정성의 한 사례다.

윤 사장은 2016년 “우리 회사를 믿고 맡겨준 기회를 바탕으로 가장 경쟁력 있는 회사가 되기 위해 노사가 함께 노력하고 있다”며 그해 선박을 발주해준 국내외 21곳 선주사에게 감사편지를 전했다. 

고객 관리는 현장에서부터 이뤄진다. 윤 사장은 현대중공업그룹 안에서도 손꼽히는 ‘현장 전문가’로 통한다. 
 
'정주영 정신' 믿는 윤문균, 현대삼호중공업 수주목표 초과달성

▲ 현대삼호중공업 야드.


매일 아침 진행하는 회의에는 현장 부서장까지 참석하도록 해 현장의 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현장 직원들의 애로사항을 해결해야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보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말처럼 현장이 불편없이 잘 돌아가야 우리가 계획한 것을 다 이룰 수 있다”며 현장관리를 거듭 강조한다.

이런 덕분에 현대삼호중공업은 한국 조선사 가운데서도 유달리 작업장이 깨끗하다는 말을 듣는다.  

현대중공업그룹에서 40년 가까이 일하면서 조선1야드 내업담당, 안전환경실장, 조선사업본부장 등을 두루 거치며 선박 건조작업을 직접 지휘해온 점도 현장 중심의 철학에 한몫했다.

윤 사장의 고객 관리는 신규 수주에서 목표달성을 하는 데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4월26일 싱가포르 선사 센텍마린으로부터 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는데 센텍마린이 현대삼호중공업을 지명해 직접 선박을 발주해 조선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조선업계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는 점을 놓고 보면 센텍마린의 발주는 이례적이었다.

센텍마린과 수주 계약식에는 유영창 전국금속노조 현대삼호중공업지회 지회장도 직접 참석해 선주들에게 신뢰를 높이기도 했다. 

윤 사장의 신규 수주목표 달성은 현대삼호중공업이 앞으로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존재감을 높이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삼호중공업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어 있는 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과 달리 비상장사로 남아 있어 회사 규모에 비해 그동안 주목도가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향후 조선업황이 나아지면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이런 목표에 한 발 더 다가섰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현대삼호중공업이 과거 조선시장이 회복될 것이라는 믿음을 바탕으로 투자를 받기도 했다”며 “언제 상장할지는 알 수 없지만 조선업황이 나아지면 현대삼호중공업이 유가증권시장에서 기업공개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2017년 4월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를 통해 국내 사모펀드인 IMMPE로부터 4천억 원 규모로 자금을 조달했다. 당초 3천억 원을 투자받기로 했지만 조선업황이 회복될 것으로 기대되는 데다 현대삼호중공업이 전세계 조선사 가운데 선두권에 서 있다는 점을 인정받아 투자 규모가 커졌다.

당시 현대삼호중공업은 기업가치가 2조5천억 원에 이른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