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은 현대차그룹에서 장수 CEO로 손꼽힌다.

김 사장은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비서 출신이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의 승계 자금줄로 꼽히는 현대글로비스까지 이끌게 되면서 ‘3대째 가신’이라는 말도 듣는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장수 CEO 타이틀 지킬까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사장.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높여 정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해야 하는데 주가는 뜻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글로비스는 실적에 비해 주가가 맥을 추지 못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3분기에 연결기준으로 매출 4조2258억 원을 거두면서 이전 분기에 이어 또 분기 매출 신기록을 썼다. 

류연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글로비스가 완성차들의 부진에도 올해 차별적 실적을 내고 있는데 내년에도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문제는 이런 실적 호조에도 주가는 힘을 쓰지 못한다는 점이다.

21일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전날보다 0.70%(1천 원) 떨어진 14만2500원에 장을 마쳤다. 최근 1년 사이 23% 떨어졌다. 2014년만 해도 34만 원에 육박했는데 절반도 한참 못미친다.

연말 현대차그룹 인사를 앞두고 김경배 사장의 거취도 주목받는다.

현대글로비스는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곳간으로 꼽힌다는 점에서 그 위상이 특별하다.

정 부회장은 현대차 지분 2.3%, 기아차 지분 1.7%를 들고 있는데 이 두 회사를 제외하면 상장 계열사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글로비스 지분 23.29%를 보유하고 있다. 어떤 방식으로 경영권 승계가 이뤄지든 현대글로비스 보유지분의 가치는 정 부회장에게 매우 중요하다. 

물론 현대글로비스 주가가 힘을 못쓰는 데는 현대기아차의 판매부진에 영향을 받은 데다 일감몰아주기 규제가 강화될 경우 총수일가로 추가로 지분을 매각할 수 있다는 걱정도 작용한다.
 
김 사장은 그동안 내부거래 비중을 낮추고 현대글로비스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외 물류회사 인수합병을 꾸준히 추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2014년 아담폴 인수 이후 인수합병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김 사장은 올해 초 주주총회에서 “신규사업 개발과 인수합병 기회를 지속 발굴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여전히 감감 무소식이다.
 
김경배, 현대글로비스 장수 CEO 타이틀 지킬까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


현대글로비스 관계자는 "해외 물류회사 인수합병을 검토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 성사된 건은 없고 계속 지켜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연말인사를 앞두고 김 사장이 오너일가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있는 점을 들어 현대글로비스 사장을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시선도 폭넓게 자리잡고 있다.

김 사장은 수행비서로 출발했다. 10년 간 정주영 명예회장의 말년을 가까이서 보필했고 정몽구 회장의 비서실장으로도 일해 의중을 잘 아는 인물로 꼽힌다.

정의선 부회장과도 6세 차이밖에 나지 않아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오너 보좌가 3대째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김 사장은 보수적으로 소문난 현대차그룹에서 파격적 승진가도를 달렸다. 45세의 젊은 나이에 현대글로비스 수장에 올라 그룹 최연소 CEO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현대글로비스는 김 사장 취임 전까지 불과 3년 사이 5명의 대표가 교체된 험지였는데 김 사장은 만 8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