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11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에서 열린 정몽구 회장의 외손녀 선아영씨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중공업과 정치권에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존재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정 이사장이 돌아갈까? 돌아간다면 정계일까? 재계일까?
현대중공업 노조는 16일 노조게시판에 올린 성명에서 정 이사장이 경영에 관심을 보여줄 것을 촉구했다.
노조는 정 이사장이 11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외손녀 결혼식에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고 서두를 시작했다.
노조는 “정몽준 최대주주가 보이지 않자 그에 대한 소문이 무성했지만 이날 찍힌 사진을 보니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며 “정 이사장이 현대중공업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고 하지만 실질 소유주로 그의 영향력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노조는 “정 이사장이 집안 결혼행사에 참여해 축하해주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에도 관심을 보이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노조는 정 이사장의 경영복귀를 촉구했다.
노조는 “지금 현대중공업에 창사 이래 가장 거센 피바람이 불어 닥치는 데도 아는 것인지, 모른 척하는 것인지 그는 그동안 외부에 전혀 알려지지 않은 채 은둔생활을 해온 것처럼 보인다”며 “이제 현대중공업의 실질권력 ‘실세’인 그가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사 구조조정으로 감원한파가 몰아쳤고 비조선사업을 떼내는 등 사업구조조정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정 이사장은 ‘복심’으로 통하는 권오갑 부회장을 내세우며 경영일선에 나서지 않은지 오래다. 그런데도 노조에서 주장하듯 회사 위기상황에서 정 이사장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정 이사장은 최근 국내외 정치상황이 소용돌이치면서 정계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새누리당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한 뒤 당 차원에서 11월말 경 방미 대표단을 꾸려 파견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원유철 의원이 대표단을 맡고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이 고문으로 참여한다. 이밖에 김영우 국방위원장, 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한 김세연 의원, 인천시장 시절 트럼프와 대면한 안상수 의원, 경제 전문가인 이혜훈 의원, 조규형 당 국제위원장 등 9명으로 대표단이 구성된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방미시점은 11월20일에서 12월 초 사이로 예상된다”며 “정몽준 이사장은 교섭 중”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당선인과 국내 정재계 인맥은 사실상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이사장은 트럼프 대통령 인수위원장으로 거명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대선캠프에 참여한 폴 월포위츠 전 국방부 부장관 등과 인연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또 미국의 보수성향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 창립자이자 트럼프 캠프의 고문으로 활동한 에드윈 퓰너 헤리티지 전 이사장과도 오랜 친분을 유지해온 사이로 알려졌다.
정 이사장은 2014년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패배한 뒤 국내 정치에서 멀어져 있다. 지난해 말 국제축구연맹(FIFA) 윤리위로부터 6년간 축구활동을 할 수 없는 자격정지 처분을 받아 결국 올해 2월 차기회장 선거에 나서지 못했다.
정 이사장의 현 공식직함은 아산재단 이사장과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 정도에 그친다.
정 이사장은 새누리당 의원 시절 ‘원조 비박’으로 통했다.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새누리당이 분당설까지 나오는 등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정 이사장은 10월 초만 해도 내년 대선출마나 제3지대에 참여하지 않을 뜻을 측근들에게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국이 요동치고 있어 정 이사장의 정치인으로서 'DNA'가 다시 꿈틀 댈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