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이 첫발을 뗐다.

대우건설 노동조합의 반발을 대화로 해결하며 첫 고비를 무사히 넘겼지만 주인 없이 운영된 대우건설의 체질을 개선해야 하는 과제는 무겁기만 하다.
 
[오늘Who] 김형, 주인 없는 대우건설 체질 뿌리째 바꿀 수 있나

▲ 김형 대우건설 대표이사 사장.


김 사장은 11일 오후 2시 서울 종로 새문안로에 있는 대우건설 본사에서 취임식을 열고 업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김 사장은 취임사에서 “회사 안팎의 어려운 여건을 극복하고 과거 1등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던 자랑스러운 대우건설을 재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며 “회사의 명성과 신뢰를 회복하고 건설 본연의 기술을 바탕으로 미래를 향해 무한히 성장할 수 있는 회사로 임직원들과 함께 만들겠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의 재무건전성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 등을 의식했는지 신뢰 회복을 언급한 점이 눈에 띈다. 

대우건설은 올해 초 해외사업에서 3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한꺼번에 털어내며 성사 직전까지 갔던 매각에 실패했다. 2017년 초에 7천억 원가량의 손실을 회계에 반영한 지 1년 만에 또다시 해외사업의 부실이 발생한 셈이라 시장의 충격은 더욱 컸다.

주가는 매각 추진으로 6천 원대를 간신히 유지하다 대규모 빅배스(손실을 한꺼번에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것) 이후 4천 원대 후반까지 미끄러지기도 했다.

대우건설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이 2020년 상반기에 다시 매각을 추진하기로 방침을 세운 만큼 매각 때까지 대우건설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김 사장의 주요 과제라고 볼 수 있다.

해외사업 정상화와 실적 개선 등이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주요방안으로 꼽힌다. 하지만 이에 앞서 기업문화를 개선하는 것을 우선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대형건설사들과 달리 대우건설은 내부 통제 시스템이 약해 사업 리스크를 적절히 관리할 수 있는 체계가 많이 흐트러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대우건설에 반복돼 발생한 빅배스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은 2010년과 2013년, 2016년 등 3년마다 주기적으로 수천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이 2010년대 초반에 한 번씩 대규모 손실을 털어낸 이후 안정됐던 것과 대비된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 등 시공능력평가 5위 안에 드는 다른 대형 건설사들은 모두 삼성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 대림그룹, GS그룹 등 재벌기업에 속해 있다.

이 대형 건설사는 각 그룹의 판단에 따라 해외사업의 부실 문제가 건설업계의 현안이었던 2010년대 초반에 해외사업장의 원가 관리체계를 다시 세웠다. 현장 소장들로 하여금 원가율이 100% 이상이 되면 즉각적으로 회사에 보고하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예상치 못한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중점을 뒀다.

그러나 대우건설은 주인이 없었던 탓에 리스크를 점검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데 소홀했다는 평가가 건설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산업은행이 대우건설 경영을 감독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내부 깊숙한 곳까지 통제하지는 못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대우건설이 2016년 4분기에 7천억 원대의 손실을 반영한 뒤에도 2017년 2분기와 3분기에 해외 현장에서 수백억 원씩 또 손실을 냈고 올해 초에 다시 모로코에서 3천억 원이 넘는 손실을 털어냈다는 점에서 원가 관리체계의 취약함이 드러난다.

대우건설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해외사업장에서 원가율이 상승해도 적절한 책임을 지게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 보니 현장을 중심으로 손실을 계속 숨겨두는 구조가 굳어졌다”며 “이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재무구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8일 일부 조직을 개편하고 본부장급 임원의 보직인사를 실시했다.

기존에 재무관리본부만 담당하던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재무관리본부뿐 아니라 리스크관리본부와 조달본부를 함께 담당하도록 했다.

회사의 자금흐름을 담당하는 CFO에게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권한을 줘 내부 관리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