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건설기계가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후 실적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공기영 대표는 건설기계사업에 맞게 업무를 효율적으로 개편하면서 사업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건설기계 분사 뒤 급성장, 공기영 '맞는 옷 입고' 솜씨 발휘

▲ 공기영 현대건설기계 대표.


27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기계가 수출 증가와 해외생산 법인 인수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기계의 매출을 미리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인 울산항 건설기계 수출량이 8월에 지난해 8월보다 74%급증했다.

회사 관계자는 “울산항은 현대건설기계의 수출 가운데 가장 많은 물량을 담당하는 곳”이라며 “세관에 확인해 본 결과 울산항 수출물량의 대부분이 현대건설기계의 것이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중국 건설경기 회복에 따라 중국 판매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8월 굴삭기 297대를 팔아 지난해 8월보다 판매량이 280.8% 급증했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건설기계가 중국과 인도의 생산법인을 인수하면서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수효과로 내년에 399억 원의 추가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현대건설기계의 성장세는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의 경기회복도 있지만 현대중공업에서 분사한 이후 공 대표가 건설기계사업에 맞게 회사의 체질을 바꾼 영향이 크다.

지난 4월 현대건설기계는 현대중공업으로부터 분사해 나왔다. 건설기계는 많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양산산업인 반면 현대중공업의 주력 사업인 조선의 경우 수주산업이라 영업방식이 다르다. 

공 대표는 현대중공업에 속해 있으면서 자체적으로 건설기계에 최적화된 영업을 할 수 없었는데 분사를 통해 역량을 십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당시 그는 “이제야 맞는 옷을 입게 됐다”며 “건설기계에 맞는 전략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대표에 오르자마자 비효율적인 업무체계를 개선해 의사결정이 좀 더 빨리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수주산업과 다르게 건설기계 판매의 경우 발빠른 고객사 대응으로 판매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공 대표가 온 뒤로 신속한 일 처리를 위해 회사 전체의 업무체계가 개편됐다”며 “공 대표가 업무 전반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직접 지시하는 경우도 많아 이전보다 훨씬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졌다”고 말했다.

공 대표는 30년을 건설기계분야에 몸담은 베테랑이다. 생산, 구매, 영업 등 사업 전반을 두루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15년가량은 해외에서 경력을 쌓아 해외판매 경험도 풍부하다. 

공 대표는 5월 현대건설기계의 브랜드 출범식에서 해외 신시장 개척을 통해 '2023년까지 매출 7조 원, 글로벌 5위 회사'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해외진출 확대에도 의지를 보였다.

현대건설기계 관계자는 “이미 북한과 일본을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팔고 있다고 할 정도로 넓은 해외 영업망을 갖추고 있다”며 “공 대표의 신시장 개척은 해외에서 고객사를 더 늘리겠다는 의미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건설기계는 전 세계 540개의 영업점을 통해 해외판매를 하고 있고 매출의 80%를 수출에서 내고 있다. 공 대표는 해외영업점을 시장수요가 높은 곳 위주로 개편해 해외매출을 더 끌어올릴 계획도 세워뒀다.

공 대표는 1962년 태어나 부산대 경영학과를 나왔다. 1987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한 후 줄곧 건설기계 분야에서 일했으며 현대중공업 인도법인장을 맡기도 했다. 올해 4월 현대건설기계가 현대중공업에서 분리해 출범하면서 대표이사에 올랐다. [비즈니스포스트 이대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