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우리은행장을 놓고 이광구 행장의 대항마로 이동건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과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이 떠오르고 있다.

우리은행은 11일 차기 은행장을 뽑기 위한 공모지원 접수를 마감한 결과 이광구 행장과 이동건 그룹장, 김승규 전 부사장, 김병효 전 우리아비바생명 사장을 비롯한 전현직 임원 11명이 접수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장 선임, 이광구 대항마로 이동건과 김승규 급부상  
▲ 이동건 우리은행 영업지원그룹장.
임원추천위원회가 차기 우리은행장 선발 기준으로 내세운 △은행·지주·계열사 재직기간에 이룬 업적 △경영능력 △미래 비전 △조직 내 리더십 △도덕성 등을 감안하면 이광구 행장의 맞수로 이동건 그룹장과 김승규 전 부사장이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2014년 우리은행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주요 인물들이 다시 경쟁하게 됐다”며 “당시 이광구 행장이 이변을 일으켰다는 평가가 우세했던 만큼 이번에도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동건 그룹장은 이순우 전 행장 시절 수석부행장을 맡는 등 우리은행 내부사정에 밝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 그룹장은 우리은행의 모바일사업을 총괄해 경영능력도 입증했다. 우리은행의 위비뱅크와 위비마켓, 위비톡 등 모바일플랫폼은 지난해 우리은행 실적상에 크게 기여한 데다 미래 주요사업으로도 꼽힌다.

그러나 민영화를 주도한 이광구 행장보다 업적 면에서 성과가 부족하고 2014년 우리은행장 경쟁에서 이광구 행장에게 한차례 밀려났던 점은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그룹장은 2014년 당시 2인자 자리로 꼽히는 수석부행장을 맡고 있었던 만큼 가장 유력한 차기 행장으로 꼽혔지만 결국 이광구 행장이 선임됐다.

김승규 전 부사장은 재직 당시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 등을 성공하고 해외자본과 투자협상을 벌이는 등 우리금융지주의 민영화작업을 총괄했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전 부사장은 은행에서 대부분의 경력을 쌓은 이광구 행장, 이동건 그룹장과 달리 우리금융지주 부사장과 우리신용정보 사장 등을 지낸 경험이 있는 만큼 과점주주들과 호흡을 맞추고 우리은행의 금융지주체제 전환을 추진하는 데 적합한 인물이라는 말도 나온다.

  우리은행장 선임, 이광구 대항마로 이동건과 김승규 급부상  
▲ 김승규 전 우리금융지주 부사장.
다만 경영능력을 드러낼 구체적인 성과가 없고 현직에서 물러난 인사라는 점에서 앞으로 경영계획과 미래비전부문에서 부정적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

이동건 그룹장과 김승규 전 부사장이 한일은행 출신이라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광구 행장이 상업은행 출신인 만큼 다음 행장은 한일은행 출신이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이동건 그룹장과 김승규 전 부사장에게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반면 현재 우리은행 직원의 80% 이상이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통합 이후 입사한 데다 남은 한일은행 출신들은 10%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상업은행과 한일은행의 계파갈등이 차기 행장 선임에 큰 영향을 끼치기 힘들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들은 차기 행장 선임과정에서 한일은행과 상업은행 출신을 따지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신상훈 우리은행 사외이사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상업은행과 한일은행 출신의 갈등은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며 “그러나 평가 시스템만 잘 작동되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최석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