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사법부의 혁신을 위해 법과 원칙에 따른 단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 처장은 11일 대법원청사 16층 무궁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국민들이 사법제도를 불신하게 되는 사법부의 위기를 심각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과거의 잘못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라면 이를 시정하고 단죄하는 일은 반드시 법과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취임식에서 "과거 단죄도 법과 원칙에 따라야"

▲ 조재연 신임 법원행정처장이 1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법원 무궁화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법농단’ 사태를 놓고 사과하며 사법부 내부의 통렬한 자기반성을 촉구했다.

조 처장은 “오랜 세월 우리가 사법부의 닫힌 성 안에 안주하며 사회 변화를 외면해온 것은 아닌지 질문하고 싶다”며 “세상은 빠르게 변해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를 포용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공동체의식이 고양되고 있는데 사법부가 이런 시대정신에 둔감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에 관련한 평가는 국민들의 몫이며 사건 관계인들을 존중하는 겸손한 태도로 나아갈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조 처장은 “우리는 법대 위에서 내려다 봐 왔지만 법원은 바로 국민들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며 “몸은 법대 위에 있어도 마음은 법대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고 사법이용자 중심의 관점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원행정처가 당면한 세 가지 주요 과제로 사법행정 개혁방안의 입법화, 사법부 내부 구성원의 소통과 치유, 사법제도의 개선을 꼽았다.

조 처장은 “법원 내·외부의 의견을 수렴해 마련한 법원의 의견이 국회에 제출돼있다”며 “법원과 국민 모두를 위하여 최선의 개혁 입법이 이뤄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법부 구성원들의 대화와 소통도 들었다.

조 처장은 “우리 스스로가 갈등과 대립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국민들로부터 더 외면받고 신뢰를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당한 요구라도 조금 더 참고 양보하며 바쁜 걸음이어도 조금 더 천천히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사법부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국민들의 이해와 지지가 필수라고 바라봤다.

조 처장은 “사법부가 일방적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하면서 이에 따라달라는 방식으로는 국민의 호응을 얻을 수 없다”며 “국민들의 참여를 통해 공감과 지지를 얻는 방법으로 제도 개선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 제출된 법원조직법 개정 의견에 따라 법원행정처가 폐지되면 마지막 행정처장이 될지도 모른다”며 “끝까지 배에 남아 항구까지 무사히 배를 인도하는 선장의 자세로 임무를 완수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조 처장은 1982년 법관으로 임용돼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형사지법 판사, 춘천지법 강릉지원 판사, 서울지법 동부지원 판사 등으로 재직했다. 1993년 의원면직을 통해 변호사로 활동하다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대법관으로 임명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4일 사의를 표명한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의 후임으로 조재연 대법관을 25대 법원행정처장으로 임명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은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