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곧 시민이고 시민이 곧 경찰이다. 바로 이런 인식 위에 경찰과 시민 사이 협력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가 15일 경찰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인용한 로버트 필의 '경찰 원칙'이다. 
 
[오늘Who] 민갑룡, '젊은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으로 개혁 고삐 쥐다

▲  제21대 경찰청장으로 지명된 민갑룡 경찰청 차장이 경찰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1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영국 경찰제도의 기초를 세운 로버트 필의 말을 인용함으로써 검경 수사권 조정시대를 맞아 경찰개혁을 향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15일 민갑룡 경찰청 차장을 15만 경찰 조직을 이끌 경찰청장으로 내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민 내정자는 치안정책연구소장, 경찰청 기획조정관 등을 지낸 경찰의 대표적 기획전문가”라며 “경찰청 차장으로 권력기관의 민주적 통제라는 현 정부의 국정철학을 잘 이해하고 경찰개혁 업무를 관장해왔다”고 평가했다.

민 내정자의 가장 우선적 과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핵심 쟁점인 '검사의 수사 지휘권 유지 여부'와 '영장 청구권을 경찰에게도 인정할 것인지 여부'와 관련해 경찰에게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경찰을 개혁하는 일이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8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출근길에 "수사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수사의 적법성이 아주 중요한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이 경찰의 자율성과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반대의견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민 내정자로서는 이런 검찰의 반대에 명분을 주지 않기 위해서도 경찰 수사의 적법성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무겁게 안게 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15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 총장, 이철성 경찰청장 등과 함께 한 점심식사 자리에서 “국민들이 왜 똑같은 내용을 가지고 검찰과 경찰에서 두 번 조사 받아야 하나”라며 “이것은 국민의 인권침해이고 엄청난 부담이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밝히고 검경 수사권 조정의 뜻을 내놨다.

민 내정자 발탁은 청와대가 검경 수사권 조정에 앞서 경찰개혁을 주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말도 나온다.

민 내정자는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혁신추진TF팀장 등을 거치며 경찰개혁을 이끌 적임자로 꼽혔다.

문재인 정부와 인연도 깊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 경찰청 수사권조정팀 전문연구관을 지내며 당시 경찰청 혁신기획단 외부위원이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연을 맺었다.

자치경찰제 기초를 마련하는 것도 민 내정자의 중요한 과제다.

문 대통령은 15일 점심식사 자리에서 경찰이 자치경찰제 기초 마련을 추진하고 국회의 시기 선택을 존중할 것도 함께 지시했다. 자치경찰제는 지방자치단체에 경찰권을 부여하고 경찰의 설치·유지·운영과 관련한 책임을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는 제도를 말한다.

민 내정자는 1965년 전남 영암에서 태어나 신북고를 나왔다. 경찰대(4기)를 1988년에 졸업하고 경찰에 발을 디뎠다.

경찰청 혁신기획단 업무혁신팀장과 수사구조개혁팀장, 기획조정담당관, 국민안전혁신추진TF팀장 등을 거쳤고 이례적으로 치안감 승진 1년 만에 치안정감까지 올랐다.

15일 경찰위원회 만장일치로 내정자 신분을 확정한 민 내정자는 행정안전부 장관 제청과 국무총리를 거쳐 대통령 임명 절차를 밟는다. 국회 인사청문회는 최대 3일간 열린다.

민 내정자가 경찰청장이 되면 전남 출신으로는 1999년 퇴임한 김세옥 전 청장 이후 20년 만이다. 또 강신명(경찰대 2기) 청장 이후 두 번째 경찰대 출신 경찰청장이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