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 제재조치의 강도를 높이면서 중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들어오는 애플 아이폰에도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서 미국으로 수입되는 5천억 달러(약 564조 원) 규모의 물품에 모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트럼프, 중국에서 생산되는 애플 아이폰에도 관세 매길 계획 만지작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실상 모든 중국산 수입품에 세금을 매기겠다는 방침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새 관세 부과 조치가 결정되면 애플이 중국에서 생산해 미국에서 판매하는 아이폰도 결국 관세 대상에 포함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플은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서 판매하는 아이폰을 대부분 중국 위탁생산공장에서 생산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최대 IT기업인 애플이 타격을 받을 가능성에 그동안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2400억 달러 규모에 이르는 1~3차 중국산 관세 부과 제품 목록에 스마트폰은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과 미국 정부가 서로 무역 보복을 주고받으며 제재 강도가 갈수록 높아져온 만큼 애플도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는 아이폰 판매가격을 높여 미국 소비자들을 화나게 할 것"이라며 "애플이 지속되는 무역 분쟁에서 갈수록 위험한 처지에 놓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애플이 미국에 아이폰 생산 공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계속 현지 생산시설 투자를 압박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무역보복을 강화하는 동시에 애플의 미국 공장 건설을 더 거세게 압박하는 효과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의 스마트폰 최대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노릴 수도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삼성전자가 약 80% 정도의 스마트폰을 중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서 생산하고 있어 트럼프 정부의 스마트폰 관세 부과 위협에서 충분히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미국이 아이폰에 10% 관세를 부과한다면 아이폰X 기준으로 원가가 약 37달러 오르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다. 애플이 손해를 감수하거나 원가 상승분을 판매 가격에 반영해 가격 경쟁력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중국 스마트폰업체들의 미국 진출이 어려워지는 점도 삼성전자의 미국 스마트폰시장 지배력 확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이 트럼프 정부의 추가 관세 부과를 피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미국 정부와 협상을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바라봤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