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20-04-09 15:13:36
확대축소
공유하기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이 혈액암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트룩시마의 미국 판매 부진을 해결할 방안 찾기에 골몰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트룩시마의 사보험사 등재에 집중하는 한편 가격 경쟁력을 더 높이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 김형기 셀트리온헬스케어 대표이사 부회장.
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셀트리온헬스케어가 지난해 11월 미국에 출시한 트룩시마가 초기 미국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트룩시마는 글로벌 제약사 로슈의 혈액암 치료제 ‘리툭산(성분: 리툭시맙)’의 바이오시밀러다.
트룩시마는 리툭시맙 바이오시밀러로는 최초로 미국에서 판매허가를 받아 5조 원에 이르는 세계 최대 리툭시맙시장에 선도자(퍼스트무버)로 진입했다.
그 뒤를 이어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룩시엔스’가 올해 1월 출시됐다.
김형기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트룩시마는 우리 회사에서 미국에 출시한 첫 번째 항암 의약품으로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트룩시마가 셀트리온헬스케어의 매출 증가와 수익성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트룩시마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미국 리툭시맙시장에서 트룩시마의 4개월 차 처방액 비중은 5.4%에 그쳤다. 같은 항암제 바이오시밀러인 ‘엠바시’와 ‘칸진티’가 출시 4개월 차에 각각 점유율 8.8%, 7.2%를 차지했던 것을 감안하면 출시 초반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은 셈이다.
일각에서는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램시마’의 미국 출시 초반 상황과 비슷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오고 있다. 램시마는 유럽에서 6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2016년 4분기 미국에 출시됐을 때는 시장확대에 어려움을 겪었고 2019년 1분기가 돼서야 점유율 6%를 확보했다.
선민정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트룩시마의 5.4%라는 처방액 비중은 다소 실망스러운 수치라고도 볼 수 있다”며 “다만 아직 트룩시마에 기대를 저버리기에는 너무 빠른 시점이며 4월에 발표되는 5개월 차 처방 데이터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김 부회장은 우선 트룩시마를 미국 사보험사에 등재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의료보험은 공보험과 사보험으로 나뉘는데 사보험의 비중이 70%로 압도적으로 높다. 따라서 미국 바이오의약품시장에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사보험 진입이 필수적이다.
사보험사에 선호의약품으로 지정되면 보험사와 계약을 맺은 병의원에서는 바이오시밀러가 오리지널 의약품보다 우선적으로 투여될 수 있다.
트룩시마는 올해 1월 미국 3대 민간 보험사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비선호의약품으로 지정됐다. 반면 트룩시마의 경쟁제품인 화이자의 룩시엔스는 선호의약품으로 등재되며 트룩시마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하지만 트룩시마가 사보험사의 선호의약품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 혈액암 바이오시밀러 '트룩시마'.
서근희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룩시마는 1월 보험금여 목록 변경에 애초에 포함될 수 없었던 만큼 영업력 부족 등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유나이티드헬스케어의 보험급여 등재 목록에 관한 변경은 매달 정기적으로 이뤄지고 있으므로 향후 트룩시마의 등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부회장은 트룩시마의 가격 경쟁력을 더 강화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룩시마는 미국 출시 초기 선점효과를 누렸지만 이제는 화이자의 룩시엔스와 경쟁을 펼쳐야 한다.
화이자는 룩시엔스의 표준 도매가격(WAC) 오리지널보다 24%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는 반면 트룩시마는 오리지널 대비 10% 저렴한 수준이다.
리베이트나 할인율을 적용하지 않은 도매가격이기 때문에 직접 비교하는 것이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룩시엔스가 트룩시마보다 15% 가까이 저렴한 셈이다.
바이오업계의 한 관계자는 “셀트리온헬스케어가 램시마의 미국 출시 초반 실패를 거울삼아 트룩시마의 판매를 확대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강구할 것”이라며 “트룩시마가 유럽에서 충분한 처방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보험사 등재와 가격 등의 문제만 해결한다면 점유율 20% 이상 확보도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