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동차정비사가 차량 수리를 맡긴 의사에게 불만을 털어놨다.

정비사나 의사 모두 고치는 직업인데 왜 정비사 수입이 의사보다 적어야 하냐는 것이다.
 
[오늘Who] 한미약품 후계자 임종윤, 음악과 생명은 '같고도 다른 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


그러자 의사가 이런 말을 했다.

“당신도 자동차 시동을 끄지 않은 상태로 수리를 해야 한다면 돈을 더 받을 수 있을 것이오.”

사람의 생명을 다룬다는 것은 그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유머다. 공부나 게임, 각종 작업들은 ‘되돌리기’가 가능하지만 신체는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라이브 음악 공연도 그렇다. 실수하면 되돌릴 수 없다.

그래서 음악가들은 수도 없는 리허설 공연을 하며 앨범을 발매할 때는 수도 없는 반복과 편집을 통해 최상의 곡을 만들어낸다.

한미약품의 2세 경영인인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겸 한미약품 사장은 그런 면에서 독특한 음악가였다.

임 사장은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의 장남인데 음악을 전공했다. 버클리 음대에서 재즈작곡 석사과정을 밟았으며 귀국한 뒤에는 ‘로맨틱쏘울오케스트라’라는 밴드의 리더로서 ‘C.Lim’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

로맨틱쏘울오케스트라는 앨범을 녹음하면서 녹음 전반에서부터 믹싱 그리고 마스터링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의 끊어가기도 허용하지 않는 ‘원-테이크’ 라이브 리코딩을 고수했다. 이 때문에 로맨틱쏘울오케스트라의 1집 ‘Old School Corea’는 희귀 앨범으로서 소장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음악가 시절에도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가업(家業)의 영향을 받았던 것일까?

임 사장은 16일 한미약품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다시 선임됐다. 2009년 한미약품 사장에 오른 이후 10년차를 맞이하게 됐다.

임 사장은 2000년 한미약품에 입사한 이후 2004년부터 중국으로 건너가 한미약품의 북경법인인 북경한미약품에서 기획실장을 맡으며 북경한미약품의 성장을 이끌었다.

북경한미약품은 매출이 2003년 100억 원에 불과했지만 현재 2천억 수준으로 올라섰다.

임 사장도 북경한미약품에서 초고속승진을 했다. 2004년에는 부총경리(부사장), 2006년에는 총경리(사장)에 올랐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100대 그룹 가운데 한미약품은 오너 2,3세가 입사 이후 6년 만에 사장까지 승진하면서 속도가 가장 빨랐던 것으로 나타났다.  

임 사장은 2009년 한미약품 사장에 오른 뒤 이어 2016년에는 한미사이언스도 단독으로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전까지는 임성기 회장과 공동대표였는데 임성기 회장은 임기가 만료되자 연임하지 않았다. 임 사장이 한미사이언스 단독대표가 되면서 한미약품의 경영권 승계가 본격화됐다는 말도 나왔다.

임성기 회장은 한미약품의 미래를 중국에서 보고 장남인 임종윤 사장에게 중국시장 확대라는 중책을 맡기고 있다.

임 회장은 공산품이나 조선, 자동차 등은 중국이 한국을 따라올 수 있지만 건강과 신체와 관련한 분야는 ‘신뢰’가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이 단시간에 따라올 수 없다고 본다.

임 사장도 프리미엄 산후조리원 ‘센트레 오브맘’을 북경에 개원하는 등 ‘신뢰’가 중요한 분야에서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다.

임 사장은 보수적 제약업계에서 비교적 '흔한' 오너 2세의 승계 사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음악가에서 경영인자로 변신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임 사장이 음악적 재능을 경영에서 꽃피을까?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