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이 이번에는 SBS 경영에서 손을 뗄까?

윤 회장이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약속한 것도 이번이 네 번째인데 또 퇴진을 선택한 배경을 놓고 여러 말들이 나오고 있다. 
 
윤세영, 4번째 'SBS 소유와 경영 분리' 약속은 지킬까

▲ 윤세영 SBS미디어그룹 회장.


언론개혁시민연대는 12일 논평에서 “윤 회장은 2005년과 2008년, 2011년에도 소유와 경영의 분리를 약속했다”며 “한 번 속지 두 번 속냐는 이야기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고 꼬집었다.

SBS 위기 때마다 윤 회장이 같은 카드를 들고 나왔다는 것이다.

윤 회장의 사임이 올해 11월 열리는 지상파 방송의 재허가 심사와 무관하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은 8월 업무보고에서 “방송사 재허가에서 보도 및 제작의 중립성과 자율성, 인력운용 등을 중점적으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SBS를 놓고 윤 회장 사유화 논란이 커지면 SBS의 재허가 심사에 제동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윤 회장이 잠시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일보후퇴’를 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윤 회장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SBS가 재허가 불허 직전까지 가자 소유와 경영분리를 처음 약속했다. 2011년에는 SBS 회장과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났다가 지난해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의 등기이사 및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했다. 

SBS는 탄생할 때부터 공중파를 개인기업에 넘겼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SBS의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는 태영건설이 지분 61.2%를 들고 있다. 윤 회장은 태영건설 등을 거느린 태영그룹의 회장이고 장남인 윤석민 SBS 이사회 의장은 부회장이며 태영건설의 최대주주다. 2대주주는 윤 의장 부인이고 그 다음은 윤 회장이다. 

SBS는 국내 첫 지상파 민영방송사로 1991년 노태우 정권에서 개국했다. 당시 윤 회장이 방송사 설립권을 따낸 것을 놓고 정경유착이라는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노태우 정권이 당시 방송계에서 일던 방송민주화운동을 SBS를 통해 견제했다는 것이다. SBS 역시 민영방송사 허가를 받은 뒤 컬러 TV광고가 빠르게 늘면서 짧은 기간에 크게 성장했다.

이번에 불거진 ‘4대강 보도지침’ 논란도 정경유착의 결과라는 말이 나온다. 윤 회장 일가가 소유한 태영건설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사업에 참여했다. 

전국언론노조 SBS본부(SBS노조)에 따르면 박수택 SBS 환경전문기자는 2009년 6월 윤 회장으로부터 “(4대강사업 비판보도를 하려면) 좀 더 따져보고 나에게 보고하라”는 압력을 받았다. 이후 박 기자가 4대강사업을 두고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자 사전통보없이 논설위원실로 발령받았다. 

SBS 노조가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과 협조해 확인한 결과에 따르면 윤 회장이 박 기자와 면담하고 4개월 뒤인 2009년 10월, 태영건설은 4대강사업에서 1천억 원이 넘는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이런 점을 놓고 볼 때 문재인 정부가 4대강사업 재수사를 국정과제에 포함한 대목도 윤 회장의 사임에 한몫했을 수도 있다. 감사원은 4대강사업과 관련해 6월부터 광범위한 정책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윤 회장은 11일 SBS미디어그룹 회장과 SBS 미디어홀딩스 의장을 사임한다고 밝혔다. 그는 담화문을 통해 "노병은 죽지 않고 다만 사라질 뿐이라는 맥아더 장군의 말이 생각난다"며 "지난 27년은 마치 전쟁 같았는데 후배들을 믿고 이 노병은 이제 홀가분한 마음으로 은퇴하겠다"고 약속했다.

SBS 노조는 윤 회장의 사임을 두고 “필요할 때마다 반복해 온 재탕, 삼탕일 뿐”이라고 말했다. 다시 복귀하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