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부에서 요직을 역임한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21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9세.

노 전 국무총리는 1930년 평안남도 강서에서 태어났다. 19세에 남한으로 홀로 넘어온 뒤 고구마 장사 등으로 고학해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다. 
 
5공화국 때 국무총리 지낸 노신영 별세, 향년 89세

▲ 노신영 전 국무총리가 21일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사진은 22일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빈소에 마련된 노 전 총리의 영정 모습. <연합뉴스> 


대학을 졸업하기 1년 전인 1953년 제4회 고등고시(외교)에 합격한 뒤 1955년 외무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1980년 전두환 정부가 들어선 뒤 외무부 장관으로 임명돼 1982년까지 일했다. 그 뒤 1982년부터 1985년까지 국가안전기획부장, 1985년부터 1987년까지 국무총리를 각각 맡았다. 

제5공화국 정권에서 크게 중용되면서 외교·안보 분야에서 굵직한 업무를 맡았다. 한때 전두환 전 대통령의 뒤를 이을 대선후보로 거명되기도 했다. 

고시 출신 외교관 가운데 처음으로 외무부 장관을 역임했다. 안기부장 시절 중국 여객기 불시착 사건과 아웅산 테러암살사건 등을 겪었다. 

총리로 2년3개월 동안 일해 이명박 정부의 김황식 총리(2년4개월) 전까지 최장수 총리로 이름을 남겼다.

1987년 1월 박종철씨 고문치사 사건이 터지자 총리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 뒤 민정당 고문을 거쳐 1994년부터 2012년까지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으로 일했다. 

노 전 총리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멘토’로도 알려졌다. 

그가 1970년 첫 주인도대사를 맡았을 때 반 전 총장이 서기관으로서 동행했다. 총리를 맡았을 때는 반 전 총장이 초의전비서관으로 파격 승진하기도 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22일 SNS에 글을 올려 “노 전 총리는 능력과 경륜의 공직자였다”며 명복을 빌었다. 이 총리는 노 전 총리가 외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일했을 때 담당한 기자였다. 

노 전 총리의 부인 김정숙씨는 서울대 법대 동기생으로 2009년 4월 세상을 떠났다. 

노 전 총리는 부인과 사이에서 3남2녀를 뒀다.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 홍진기 전 중앙일보 회장과 사돈관계를 맺었다.

노 전 총리의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5일로 장지는 대전 현충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