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새 이름 새 출발’ 계획에 빨간불이 켜졌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의 이미지 쇄신을 위해 이름을 바꾸는 등  재도약을 꾀하고 있는데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장이 접수돼 이미지를 구기게 됐다.
 
김준기 성추행 논란, 동부그룹 ' 새 이름 새 출발' 이미지 구겨

▲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서울 수서경찰서는 19일 김 회장의 비서로 일했던 30대 여성 A씨가 강제추행 혐의로 김 회장을 11일 고소했다고 밝혔다.

A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김 회장은 2월부터 7월까지 6개월 동안 A씨를 강제추행했다. A씨는 김 회장이 허벅지와 허리 등을 만지는 모습이 담긴 영상도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년간 동부그룹 회장실에서 근무하다 7월 사직서를 냈으며 김 회장 역시 7월 말 출국해 외국에 머물고 있다. 경찰은 A씨의 진술을 토대로 관련 증거를 조사한 뒤 김 회장을 불러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동부그룹측은 “신체접촉이 있었지만 강제성은 없었다”며 “A씨가 동영상을 보여주며 100억 원을 달라고 협박했지만 응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동부그룹 이름까지 바꿔가며 부활을 노리던 시점에 대형악재가 터진 셈이다. 

김 회장은 동부그룹에서 46년간 써왔던 ‘동부’ 브랜드를 버리고 10월부터 DB그룹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금융과 제조 계열사들도 차례로 회사이름을 DB로 바꾼다. 그룹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구조조정과 관련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떨치기 위해서다.

동부그룹은 대규모 구조과정에서 동부제철과 동부특수강 등 주요 계열사들이 이탈하면서 주력업종이 건설에서 금융으로  바뀌었다. 특히 금융업은 고객 신뢰도가 중요한데 이번 사건으로 이미지 훼손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 회장은 재계 1세대 기업인으로 여전히 경영일선에서 활동하고 있다. 재계에서 보기 힘든 정치인 2세 출신이다. 그의 부친은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으로 1954년 국회에 입성해 7선 의원을 지냈다.

김 회장은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에 재학 중이던 1969년 만 24세의 나이에 동부그룹의 전신인 미륭건설을 세웠다. 자본금을 확보하지 못해 친지들에게 빌린 2500만 원으로 시작했다.

1971년엔 동부고속운수(현 동부익스프레스)를 세우며 처음 ‘동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그 뒤 제철업과 금융업 등으로 사세를 확장하며 각 계열사에 차례대로 ‘동부’를 붙였다

중동건설 경기 붐을 타고 사업을 키워 창업 10년 만에 30대그룹에 진입했다.  2005년 13위까지 올라 2014년까지 17위를 유지했지만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서 지난해 재계순위 30위권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계열사 수도 2013년 말 66곳에서 현재 23곳으로 줄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