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전자계열사 컨트롤타워 조직인 삼성전자 사업지원T/F를 이끄는 정현호 부회장이 정기인사에서 승진하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시대 삼성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을 다시금 증명했다.

정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구속됐다 풀려난 이 부회장이 준법 경영을 강조하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조직에 투명성을 더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오늘Who] 정현호 삼성전자 부회장 승진, 컨트롤타워 새 모델 만드나

정현호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부회장.


7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2022년도 정기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안을 이른 시일에 순차적으로 확정해 발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날 발표한 사장단인사에서 대표이사를 모두 교체하고 스마트폰과 가전사업을 한 사업부문에 통합하기로 한 만큼 후속 임원인사와 조직개편 규모도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 승진한 정현호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 사업지원T/F에 눈에 띄는 변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삼성에서 오너경영자나 대표이사가 아닌 임원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는 사례는 이학수 전 전략기획실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매우 소수에 그치기 때문이다.

사업지원T/F가 이번 조직개편에서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과 같은 그룹 핵심 컨트롤타워 조직으로 재편되고 경영 의사결정과 중장기 전략 수립에 더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 부회장은 삼성전자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후폭풍으로 미래전략실을 해체한 뒤 2017년 말 신설한 사업지원T/F장에 올라 전자계열사들 사이 협업과 사업 운영을 총괄해 왔다.

과거 미래전략실 출신 사장급 임원 가운데 정 부회장만 유일하게 삼성전자로 복귀할 정도로 이재용 부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

정 부회장은 이후 이 부회장이 재판을 받거나 수감되는 등 경영에 참여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삼성전자 사업을 안정적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아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 경영에 중요한 축으로 확실히 자리잡게 됐다.

삼성전자는 이번 사장단인사에서 정 부회장이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지원, 삼성전자 및 전자계열사 사이 시너지 발굴 등을 통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이끌었고 승진을 통해 안정적 사업 지원과 미래 준비에 더욱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부회장의 승진은 사업지원T/F 중심의 삼성전자 의사결정체제에 변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으로도 볼 수 있다.

정 부회장과 비슷한 역할을 담당했던 전임자인 이학수 전 부회장과 최지성 전 부회장은 각각 삼성의 불법 경영승계나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태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미래전략실을 해체하기로 결정한 점도 전략기획실과 미래전략실을 중심으로 이뤄졌던 이런 과거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한 목적이었다.

다만 지금과 같이 삼성전자 사업지원T/F의 의사결정체제나 구체적 역할 등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 부회장이 승진한다면 다시 삼성이 과거로 복귀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따라서 정 부회장이 이른 시일에 이뤄질 조직개편에서 약 4년째 이어지던 사업지원T/F체제를 끝내고 이를 정식 조직으로 승격시키거나 조직을 구체화하는 등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정 부회장도 이미 삼성물산 합병과 계열사 부당지원 등에 관련해 검찰조사를 받았던 만큼 이재용 시대 삼성이 달라졌다는 점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할 필요성이 크다.

이번 임원인사에서 정 부회장이 승진한 것은 삼성이 과거와 같은 논란을 다시 겪는 일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사업지원T/F가 삼성 미래전략실보다 더 불투명한 조직이라는 비판이 그동안 계속 나왔던 만큼 정 부회장의 승진을 계기로 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삼성전자가 이재용 시대 미래 먹거리를 준비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 신사업 진출 등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과 실행에 속도를 내야 하는 만큼 정 부회장이 전면에 나서 역할과 권한을 강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 미래전략실을 폐지한 뒤 계속 재판을 받고 있어 삼성에 큰 변화를 추진하기 어려웠지만 이번에 과감한 인사가 이뤄진 데 이어 해외 출장에 활발하게 나서는 등 경영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해외출장을 떠난 뒤 정 부회장 승진인사를 발표한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 부재할 때도 정 부회장에게 중요한 역할을 맡긴다는 의미로 볼 수도 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 합병 등 현재 진행중인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정 부회장의 활동 반경이 더 커질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 이번 사장단인사는 큰 폭의 인적 쇄신으로 변화의 계기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데 앞으로 이어질 조직개편에서도 새 컨트롤타워 구축 같은 대규모 변화를 예상하는 시선이 힘을 얻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그동안 정부 기관 등 각계각층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며 "삼성과 같은 큰 기업에는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한 조직"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