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메모리 기술 난이도가 증가할수록 기술과 원가 격차가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는 건 자연스럽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선두업체로서 리더십을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이 4월29일 삼성전자 콘퍼런스콜에서 한 이야기다. 이 말을 두고 삼성전자의 메모리반도체 사업이 정확히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알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황민성 삼성증권 팀장은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 직후 발간한 레포트에서 “많은 질문이 삼성전자의 경쟁력에 집중됐지만 만족할만한 답변은 없었다”며 “격차가 줄어드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은 과연 최선의 답변인가”고 반문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수많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현재 삼성전자의 핵심사업은 메모리반도체 사업, 좀 더 구체적으로는 D램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기준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40%이상이 D램 사업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삼성전자의 D램 초격차는 과연 지금 어떤 상황일까? 

초격차, 메모리 경쟁력이라는 것을 살펴보기 위해 분석해야 할 요소는 기술력, 장비와 생산능력, 시장점유율, 인재확보 등이다.

기술력은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어려운 요소다. 같은 제품이라고 하더라도 특정 분야마다 각자 자신있는 기술력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삼성전자의 기술 수준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삼성전자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D램 기술 초격차와 관련해 “40나노, 30나노 시절에는 기술 격차가 1년 반~2년 정도 차이가 났다면 10나노 초미세공정 경쟁으로 접어들면서 선폭을 좁히기가 점점 어려워져 기술격차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맞다”며 “하지만 여전히 경쟁사들과 삼성전자 사이의 기술격차는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가장 대표적 기술격차로 꼽고 있는 것이 바로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다. EUV는 반도체 초미세공정에서 사용되는 장비로 10나노 급 디램을 양산할 때 핵심이 되는 장비다.

삼성전자는 EUV 활용 능력에서 경쟁사들이 절대 삼성전자를 따라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가 바로 EUV가 적용되는 ‘레이어’ 개수의 차이다. 

D램은 수십개의 레이어가 쌓여서 만들어지는데, 삼성전자는 이 가운데 5개 레이어에 EUV공정을 적용하고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1개 레이어에 EUV 공정을 적용하고 있다. D램시장 점유율 3위 마이크론은 현재 EUV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가 EUV 공정을 다섯 번 반복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니고 있다면 SK하이닉스는 한 번 반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력의 차이가 실제 D램 초미세공정 경쟁에서 매우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장비와 생산능력이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내부 관계자는 장비와 생산능력의 차이를 두고 “다른 경쟁사들이 메모리분야에서 삼성전자를 현재 절대로 쫓아올 수 없는 이유는 뚜렷하게 눈에 보이는 곳에서 격차가 나기 때문”이라며 “기술력이나 이런 것은 서로 낫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장비의 개수나 생산능력처럼 정량적 부분에서 굉장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삼성전자의 초격차는 유지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서는 다시 한 번 EUV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유안타 증권에 따르면 2022년 말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EUV는 각각 18대, 4대다. 마이크론은 EUV를 한 대도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있다.

물론 삼성전자는 EUV를 파운드리 사업에도 투입하고 있는 만큼 정확히 D램 생산공정에 EUV가 몇 대 사용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경쟁사보다는 확실히 장비 측면에서 우위에 서 있다고 볼 수 있다.

다음은 점유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3분기 동안 SK하이닉스와 격차를 계속해서 확대해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사이 메모리시장 점유율 격차는 2020년 4분기에 11.7%포인트에서 2021년 3분기에 16.3%포인트까지 커졌다.

하지만 이 격차는 2021년 4분기에 갑자기 확 좁혀졌다. SK하이닉스의 D램시장 점유율이 2021년 3분기 27.2%에서 4분기 29.7%까지 무려 2.5%포인트나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시장점유율 격차도 12.6%포인트까지 다시 좁혀졌다.

그렇다면 올해 1분기 점유율은 어떻게 됐을까? 안타깝게도 아직 2022년 1분기 D램시장의 점유율은 조사되지 않았지만 2022년 1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부문 매출격차가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고 추론할 수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에 따르면 2021년 4분기에 삼성전자는 D램에서 매출 11조1천억 원을, SK하이닉스는 8조8천억 원을 냈다. 격차는 약 2조3천억 원이다. 

이 격차는 2022년 1분기에 삼성전자가 D램에서 매출 11조2천억 원, SK하이닉스가 매출 7조9천억 원을 내면서 3조3천억 원으로 벌어졌다. 단순하게 보더라도 2020년 4분기와 비교해 삼성전자는 매출이 조금 늘었고, SK하이닉스는 조금 줄었으니 점유율 격차 역시 다시 확대됐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2021년 1분기부터 2022년 1분기까지만 놓고 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점유율 차이는 확대되고 있는 국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특히 올해 하반기부터는 D램 가격이 다시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만큼 이 때 두 회사가 어떻게 나아갈지 보는 것이 삼성전자의 ‘초격차’를 볼 때 좋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은 인재와 관련된 이야기다.

반도체 산업이 기술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초격차를 유지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을 꼽으라고 한다면 바로 인재라고 볼 수 있다. 문제는 삼성전자에서 다른 회사를 가고싶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에서 “5년차 미만의 직원이 갑작스럽게 연차를 낸다면 다른 회사 면접을 보러 가는 것일 수 있으니 주시해달라”라는 내부 공지를 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나서 사내 복지 업그레이드를 약속할 만큼 인재들을 잡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반도체 시장은 기술 연구 싸움, 숙련 기술자 확보 싸움이라는 점을 살피면 무엇보다 삼성전자에게 커다란 과제가 바로 이 인력유출 문제를 해결하고 우수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여전히 D램시장에서는 굳건히 1등을 지키고 있는 삼성전자, 과연 삼성전자는 앞으로도 D램시장에서 ‘초격차’를 계속 유지해나갈 수 있을까.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