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시장과 박남춘 인천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위해 온힘을 기울이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선정되면 기업유치, 일자리 창출 등 지역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돼 각 광역단체장들이 유치경쟁이 치열하다.  
 
허태정 박남춘 이시종, ‘K-바이오 랩허브'는 우리 지역으로 유치 치열

▲ (왼쪽부터) 허태정 대전시장과 박남춘 인천시장, 이시종 충북도지사.


9일 각 광역지자체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허 시장과 박 시장, 이 도지사는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 선정작업이 시작됨에 따라 유치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 구축 프로젝트는 짧은 기간에 신약 개발을 할 수 있도록 한 공간에 실험부터 시제품 제작까지 가능한 플랫폼이 들어선다.

중소기업벤처부는 신약 개발 창업기업 육성을 위한 K-바이오 랩허브 구축을 추진할 지방자치단체를 5월12일부터 6월14일까지 모집하고 있다.

유치 의향서 제출 마감일은 앞서 5월25일까지였는데 모두 12개 시·도가 이를 제출했다. 사업계획서 및 관련 서류는 14일까지 제출해야 한다.

중기부는 △산·학·연·병 협력 용이성 △후보 부지의 적정성 △사업 운용과 지원계획의 타당성 △주변 인프라와 지자체의 지원역량 등을 중점 평가해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했다. 이어 2021년 8월 예비타당성 평가를 통해 2023~2024년 공간 조성을 마친다는 계획을 세웠다. 

국비 2500억 원과 지방비 850억 원 등 모두 3350억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월10일 ‘제6차 혁신성장 빅3 추진회의’에서 “바이오분야 벤처투자가 확대되고 있으나 분석·검사·제조 장비 등이 포화상태로 초기 바이오벤처의 접근성이 떨어지고 병원·벤처캐피탈 등 연계도 부족하다”며 이번 사업의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K-바이오 랩허브는 미국 보스턴의 바이오 스타트업 지원기관인 ‘랩센트럴’을 벤치마킹해 추진된다. 랩센트럴은 2012년에 설립돼 지방자치단체인 메사추세스 주정부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운영되는 비영리기관이다. 

바이오벤처는 다른 분야와 달리 각종 인허가를 받는 데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며 최소 10억 원 이상의 초기 창업자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신약개발 성공률이 아주 낮아 불확실성도 크다.

랩센트럴은 바이오벤처기업이 창업 초기에 최소한의 시간과 비용을 들여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어 업계의 호평을 받고 있다.

랩센트럴은 △기업이 연구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첨단시설과 장비를 제공하고 △기업 공통업무는 모두 랩센트럴이 패키지로 서비스하며 △최장 3년 내에 기술의 사업성 검증을 완료할 수 있도록 하고 △투자자, 변호사, 협력사, 멘토 등을 연결해 주며 △메사추세스공대, 하버드대, 다국적 제약기업, 연구소 등과 다양한 형태의 교류와 협력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둘러싸고 대전과 인천, 충청북도(오송) 등 3곳 가운데 후보지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선이 나온다. 

실제 대전은 K-바이오 랩허브 유치에 가장 먼저 나섰다. 허 시장은 2019년 4월 보스턴·케임브리지 탐방 일정에서 첫 방문지로 랩센트럴을 둘러보고 설립 목적과 운영방식 등을 살펴봤다.

같은 해 11월에는 ‘바이오메디컬 규제자유특구’로 지정 받았다. 특구에서는 공용연구시설을 통해 각종 백신 및 치료제를 조기에 상용화하는 실증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월 ‘2030 바이오헬스 혁신성장 마스터플랜’을 발표했으며 중요과제 가운데 하나로 '한국형 바이오랩센트럴 건립'을 선정하기도 했다. 이어 ‘K-바이오 랩허브 유치 추진단’을 5월20일 꾸렸다.

대전에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KAIST(한국과학기술원)·나노종합기술원 등 정부 출연 연구기관을 포함한 연구기관이 61개가 소재해 있다. 또한 바이오 기업이 600곳이 넘으며 석·박사급 바이오분야 전문인력도 2만6천 명가량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대덕특구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등 국내 최대 규모(32km2)의 바이오클러스터도 조성되어 있다. 

대전시청 관계자는 “중기부가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 모집 공고를 내기 전부터 준비해 왔다”며 “이번 랩허브 구축 목표의 방점이 신약개발에 있기 때문에 바이오메디컬 규제 특구인 대전이 최적의 입지다”고 말했다. 

인천은 산·학·연·병이 모두 집적돼 단일도시에서 기술 개발부터 임상, 생산까지 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도시라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위치해 있으며 60개 이상의 바이오 관련 기관도 모여 있다. 

2020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1조7천억 원과 7천억 원을 들여 인천 송도에 공장을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발맞춰 인천은 대기업과 바이오벤처가 연계할 수 있는 클러스터 형성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박 시장은 4월22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인천테크노파크, 바이오관련 기업·대학·학회 등 48개 기관과 ‘K-바이오 랩허브사업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6월7일 랩허브 유치를 위한 역할을 공유하고 협력을 다지기 위해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위한 산학연병 라운드 테이블’도 열었다. 

인천시청 관계자는 “대전을 제외하면 인프라 등 다른 측면에서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앞서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대전보다 바이오기업과 연구기관 수가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차별화한 사업계획서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충청북도는 청주 오송에 종근당바이오, 대웅제약 등 기업뿐만 아니라 식품의약품안전처, 질병관리청,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등 6대 바이오 관련 행정기관이 있어 허가·심사 등 신속성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일찍이 1997년에 국내 최초로 ‘오송생명과학산업단지’로 지정됐으며 2009년 ‘바이오·보건의료산업 특화단지’가 조성됐다. 이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하고 연구시설 등의 인프라를 갖추게 됐다. 

충북은 5월14일 K-바이오 랩허브을 유치하기 위한 토론회를 열고 본격적으로 유치전에 뛰어들었다. 20일 바이오 관련 기업·연구소·대학·병원·벤처투자사(VC) 등 61개 기업과 K-바이오 랩허브 유치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충북도청 관계자는 “충북은 바이오 관련 국가연구단지로 지정되어 연구시설 등 인프라와 함께 우수인력을 이미 많이 확보하고 있다”며 “K-바이오 랩허브 후보지로 선정된다면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단기간에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벤처부는 7월까지 후보지 1곳을 확정해 발표한다. [비즈니스포스트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