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수 삼양식품 ESG위원회 위원장이 삼양식품의 투명한 경영체제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외이사 수를 늘리고 이사회 아래 여러 위원회를 신설하는 등 이사회를 재정비하고 자산규모에 걸맞은 내부통제제도를 활용해 오너의 횡령 등으로 실추된 기업 이미지를 회복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경영 투명성 촘촘하게, 오너 김정수 횡령 그림자 벗기 힘써

▲ 김정수 삼양식품 ESG위원회 위원장.


4일 삼양식품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삼양식품은 소비자 신뢰를 높이기 위해 올해 이사회와 내부통제 조직 등을 중심으로 감시와 견제기능을 강화하는 등 분위기 쇄신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오너인 김 위원장은 대표이사에 오르지 않고 사내이사로 남아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았고 문용욱 사내이사가 최근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됐다. 

삼양식품은 그동안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해 왔다. 3월 주주총회에서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정관이 변경됐다. 

문 의장은 2015년 상임고문으로 삼양식품에 합류했는데 삼양식품의 해외시장 진출에 핵심적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양식품은 앞서 사내이사에 기존 진종기 대표이사, 정태운 대표이사 겸 생산본부장 이외에 김 위원장과 문 의장을 새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는 홍철규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정무식 법무법인 공감파트너스 변호사, 이희수 예교지성회계법인 대표이사, 강소엽 HSG휴먼솔루션그룹 동기과학연구소 소장 등 회계 및 재무, 법무, 커뮤니케이션 등 각 분야의 전문가 4명을 새로 선임했다.

삼양식품은 지난해 쇄신책으로 이사회 정원 6명 가운데 3명을 사외이사로 채워 견제와 균형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는데 올해 이를 더욱 강화해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각각 4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고 홍 교수와 정 변호사, 이 대표 등 사외이사 3명을 감사위원으로 선임해 감사위원회를 꾸렸다.   

일반적으로 상장기업은 전체 이사 수의 4분의 1 이상을 사외이사로 둬야 한다. 자산총액이 2조 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사외이사를 3명 이상 두면서 동시에 사외이사 수가 절반을 넘어야 한다.

삼양식품은 경영 투명성 확보 차원에서 이사회 아래에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선제적으로 설치했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인 상장기업은 감사위원회와 사외이사후보 추천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하지만 삼양식품은 2020년 연결기준으로 자산총액 5562억 원으로 두 위원회의 설치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밖에 삼양식품은 이사회 아래 ESG위원회, 보상위원회 등도 새로 설치했는데 김정수 위원장이 ESG위원회를 맡아 ESG경영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4월20일 협력사의 ESG경영을 위한 지원을 약속하며 "협력사들이 ESG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수 있도록 지원해 동반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가고자 한다"며 "협력사들과 함께 ESG경영을 실천해 사회적 및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양식품은 4월8일에는 ESG경영과 관련해 노사 공동선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삼양식품은 2020년 말부터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 상장기업에 해당돼 내부회계관리제도와 준법지원인제도를 도입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의 자산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되고 있는데 2019년에는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기업에 적용돼 오다가 2020년부터는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 기업도 내부회계관리제도 적용대상이 됐다.

준법지원인제도는 자산총액 5천억 원 이상의 상장기업이 준법지원인을 1명 이상을 의무적으로 선임하도록 하는 제도다. 다만 준법지원인을 두지 않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준법지원인은 기업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발생하는 법적 위험을 진단하는 법률 전문가로 윤리경영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렇듯 삼양식품이 경영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은 지난해 김 위원장과 김 위원장의 남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 등 오너들이 횡령 혐의로 처벌을 받아 삼양식품의 기업 이미지가 실추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경영일선에 직접 나서는 것보다 ESG경영을 이끄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유령회사를 통해 포장재와 식재료 등을 삼양식품에 납품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회사 자금 49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9년 구속됐다가 이듬해 1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확정된 뒤 삼양식품 대표이사에서 물러났다. 

현행법상 횡령, 배임 등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으면 유관기업에 취업이 금지되는데 김 위원장은 법무부의 별도 승인을 통해 지난해 10월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남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은 같은 혐의로 징역 3년형을 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김하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