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윤석열 투사' 전현희 국회 복귀, 서울 강남북 넘나든 3선 중진 무게 갖춰

▲ 서울 중구성동구갑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후보가 11일 서울 성동구 왕십리로 선거사무소에서 당선이 확실시 된 뒤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서울 중성동갑(중구·성동구갑)에서 여의도로 돌아온다.

전 후보는 20대 총선에서 강남지역에 당선된 데 이어 22대 총선에서는 강북을 지역구로 국회에 복귀하게 됐다. 이번 총선에서 정권심판론이 강하게 작용한 만큼 윤석열 정부에 맞선 ‘투사’ 이미지를 발판으로 정치적 자산을 쌓아나갈 것으로 보인다.

전 후보는 10일 오후 10시20분 현재 개표율 88.52%인 상황에서 득표율 51.67%를 얻어 당선이 유력하다. 윤희숙 국민의힘 후보는 득표율 48.32%를 보이고 있다. 

이로써 전 후보는 20대 국회에 이어 4년 만에 여의도로 복귀하게 됐다.

전 후보는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상징적 승리를 거둔 인물이다. 서울 강남을에 출마해 51.5%의 득표율로 44.4%의 지지를 받은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을 7.1%포인트 차이로 꺾고 당선됐다.

보수 텃밭인 강남지역에 24년 만에 민주당의 깃발을 꽂은 것이다.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으로 단 1석의 차이가 났던 만큼 전 후보의 승리에 의미가 더해지기도 했다.

전 후보는 이번 22대 총선을 통해 강남과 강북에서 모두 지역구 국회의원을 지낸 이력을 보유하게 됐다.

전 후보는 지난해 6월 국민권익위원장 임기를 마친 뒤부터 고향인 경남 통영 출마가 제기됐다. 당시 민주당 통영·고성 지역위원장 자리가 공석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후 서울 종로 출마가 언급된 이후 중성동갑에 전략공천(우선추천)됐다.

당시 민주당의 중성동갑 공천 과정에서는 이 지역구에서 16·17대 국회의원을 지낸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불복했다.

임 전 실장은 전 후보가 전략공천되고 자신이 공천에서 배제되자 당 결정에 불복하고 무소속 출마하는 방안을 고려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당의 결정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뒤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함께 중성동갑 유세 현장에 참석하는 등 전 후보 당선에 힘을 실었다.

전 후보는 장관급 고위직으로 재직하면서 윤석열 정부에서 맞선 ‘투사’ 이미지를 갖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2020년 6월 문재인 정부에서 국민권익위원장으로 임명된 전 후보는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뒤 꾸준한 사퇴 압박을 받아왔지만 지난해 6월 3년 임기를 완주했다.

전 후보는 2022년 6월 국무회의에 참석 대상이 아니라는 통보를 받고 국무회의에 배석하지 않았다. 국민권익위원장은 국무회의 필수 참석 대상은 아니지만 그동안은 일반적으로 배석해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사실상 전 후보를 압박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직·간접적으로 전 후보의 사퇴를 종용하기도 했다.

이어 전 후보는 2022년 7월부터는 근태 부실 등과 관련한 내부 제보에 따라 10개월에 걸친 감사원 특별감사를 받았다. 감사원은 최종적으로 전 후보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뜻의 ‘불문’ 결정을 내렸다.

전 후보는 감사원 감사결과와 관련한 위법성, 감사보고서 조작 의혹 등을 제기하고 최재해 감사원장과 유병호 사무총장 등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고발하기도 했다.

전 후보는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대한민국은 권력의, 권력을 가진 자에 의한, 권력을 가진 자를 위한 정부가 돼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많은 국민이 하고 있다”며 “낮은 곳에서 국민을 바라보며 국민을 중심에 두는, 국민을 위한 정부가 돼야 한다”고 윤석열 정부를 비판했다.
 
'반윤석열 투사' 전현희 국회 복귀, 서울 강남북 넘나든 3선 중진 무게 갖춰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2023년 6월26일 당시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민권익위원장 퇴임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 후보가 중성동갑에 전략공천된 것도 국민의힘에서 윤석열 대통령 후보 선거대책위원회에 속해있던 윤희숙 전 의원을 공천하자 윤석열 정부에 맞서 온 이미지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총선을 통해 민주당이 정국 주도권을 쥘 수 있게 된 만큼 전 후보가 윤석열 정부의 대항마로서 국회에서 정치적 자산을 쌓을 기회를 맞이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22대 총선에서는 ‘정권심판론’이 거세게 작용한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지상파방송3사의 출구조사 결과를 종합해보면 더불어민주당이 지역구와 더불어민주연합 비례대표를 포함해 최대 197개 의석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범 민주당 진영에 포함되는 조국혁신당 등을 포함하면 200석 이상을 확보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은 지역구와 국민의미래 비례대표를 더해 100석 안팎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됐다. 여권이 일명 ‘개헌저지선’인 100석에 미달할 가능성까지 나온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동력 약화가 불가피하다. 전 후보가 반윤 투사 이미지를 살려 윤석열 정부를 향한 공세를 강화하는데 좋은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이에 전 후보는 장관급 고위직과 비례대표, 강남 지역구, 강북 지역구 등을 모두 거친 3선 국회의원으로 존재감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소속 여성 정치인 가운데 장관급 공직과 3선 이상의 국회의원 경력을 갖춘 인물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한정애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있다.

이들 모두 당 안팎에서 확실한 입지와 영향력을 바탕으로 민주당을 대표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국민권익위원장을 거치며 민주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까지 거론돼 온 전 후보는 3선 중진의원으로 정치 커리어를 착실히 쌓을 것으로 예상된다.

전 후보는 1964년 경남 통영에서 태어나 부산 데레사여자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치의학과를 졸업했다. 1996년 3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3년 뒤 사법연수원 28기를 수료하며 한국 최초 치과의사 출신 변호사가 됐다.

대한의료법학회 이사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환경위원회 위원을 지내며 의료 피해자 소송을 주로 맡았다. 2002년에는 대외법률사무소를 설립해 대표 변호사로 활동했고 녹색시민권리센터 소장을 지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 통합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했고 민주당 원내대변인을 지냈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대 국회의원을 지냈고 2020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민권익위원장을 역임했다.

이번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공관위)의 테러대책위원장을 맡았다. 테러대책위원회는 이재명 대표를 습격한 피의자에 관한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한편 종편 패널 및 극우 유튜버의 가짜뉴스 유포에 강력 대응하는 역할을 했다.

지상파방송3사 공동출구조사는 KBS·MBC·SBS가 한국리서치와 입소스주식회사, 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에 의뢰해 진행됐다. 10일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조사했으며 전국 투표소 1980곳에서 모두 35만9750명을 대상으로 물었다.

매 5번째 투표자를 같은 간격으로 조사하는 체계적 추출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지역별로 95% 신뢰수준에서 ±2.9~7.4%포인트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