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롯데 창업 신격호 조명한 '더리더' 초연, 장혜선 "할아버지 얘기로 희망 주고 싶다"

▲ 신격호 롯데그룹 창업주의 삶을 모티브로 한 낭독 콘서트 '더리더'에서 주인공 '남자'가 비누사업으로 성공하는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나에겐 항상 그런 꿈이 있었어.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현실로 만들겠다는 꿈.”

롯데그룹을 창업한 신격호 명예회장의 청년 시절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낭독 콘서트 ‘더리더’에서 주인공 ‘남자’가 하는 말이다. 신 명예회장의 일대기는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전달된다.

공연은 한국이 일본의 지배를 받던 시절 남자가 배를 타고 일본으로 건너가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붙잡혀 고초를 받는다.

조선인이라는 한계 탓에 일본에서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일본인 기업가 밑에서 우유배달부터 시작하며 신뢰를 쌓았다. 특유의 성실함을 무기로 믿음을 얻어 이 기업가에게 큰 투자를 받았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을 일구기 시작했다.

하지만 태평양전쟁 탓에 공장이 폭격으로 무너졌다. 그가 일군 모든 것이 한순간에 없어진 것이다. 포기할 법도 했지만 비누와 껌 사업으로 다시 일어섰다. 

그는 일본에 건너간 뒤 거의 20년이 지난 뒤에야 한국으로 돌아온다. 호텔과 테마파크를 만들겠다고 했지만 한국전쟁으로 모든 것이 폐허가 된 한국에서 이런 사업이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사업이 성공하리라 믿는 사람도 전무했다.

하지만 주인공 남자는 모든 사람들이 의심했던 사업을 현실화했다. 롯데월드의 마스코트로 유명한 로티와 로리가 등장하면서 관객들은 이 사업이 ‘롯데월드’라는 점을 알아챈다. 자연스럽게 주인공 남자가 롯데그룹 창업주라는 사실도 깨닫게 된다.
 
[현장] 롯데 창업 신격호 조명한 '더리더' 초연, 장혜선 "할아버지 얘기로 희망 주고 싶다"

▲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오른쪽 두번째)이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낭독 콘서트 더리더의 리허설을 마친 뒤 연출가, 배우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더리더는 신격호 명예회장의 장손녀인 장혜선 롯데장학재단·롯데삼동복지재단 이사장의 생각에서 출발한 공연이다.

롯데장학재단 이사 시절 냈던 아이디어를 반 년가량 구체화해 공연으로 만들어졌다. 장 이사장은 신 명예회장이 작고하기 전 15년 동안 할아버지와 가깝게 지냈는데 신 명예회장이 늘 책을 읽고 있었다는 점을 떠올리면서 공연의 중요 소재로 책을 삼았다.

실제로 공연의 중요 대목마다 독일 소설가 괴테의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박목월의 시 ‘4월의 노래’,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의 유명 구절이 인용된다.

주인공 남자는 사업이 어려움에 처했을 때, 삶의 방향을 잡지 못할 때마다 이런 구절에서 위로를 받고 해답을 찾아 다시 일어난다. 

더리더를 감독한 박준형 연출은 “실존 인물에서 주목했던 부분은 이렇게 책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기업가가 있었을까 하는 점이다”며 “그분이 사랑했던 문학작품이 인생의 순간순간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상상했고 이런 접근으로 만든 작품이다”고 설명했다.

롯데재단은 더리더 제작에 3억 원을 보탰다. 금전적 지원과 더불어 특별한 부탁 한두가지를 했을 법도 하지만 모든 것을 연출자에게 맡겼다.

박 연출은 “연출 제안을 받고 ‘롯데재단에서 제가 만드는 것에 대해 의견을 많이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요’라며 농담을 했었는데 그런 부분은 전혀 없었다”며 “창작자들이 하는 것들을 응원해주고 리허설 후에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 롯데 창업 신격호 조명한 '더리더' 초연, 장혜선 "할아버지 얘기로 희망 주고 싶다"

▲ 3일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낭독 콘서트 더리더의 리허설 전 무대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장혜선 이사장은 작품에 신 명예회장의 모습이 잘 녹여져 있었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의 일대기와 90% 이상이 비슷했다”며 “특히 신뢰와 도전을 강조한 부분이 감명깊었는데 이는 할아버지가 늘 강조하고 직접 실천하셨던 부분이고 제가 직접 봐왔던 부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장 이사장이 지금 이 시점에 신 명예회장을 모티브로 한 공연을 만든 이유는 무엇일까.

장 이사장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이미지가 안 좋게 되신 부분이 있었는데 손녀로서 안타까웠다”며 “신뢰라든지 열정이라든지 하는 훌륭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시대는 젊은이들이 살아가기 힘들고 팍팍한 세상이다”며 “그런 분들에게 무에서 유를 창조하신 (할아버지의 삶을 모티브로 한) 공연을 보여준다면 희망을 주지 않을까 생각했고 한편으로는 할아버지를 기리고 싶은 마음도 있어 공연을 만들자고 했다”고 덧붙였다.

장 이사장은 이번 공연 제작을 후원하면서 재단 후원자들과 협력기관 관계자, 롯데그룹 계열사 임직원들을 위한 단체 티켓 구매로도 힘을 보탰다. 실제로 롯데그룹 전현직 계열사 대표들과 임원들도 더리더를 관람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리더는 3일부터 5일까지 서울 중구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