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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리포트] 이재명 대통령이 '당적 없는' 사람에게 원전 문제 대답하라고 한 이유
[데스크리포트] 이재명 대통령이 '당적 없는' 사람에게 원전 문제 대답하라고 한 이유
어떤 정치인이 이상적일까.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이 질문에 대해 고전 '소명으로서의 정치'에서 이렇게 정리했다.'신념을 버리지 않으면서 현실의 악마적 힘을 직시하며 결과에 대해 도망치지 않는 사람'.좀 더 부연해서 설명해 보자. 베버는 전문 직업인, 특히 정치인이 겪는 딜레마를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의 갈등으로 설명했다.신념 윤리는 결과와 관계없이 자신이 가진 가치와 도덕적 원칙을 고수하려는 태도를 말한다.반면 책임 윤리는 현실적 결과를 고려해 원칙을 양보하더라도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 내려는 의식이다.베버는 이 두 윤리가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 둘을 함께 가지려는 시도가 진정한 '소명(Beruf) 의식'이라고 봤다.즉 어떤 행위에 따른 예견 가능한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것이 정치인의 윤리라는 것이다.이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말한 '서생의 문제의식과 상인의 현실 감각'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2026년 대한민국 사회에서 베버의 이런 지적이 고려돼야 하는 대표적 이슈로 원전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원전 문제를 그저 신념 윤리만으로 결정하면 전면적 배제론자나 옹호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하지만 책임 윤리 관점에서 보면 원전 배제론자에겐 이런 질문이 남는다. '전력 요금 인상 문제나 에너지 안보 위험은 어떻게 해결할 건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에 실패할 가능성에는 어떻게 대비할 건가.'반대로 원전 옹호론자에겐 이런 과제를 던진다. '사고 리스크의 사회적 비용은 누가 감당하나.' '폐기물 관리의 어려움과 지역에서 갈등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특히 이재명 정부가 내건 핵심 국정과제인 인공지능(AI) 육성 관점에서 보면 원전 문제를 다룰 때 신념 윤리와 책임 윤리의 조화가 필요해 보인다.AI는 단순한 기술 변화가 아니다. 산업구조와 경제의 경쟁력뿐 아니라 사회 인프라 전반을 바꾸는 거대한 전환이다. 그 전환의 핵심인 '전력'이 부족하거나 불안정하다면 AI는 구호나 허상에 그칠 수 있다.국제에너지기구(IEA)의 보고서를 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전력 소비가 당장 2030년 945TWh(테라와트시)로 2024년의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AI용 서버의 전력 소비는 더 가파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이재명 정부는 늘어날 전력 수요를 풍력과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를 늘려 충당하겠다는 기본 방향을 갖고 있다. 이를 위한 전력망도 늘릴 계획도 세웠다.하지만 재생에너지는 시간대와 계절별 편차가 크다. 병목 현상이 심각한 전력망을 늘리는 데도 막대한 돈과 시간이 든다.이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지난해 12월 이재명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한국이 인공지능 육성을 놓고 에너지 문제가 가장 큰 약점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IEA도 한국 에너지정책과 관련해 '증가하는 에너지 수요와 시스템 안정성을 위해 신뢰할 수 있고 새롭고 다양한 전력 공급원에 대한 상당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바라봤다.하지만 이재명 정부에서 에너지정책을 새로 맡게 된 기후에너지환경부의 태도는 현재까지는 다소 모호하게 보인다.김성환 기후환경에너지부 장관.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탈원전은 아니라면서 2025년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포함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 도입 계획을 다시 공론화를 통해 올 상반기 확정될 제12차 전기본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물론 공론화를 통한 재검토는 사회적 합의를 강화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옛 산업통상자원부 시절 이미 결정한 내용을 정권과 주무 부처가 바뀌었다고 재검토한다는 건 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비판 역시 만만치 않다.그런 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기후부 업무보고에서 던진 질문들은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이 대통령은 발전단가가 비싼 해상풍력을 왜 해야 하는지, 원전 건설에 얼마나 걸리는지의 문제뿐 아니라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시설의 효용성과 SMR의 위험과 비용 대비 효과에 대한 검증을 요구했다.특히 질의 과정에서 당적이 없는 사람이 대답해 보라고도 했다. 특정 정파에 따라 원전 문제를 놓고 입장이 달라지는 점을 경계한 것으로 풀이된다.원전 정책이 정치적 신념 윤리가 아니라 객관적이고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서 결정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한국이 AI 강국이 되길 원한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라는 신념 윤리의 틀에 갇혀선 안 된다. 원전과 SMR까지 포함한 전력 혼합에 실용적 접근이 필요하다.그런 실용주의는 진보 정권의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신념 윤리와 일견 배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향후 30년을 좌우할 산업 경쟁력과 기후 목표를 동시에 지향하려는 책임 윤리와 조화된 태도이기도 하다.원전 정책이야말로 정파적 입장은 철저히 배제돼야 하며 예견되는 결과에 철저하게 책임지는 방식으로 결정돼야 한다. 무모해서도 비겁해서도 안 된다. 박창욱 건설&에너지부장 겸 글로벌&기후대응부장(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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