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은 서울대학교 총장이다.

산관학 연구혁신 플랫폼을 구축하고 새로운 사회공헌 모델을 만들어나가려고 한다.

1961년 12월12일 충북 청주에서 출생했다.

청주고와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럿거스대학교 대학원에서 서양정치사상사와 현대정치사상을 전공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1995년부터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교수로 임용돼 서울대학교 신문사 주간, 기록관장,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고 2023년 총장으로 선출됐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와 럿거스대학교에서 방문학자와 방문교수,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으로 활동했다.

경영활동의 공과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신임 총장이 2023년 2월8일 열린 제28대 총장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첨단분야 우수 인재, 아시아서 데려다 키운다
유홍림이 의대 쏠림으로 서울대마저 첨단분야 인재 수급과 확대가 어렵다는 판단을 내리고 해외인재 영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이 2024년 5월 AI반도체포럼을 개최할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는 이번 포럼에 대만국립사범대, 일본요코하마국립대 등 동남아시아와 동아시아 명문 10개 대학 교수들을 초청해 AI반도체 연구와 교육을 위한 인재 교류의 장으로 삼으려 한다. 이들 대학의 학생들을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에서 키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포럼 행사 중에 AI반도체 대학원을 돌아보는 일정도 포함돼 반도체 주요공정과 실습교육을 미리 살펴보도록 했다.

서울대 AI반도체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이들 대학 학생들은 한국의 수준 높은 첨단분야 교육을 받을 수 있고 우리나라 팹리스를 포함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기업에서 일할 가능성도 높아 매력적인 유인책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같은 구상의 배경엔 서울대마저 자유롭지 못한 의대쏠림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전국 의대를 다 채우고 난 다음 가는 곳이 서울대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첨단산업을 포함해 산업현장에서 고급 전문 인력의 부족이 심각해질 것이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이같은 우려에 정부도 국고를 털어 AI반도체 대학원 설립을 지원했지만 질높은 교육을 제공할 우수 인재의 충분한 수급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있다.

△첨단융합학부 신설
유홍림이 디지털 대전환시대를 맞아 서울대가 혁신적 지식생태계에서 새 사회적 가치 창출을 선도할 수 있도록 융합인재 양성을 위해 나섰다.

서울대는 2024년 3월 △디지털 헬스 케어 △지속 가능 기술 △융합 데이터 과학 △차세대 지능형 반도체 △혁신 신약 등 첨단과학 기술 분야 5개 융합전공을 갖춘 첨단융합학부를 신설하고 첫 입학생을 선발했다.

초학제적 탐구, 비판적이고 창의적 사고, 심층토론 등을 구현하는 교육 혁신의 대표적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학생들은 1학년 때 전공 없이 입학해 3학기 후에 5개 융합전공 중 1개 전공을 선택하게 된다. 그 전까진 교양과 학부 공통 교과목을 통해 핵심 역량을 키우면서 여러 전공을 탐색하는 시간을 갖는다.

토론수업인 ‘베리타스 세미나’, 공동체 난제를 해결하는 ‘베리타스 프로젝트’가 교양 과정의 핵심을 이룬다. 2학년 1학기를 보낸 뒤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은 기술창업, 창의연구, 정책리더십 중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현장 연계 체험활동을 하게 된다.

초대 학부장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로 공대 학장직무대리를 지냈고 첨단융합학부 설립준비단장으로 신설 첨단융합학부의 기반을 닦은 송준호 교수가 맡았다.

△국가미래전략원 첫 보고서 발간
유홍림은 국익의 관점에서 한반도와 세계 질서의 변화를 선도하는 비전과 전략 수립에 역할을 하고자 한다.

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은 2023년 9월 첫 연차보고서 ‘강대국 외교 구성 한국주도 동심원 전략’를 발간했다.

앞서 국가미래전략원이 지난 2022년 4월 세계적 수준의 국가전략을 연구하는 클러스터로 출범했다. 이는 국내 최대 싱크탱크 로서 서울대에선 사회 기여 욕구를 담은 용광로로 칭해진다.

유홍림은 사회대학 학장이었던 당시 오세정 총장의 요청으로 정책 싱크탱크 설립 방안의 연구책임을 맡아 국가미래전략원의 기초를 닦고 설립 근간을 마련했다.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명예원장으로 있다.

이번에 나온 첫 연차보고서는 △한국은 어떻게 세계 질서의 형성과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가 △국익을 새롭게 정립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이라는 정신적 요소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을까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내다볼 때 한국이 그려 나가야 할 청사진은 무엇인가 등의 질문들에 관한 초기 연구결과를 실었다.

개방적 네트워크 강대국 모델, 근대사 내러티브 전개, 글로벌 산업·과학 혁신 허브, 물류·금융 네트워크, 해양 안보 전략, 동심원 외교 전략 등의 내용을 담아냈다.

보고서엔 역사학, 정치학, 경제학, 행정학, 물리학 등 다양한 분야의 학계 연구자뿐 아니라 외교·안보·경제·과학기술 분야 실무자들의 견해를 반영했다.

국가미래전략원은 정부, 지자체 등의 연구용역을 일절 거부하며 연구의 독립성을 추구한다. 김병연 국가미래전략원장은 인터뷰에서 국민과 소통하고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통로 역할에 대해 설명하며 서울대 역사상 이렇게 활발히 외부와 소통하는 건 드문 일 같다고 했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2024년 3월25일 학교를 방문한 스테파노 보나치니(Stefano Bonaccini)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주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유 총장과 보나치니 주지사는 학생 및 연구교류 확대를 위한 협력에 합의했다. <서울대>

△신입생 전원 RC에서 기숙사 생활 추진
유홍림이 교육혁신 프로젝트 중 하나로 제시한 레지덴셜 칼리지(RC, 기숙형대학)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유홍림은 2023년 8월 "수 년내 신입생 전원 기숙사 제도를 도입해 학생이 독립적 인간으로 성숙할 기회를 부여하겠다"면서 기존 방침을 재확인했다. 제도가 도입되면 서울에 거주하고 있는 신입생이라도 캠퍼스에서 기숙사 생활을 해야한다.

앞서 2007년부터 서울대는 LnL(Living and Learning) 제도로 관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2월 희망자 모집 결과 274명 모집에 952명의 학생들이 지원해 3.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특히 신입생의 경우 248명을 모집하는 데 902명이 신청해 재학생 대비 경쟁률이 더 치열했다.

유홍림이 본격 추진하고자 하는 RC는 단순한 기숙사가 아니다. 6~7명 단위 토론수업과 자율설계 및 자치활동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공동체 안에서 통섭과 포용을 교육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취임사 일성은 ‘대전환과 혁신’
유홍림은 2023년 2월8일 제28대 서울대학교 총장에 공식 취임했다.

유홍림의 취임 일성은 대전환 시대 일대혁신이었다.

유홍림은 취임식에서 대전환시대 대응을 위한 서울대의 일대혁신이라는 과제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강조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교육패러다임 전환, 글로벌 연구기관과의 경쟁을 통한 연구성과 산출 등을 위해 함께 노력해줄 것을 구성원들에게 당부했다.

유홍림은 이를 위해 비효율적 시스템과 불신에서 비롯된 제도와 규제를 걷어내고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대학 거버넌스의 구현을 약속했다.

대외적으론 창의적이고 선도적인 교육과 연구가 국민신뢰로 이어지고 대학은 지식과 인류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더 큰 신뢰를 얻는 '자유와 신뢰의 선순환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유홍림은 이와 같은 대전환을 통해 반세기 전 종합대학화와 10여 년 전 법인화를 실질적으로 완성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핵심 비전으로 '법인화 2.0' 제시
유홍림은 총장 선거에 나서면서 서울대학교의 비전으로 모두 8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이른바 '법인화 2.0'이다.

이는 정부 규제에서 벗어나 합의와 신뢰 구축을 통해 서울대학교의 실질적 자율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것이다.

유홍림은 교육·연구의 혁신은 물론이고 예산의 편성과 운영, 교수 정원 관리, 구성원 처우개선 등에서도 확실한 자율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렇게 획득한 자율성은 구성원들 간 상호소통과 민주적 숙의를 핵심으로 하는 참여적 거버넌스의 확립, 다양성, 공정, 포용의 가치 실현, 신뢰의 학문공동체 구현 등을 품어내는 시스템이어야 한다고 봤다.

서울대는 운영에서 관료주의와 규정집에 얽매여 왔다는 평가를 듣는다.

유홍림은 이를 근본적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인데, 이를 관철하려면 정부와 어떤 방식으로 어떤 수준에서 협의하고 신뢰를 쌓는 것이 관건이다. 결국 정부가 서울대에 자율을 내어줄지 결정하기 때문이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가운데)이 2024년 1월18일(현지시각) 세계경제포럼이 열린 스위스 다보스에서 시카고대 폴 앨리비자토스(Paul Alivisatos, 맨오른쪽) 총장, 도쿄대 후지 테루오(Fujii Teruo) 총장과 양자과학 및 공학 분야에서의 학술교류와 공동연구 등을 위한 상호협력 협약을 맺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

△서울대 자체 재원 확충 추진
유홍림은 '법인화 2.0'라는 비전을 실현하기 위해 자체 재원 확충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홍림은 재원 확충을 위해 수익구조의 다변화와 전문적 자산 운용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SNU홀딩스를 자체 수익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창업활성화, 특허활용 등 연구개발 사업을 비롯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 등 교육사업, 학교채 발행을 통한 미래 혁신 투자재원 마련 등을 구체적 방안으로 제시했다.

유홍림은 정부 출연금을 7200억 원까지 순차적으로 늘리고 8천억 원의 발전기금을 모금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이를 위해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입법과 정부의 산학협력혁신지원기금 설치를 추진한다. 위임형 발전기금 비중을 늘리는 한편 학부기초대학, RC(기숙형 대학)와 같은 교육혁신 프로젝트의 실현을 위한 모금과 융복합 연구 및 글로벌 공헌 플랫폼 후원을 위한 목적형 기금 조성안도 내놨다.

대형 연구과제 발굴과 수주에 대한 인센티브와 지원체계도 강화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통합재정 거버넌스의 확립도 약속했다.

재정부총장 총괄 하에 예산운용의 효율을 높이고 사업성과 평가에 기반한 효율적 예산 집행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조달 예산 절감을 위한 전문 자회사(MRO)의 설립도 모색한다.

△산학부총장제 도입, 융복합 연구 플랫폼 구축
유홍림은 서울대학교에 산학부총장제를 도입해 산하에 산학협력 전담 TF를 운영하려고 한다. 연구체제 혁신을 통해 대학과 기업, 정부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그는 산학협력과 창업 촉진을 위해 기업과 정부, 국내외 연구기관과 교원 겸직이 가능해지도록 제도를 정비할 방침도 내놨다.
융복합 연구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AI연구원을 비롯 첨단바이오융합연구원, 과학기술미래연구원, 국가미래전략원, 문화예술원, 한국학연구원 등을 연계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초학제적 융복합 연구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세계적 수준의 공동기기원과 거대한 컴퓨팅센터를 구축하고 전문운용인력도 확보한다.

연구 활성화 지원을 위해 SNU연구펀드 2000억원을 조성한다. 특히 기초학문, 근본적 난제, 도전연구 등을 위한 중장기 지속연구 지원사업을 확대하고 분야별 특성을 고려한 질적 업적평가, 생애주기를 감안한 맞춤형 연구지원도 추진한다.

△캠퍼스별 특성화와 유기적 네트워킹 추진
유홍림은 총장 선거 과정에서 서울대학교 관악, 연건캠퍼스를 비롯해 시흥, 평창, 수원·광교 캠퍼스 등 개별 캠퍼스의 환경개선과 특성화에 힘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우선 관악캠퍼스에는 어울림과 열림의 소통공간으로 'SNU Commons'을 구축하려 한다. 문화관-행정관-학생회관의 가로축과 도서관-본부잔디(이른바 아크로폴리스)의 세로축을 잇는 공간으로 재구성하고 행정관은 학부기초대학과 종합서비스공간으로 전환해 구심점 역할을 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연건캠퍼스는 증개축을 통해 미디어플랙스로 구축으로 연구와 학습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고 제2치의학관 건립도 추진한다.

국제화의 관문인 시흥캠퍼스는 미래 신산업 발굴과 창업 인프라 구축에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첨단바이오융합연구원 설립, 글로벌 바이오 캠퍼스 유치를 통해 의약보건분야 산학협력의 거점화를 일군다는 계획을 내놨다.

평창캠퍼스에는 생명-웰니스 클러스터를 조성한다. 고령화 사회 웰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공을 들이겠다고 했다. 수원·광교캠퍼스는 벤처 창업과 산학협력 기관 유치 여기에 지역사회 연계를 특성화의 핵심과제로 삼았다.

△서울대 총장 선출
유홍림은 2022년 10월24일 서울대학교 총장 후보자로 최종 선출됐다.

앞서 유홍림은 2022년 9월5일 남익현 경영대 교수, 차상균 데이터사이언스대학원 교수, 이철수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과 함께 총장추천위원회(총추위)가 뽑은 4명의 예비후보자에 포함됐다. 애초 서울대학교 총장 선거에 13명이 출사표를 던졌는데 4배수 안에 들어간 것이다.

같은 해 10월6일 이들 4명의 예비후보자의 공약발표에 이어 실시된 투표에서 유홍림이 1위를 차지했다.

유홍림을 비롯 남익현, 차상균 등 상위 득표 3명을 총추위가 이사회에 총장후보자로 추천했고 이사회는 10월24일 이들을 개별면접하고 투표를 거쳐 유홍림을 최종 후보자로 선출했다.

무기명으로 진행된 이사회의 최종 투표에서 유홍림은 재적 이사 15명 중 과반을 득표해 최종 후보자가 됐다.

유홍림은 교육부 장관 제청 후 대통령 재가를 받아 2023년 2월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원래 총추위가 총장후보초빙위원회를 통해 권오현 SNU홀딩스 이사회 의장(전 삼성전자 상임고문), 미국 다트머스대 총장을 역임한 김용 전 세계은행 총재, 예일대 최초 아시아인 학장이었던 천명우 교수 등 3명을 대상으로 학외 인사 후보 초빙절차를 진행했으나 이들 모두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서울대학교 이사회는 2023년 1월 17일 총장추천위원회 규정과 시행세칙을 개정해 연임 의사가 있으면 총추위가 총장 예비후보자로 현직 총장을 선정할 수 있게 했다. 연임 횟수의 제한은 없으며 유홍임 총장부터 적용된다.

연임은 기존에도 가능했으나 그에 따른 규정이 없던 터라 이전까지 연임 사례가 없었다.

그간 중장기발전계획 추진에 총장 연임을 통한 정책적 연속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 규정 개정으로 연임의 길이 열림에 따라 유홍림은 다른 총장들과 달리 긴 안목으로 서울대학교의 변혁을 지속적으로 이끌어가는 발판을 마련했다.

△총장선거 출마의 변
유홍림은 서울대학교 총장 출마의 변 서두에 J. S. Mill의 '자유론'을 인용했다.

“인간은 틀에 맞춰 제작되어 주어진 작업을 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방으로 뻗어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 (… ) 재능을 가진 사람들은 오직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만 마음껏 숨 쉴 수 있다.”

2022년 출간한 공저서 '대학의 미래'에도 그의 대학관과 교육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유홍림은 이 책에서 2011년 법인화 이후에도 불신에 뿌리를 둔 획일적이고 관료적인 규제와 관행으로 '규정집'에 갇힌 서울대학교의 현실을 바꿔내지 않고선 변화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운신의 폭을 제한하는 법과 제도, 활력을 위축시키는 내부 운영방식과 관행 등 이 모든 것이 동시에 혁신돼야 한다고 바라봤다.
지식의 생산과 전달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는만큼 더 이상 변혁을 지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대학교가 국립대학교 법인으로서 여느 대학과 다른 책무가 있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그 책무를 위해서도 대전환의 시대를 대응해낼 혁신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대학에 강력한 변혁의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를 미리 예고했다.

△4.19민주평화상 심사위원장으로 반기문 전 UN사무총장 등 선정
유홍림은 4.19민주평화상 심사위원장을 맡아 수상자를 선정했다.

앞서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동창회는 2020년 4.19민주혁명 60주년을 기념해 4.19정신을 기리고자 4.19민주평화상을 제정했다. 민주주의 발전과 정의 실현, 인권 신장, 평화 구현에 큰 업적을 남긴 인물을 매년 1명 선정해 시상한다.

유홍림은 4.19민주평화상 제정 첫 해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을 수상자로 선정했다. 그 뒤 김정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2021년), 김영란 전 대법관(2022년)이 이 상을 받았다.

반기문 전 사무총장은 유엔 사무총장 재임 10년 활동을 통해 민주주의와 인권 신장, 평화 유지에 공헌했을 뿐만 아니라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도출에도 크게 기여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김정남 전 수석은 1960년대부터 군사독재에 맞서 민주회복국민회의 발족 주도, 최종길 교수 고문치사 사건 폭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 범인 조작 폭로 등 40년간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민주화투쟁에 헌신해 왔다는 점에서 2021년 수상자로 선정됐다.

유홍림은 2022년 제3회 수상자로 김영란 전 대법관을 선정한 이유를 두고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으로 일하면서 이른바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입안했으며 이 입법을 계기로 공직사회의 기강 확립뿐만 아니라 부정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혁명의 정신을 계승해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정의를 구현하는 데 크게 기여한 점 등을 높이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수상자 상금은 김종섭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동창회장이 10억 원을 서울대발전기금에 지정 기탁해 마련된 재원으로 지급된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2024년 3월18일 사회대 건물 리모델링과 한국경제혁신센터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한반도 대운하 반대’ 최대 규모 지식인 집단행동
유홍림은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한반도 대운하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한반도 대운하를 반대하는 전국 교수 모임'이 2008년 3월25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 모임에는 유홍림을 포함해 전국 115개 대학 2466명의 교수가 함께 했다.

이는 1987년 전국 48개 대학 1513명의 교수가 4.13 호헌조치에 반대해 발표한 시국선언 이후 최대 규모의 지식인 집단행동이었다.

모임은 "정치적 사안에 대한 개입은 극히 자제해왔으나 진리를 탐구하고 가르치는 학자로서 한반도 대운하가 야기할 경제적 환경적 피해를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창립취지를 설명했다.

당시 민주화를 비롯 정치, 경제개혁 등의 주제에서 생태와 환경 등의 문제로 옮겨간 첫 사회적 행동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모임은 2008년 6월9일엔 시국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이명박 대통령은 한반도 운하 사업을 즉각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이 사업에 앞장선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과 이만의 환경부 장관 등의 사퇴도 촉구했다.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정치학자 183인, 정치개혁 촉구
유홍림은 정치학자로서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에 동참했다.

유홍림을 포함하는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정치학자’ 183인은 2004년 1월5일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개혁안 수용을 정치권에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정략적 정치개혁 논쟁을 즉각 중단할 것과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 개혁안을 수용해 회기 중인 임시국회를 통해 입법화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기구로 박세일 서울대학교 교수를 위원장으로 하고 학계, 법조계, 언론계, 여성계, 시민단체 대표 등 11명이 참여했다.

이들이 발표한 개혁안에는 고액 정치자금 기부자 신상공개, 법정 지구당제도 폐지, 예비후보 선거운동 보장, 선거공영제 확대, 합동연설회 및 정당연설회 폐지, 선거사범 처벌 강화 등의 내용을 담았다. 특히 정치권이 민감해 하는 사안으로 지역구는 줄이고 비례대표는 늘리는 국회의원 정수 확대, 선거연령 19세로 하향조정 등의 내용도 담겼다.

‘정치개혁을 촉구하는 정치학자’는 “정치개혁협의회는 지역구를 줄이는 대신 그동안 과소대표돼 온 사회적 약자들의 국회진출을 돕기 위해 비례대표제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는 안을 내어 놓았다”며 “하지만 정치권은 자신들의 밥그릇인 선거구를 지키기 위해 엉뚱하게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늘리려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들은 “정치학자로서 침묵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정치권은 현역 의원들의 기득권 지키기 대신 협의회에서 마련한 정치개혁안을 아무런 조건 없이 받아들이라”고 덧붙였다.

△수많은 총리와 장관을 배출한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유홍림이 학부(정치학과)와 석사과정(정치학과)을 거친 곳이자 현재 교수로 재직 중인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특히 유력정치인을 많이 배출했다.

총리만 3명이 배출됐다. 노태우 정부 당시 노재봉(53학번) 총리, 김영삼 정부 마지막 총리이자 노무현 정부 첫 총리이기도 했던 고건(56학번) 총리, 문재인 정부에서 총리를 지낸 김부겸(76학번) 총리가 모두 서울대학교 정치학과를 나왔다.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는 처음엔 정치학과와 정치학과 내 외교학 전공이 있는 방식으로 존재하다가 1959년 정치학과와 외교학과로 분리됐다. 그러다 다시 2010년 정치외교학부로 통합됐다.

반기문(외교 63학번) 전 유엔사무총장은 정치학과에서 분리돼 나왔던 외교학과 출신이다. 문재인 정부 정의용(외교 64학번) 전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 서훈(외교 81학번) 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 박근혜 정부 이병기(외교 66학번) 전 국가정보원장 등도 이 학과를 나온 외교전문가들이다.

다시 정치학과로 돌아가 이부영(61학번) 전 민주당·새정치민주연합 상임고문, 손학규(65학번) 전 민주당·바른미래당 대표, 민주당 공동대표와 한나라당 정책조정실장을 지낸 고 제정구(66학번) 의원 등도 모두 정치학과를 나왔다.

김영삼 정부 시절 이홍구 총리는 법대 출신이지만 유홍림 재학 당시 정치학과 교수였다.

이명박 정부에선 언론분야 핵심인사들이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출신으로 채워지면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최시중(57학번) 전 방송통신위원장, 이동관(76학번) 청와대 대변인, 차명진(79학번) 한나라당 대변인 등이 정치학과를 나왔다.

이 밖에 이영성(79학번) 전 한국일보 대표이사, 우장균(83학번) 전 YTN 대표이사가 이 학과 동문이며 전 서울대 총장을 지낸 오연천(70학번) 울산대학교 총장도 이 대학 정치학과 출신이다.

한편 윤석열 정부에선 조태용 국가정보원장, 이원석 검찰총장, 박철희 국립외교원장 등이 이명박 정부에 이어 재기용됐다 사임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인연을 맺은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이 서울대 정치학과를 나왔다.

△청주의 명문고 청주고 출신
유홍림은 청주 명문고로 알려진 청주고(53회) 출신이다.

청주고 출신 동문으로 재계에선 강유식 전 LG 부회장, 경청호 전 현대백화점그룹 부회장,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 김봉영 전 삼성물산 사장,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 박종복 SC제일은행장, 곽범국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 최승주 삼진제약 공동회장 등이 있다.

정계에선 국회부의장을 지낸 6선의 김종호 의원을 비롯해 변재일(5선), 이종배(3선), 이현재(2선, 하남시장), 윤진식(2선), 이시종(2선) 의원 등이 포진해 있다.

문재인 정부 대통령비서실장을 역임한 노영민 의원(3선)을 비롯 함께 국민의정부 시절 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영환(4선) 충북도지사도 청주고 출신이다.

한민구 전 국방부장관도 청주고를 나왔다.

공공기관장 가운덴 임해종 전 한국가스안전공사 사장, 김학도 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이사장, 표완수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김한영 전 국가철도공단 이사장 등도 청주고 동문이다.

비전과 과제/평가

◆ 비전과 과제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오른쪽 세 번째)이 2024년 3월26일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개혁현안 논의를 위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등 정부인사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가톨릭대, 성균관대, 울산대 등 의대 총장 및 서울대병원장, 사립대병원협회장, 의대의전원협의회 이사장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유홍림은 취임과 동시에 대변혁의 토대가 될 '법인화 2.0'을 비롯해 △자율과 신뢰의 참여적 거버넌스 △연구기반 혁신과 스케일업 △경계를 넘나드는 미래 인재 교육 △자긍심을 북돋우는 처우와 복지 △연결하고 함께 성장하는 멀티캠퍼스 구축 △세계 속의 배움과 공헌 △새로운 도약을 위한 재정 확보 등의 적지 않은 과제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다.

이들은 총장 출마당시 공약으로 제시했던 과제들이다.

대변혁을 기치로 내걸고 총장에 올랐지만 오랜기간 순혈주의, 폐쇄주의, 관료주의가 고착화된 서울대의 조직문화는 유홍림에게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법인화 이후 서울대학교의 가장 큰 과제는 정부로부터 자율성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선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제정은 꼭 필요하다. 또한 수익사업의 효과와 자산운용 성과가 생각한 만큼 나오지 못하거나 기부금 모금에 원활하게 되지 않으면 경제적 자립이 어렵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자율적 변혁은 벽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

정부 출연금에 계속 의지하는 한 정부의 간섭을 거부할 마땅한 명분을 찾기 힘들기 때문이다.

주요 사립대에 비해 상대적으로 처지는 교직원 처우에 불만이 큰 상황에서 선거 공약으로 고무된 교직원들의 기대는 변혁의 동력이 될 수 있지만 그 기대을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면 외려 변혁의 동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계 대학 순위가 갈수록 떨어지면서 서울대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는 모습도 역력하다.

QS 세계 대학 평가에선 2024년 41위로 2023년 29위에서 열두 계단 뒤걸음질 쳤고 같은 평가기관의 아시아 대학 평가에선 2024년 16위로 연세대(8위), 고려대(9위), KAIST(13위)에 이어 국내 대학 가운데 네 번째 순위를 기록했다.

THE(Times Higher Education) 세계 대학 순위에서도 하락 추세는 이어졌다.

2022년 54위였던 순위가 2023년 56위로 낮아지더니 2024년 순위에선 62위로 6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은 서울대 위기의 원인이자 결과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총장 연임이 가능해졌다는 점은 다행이란 시각이 있다. 지속가능한 장기적인 발전계획의 수립과 실행을 위해 그간 연임제가 필요하다고 지적돼 왔던 만큼 연임이 된다면 대전환의 길을 촘촘하고 정교하게 다져나갈 시간을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유홍림의 리더십에 서울대 변혁의 키가 주어진지 1년이 지났다. 가시적 성과를 내놓기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고 할 수 있다. 미래를 향한 서울대호의 항해 속에서 서울대 변혁에 대한 기대 수준이 낮아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학내외 목소리가 높다.

한편 서울대는 2023년 6월 국가 고등교육 생태계와 서울대의 혁신을 위해 ‘제도혁신위원회’를 상설 기구로 설치해 대학 사회의 혁신을 가로막는 불합리한 규제를 해소할 실질적 대안을 서울대 차원에서 제시하는 데 시동을 걸었다.

◆ 평가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오른쪽)이 2023년 2월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연합뉴스>

유홍림은 인화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야기를 많이 들으려고 하는 사람’, ‘두루 사람들과 대화하고 소통하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주변의 평가가 많다.

부드럽고 온유하며 품이 넓고 포용력을 갖췄지만 원칙이 있는 인물이라고 언급된다.

리더로서 역량과 자질이 충분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만큼 총장으로서 높은 기대를 받았다.

특히 대학과 산업간 연계에서 혁신적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이를 재생산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의 플랫폼을 구축해낼 가장 적절한 인물로 평가된다.

서울대학교가 갖고 있는 독특한 국내외의 위치에서 안으론 학문융합 발전, 혁신역량 강화를 일구고 밖으론 학문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글로벌 위상을 제고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건사고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맨 오른쪽)이 2024년 3월6일 국가미래전략원 개원 2주년 기념 대담회 개막식에 참석한 한덕수 국무총리(가운데),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과 함께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원 10% 무전공 선발 난항, 감축 통보 단과대 반발
교육당국이 2024년 들어 2025학년도 무전공 입학 확대 방침을 내놓으면서 각 대학들이 무전공 정원 비율을 맞추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매년 4월 말까지 대입계획안을 제출해야 하는 대학들에겐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서울대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무전공 확대를 위해 단과대들이 정원을 내놓아야 하지만 서로 의견차가 커 난망한 상황에 놓였다.

서울대는 국립대법인이다. 일반 사립대처럼 본부의 입김이 센 구조가 아니라 의견을 조정하는 데 만만치 않은 난관이 예상된다.

2024년 4월 언론은 서울대 대학본부가 각 단과대에 정원조정을 요청했는데 규모가 단과대별로 달라 사회대가 50여 명으로 가장 많고 경영대와 공대 각 30여 명, 자연대 20여 명, 인문대 5명 등의 순이었다고 보도했다. 대학본부는 기존 순수무전공제도가 일찍이 도입됐던 자유전공학부에서 단과대 전공선택 비율을 반영해 이번 조정안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학본부는 교육부의 전공자율선택제 취지와 기초학문 보호의 책무성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조정안을 통해 정원감축 통보를 받은 단과대들은 반발했다. 학생들이 많이 선택해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인기학과라는 이유로 정원을 줄이는 게 학생들의 전공선택권을 보장하는 것이 맞느냐며 맞서고 있다. 쏠림현상이 나타나는 학과들도 사회와 산업의 변화나 입학사정방식의 변경으로 언제든지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주장도 내놨다.

무전공 선발제도 자체를 반대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가 없는 전통적 학과들이 대학에서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데 서울대마저 외면하는 건 기초학문의 위축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앞서 교육부는 2024년 1월 발표한 대학혁신지원사업 기본계획의 가산점 기준에 따라 무전공 선발 인원을 정원의 10%에 맞춰야 해당항목에서 10점 만점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서울대는 이에 따라 260명을 순수 무전공으로 선발해야 한다. 자유전공학부 정원이 123명인 점을 감안하면 137명을 무전공으로 뽑아야 하는데 결국 137명의 기존 정원을 단과대에서 내주어야 가능하다.

△조국 전 교수, 서울대 파면결정에 불복
4.10 총선에 조국혁신당 당대표로 주목을 받았던 조국 전 서울대 법대 교수가 서울대의 교수직 파면 징계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제기했다. 교육부 소청심사위는 징계 수위를 낮춰 파면 대신 해임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전해졌다.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2024년 3월30일 조국 전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를 종전 파면이 과하다고 보고 해임으로 수위를 한단계 낮춰 결정, 이를 서울대와 조 교수에게 통보했다.

파면과 해임은 모두 중징계이다. 하지만 파면은 해임과 달리 퇴직금을 지급받는 데 제한이 있고 교원으로 임용을 원할 경우 5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해임은 3년이면 재임용이 가능해진다.

교원소청심사위 결정에 조국 전 교수는 해임 처분도 과하다며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조 전 교수의 법률대리인 측은 언론에 "징계사유 자체를 인정하지 않으며 해임처분에 대해서도 받아들이기 어려워 소송을 제기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조국 전 교수는 2019년 12월 불구속 기소됐고, 2020년 1월 서울대는 조 전 교수를 직위 해제했다. 이후 검찰 공소만으로는 징계 결정은 어렵다며 당시 오세정 총장이 재판결과를 기다려 징계를 미뤄왔다가 2023년 2월 1심에서 징역형이 선고되자 2023년 3월 취임한 유홍림 총장은 같은해 6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고 회의에선 교수직 파면을 의결했다.

조국 전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며 1심에서 징역 2년이 선고되자 즉각 항소했다. 검찰역시 항소장을 제출했다.

△세종캠퍼스 공사 중단 논란
서울대 세종시 공동캠퍼스 공사가 비용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단돼 연내 개교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세종시 공동캠퍼스는 애초 2024년 9월 개교를 목표로 하고 있었다. 고금리와 고물가로 공사비가 급등하면서 사업중단으로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대학교 세종 공동캠퍼스 건설사업은 2022년 LH로부터 750억에 공사를 수주한 대보건설이 맡았다. 급등한 공사비에 대한 협상에 난항을 겪으며 2024년 3월5일 공사가 중단됐다. 공사가 중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2023년 10월에도 17∽26일 열흘간 공사가 중단됐다.

갈등은 LH가 9개동 건물 중 5개동의 준공을 6개월 정도 앞당겨줄 것을 요구하면서 증폭됐다. 공사기간을 앞당기기 위해선 추가 공사비 투입이 불가피했고 원자재 비용과 인건비가 상승한 데다 화물연대 파업까지 겹쳐 LH에 300억 원가량의 손해가 발생했다며 공사비 인상을 요구했으나 의견을 좁히지 못해 결국 공사중단 사태를 빚었다.

다만 LH는 시공사와 협의를 통해 공사가 2024년 3월18일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시공사인 대보건설도 큰 방향에선 공감대를 갖고 계속 협의해 공사를 진행키로 했다는 입장을 내놨다.

세종 공동캠퍼스, 서울대 세종캠퍼스 등으로 불리는 이 캠퍼스는 세종시 집현동 5만8111㎡ 부지에 대학입주공간 5개동과 바이오지원센터, 학술문화지원센터, 학생회관, 체육관, 주차장 등이 들어서기로 돼 있다. 서울대를 비롯 한밭대,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 충남대, 충북대, 공주대, 고려대 세종캠퍼스 등 7개 대학이 캠퍼스를 공유해 융합 교육과 융합 연구를 진행하는 신개념 캠퍼스를 구축하게 된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오른쪽)이 2023년 3월24일 대학을 방문한 미국 예일대학교 피터 샐로비(Peter Salovey) 총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날 두 총장은 양교 교류협력 확대방안에 대해 논의를 가졌으며 셀로비 총장은 'Emotional Intelligence'를 주제로 특강을 했다. <서울대>

△의대 건물서 화학물질 누출
서울대 의대 건물이 긴급 폐쇄되고 전원 대피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유독성 화학물질로 오인된 악취 때문이었다.

2024년 3월18일 서울대 의대가 있는 연건캠퍼스 의과학관 건물에서 유독성을 가진 것으로 보이는 화학물질 누출이 확인돼 17시간가량 건물이 폐쇄됐다. 건물에 있던 인원은 모두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다.

서울대는 바로 안내방송을 실시하고 건물 내부 인원을 대피시켰다.

이번 사고로 다음날인 19일 오전 9시까지 의대 건물의 실험실, 연구실, 행정실 등에 학생들과 직원들의 출입이 막혀 불편이 불가피했다.

안전조치를 자체적으로 마친 후에 서울대는 의과학관 폐쇄를 풀었다.

사고 확인 결과 실험 중 학생이 화학물질을 쏟고 이를 물로 닦는 과정에서 악취가 발생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쏟아진 화학물질은 메르캅코에탄올으로 유독물질은 아니라도 물에 닿으면 유독가스로 오인될 만큼 심각한 악취가 발생한다고 한다.

△청소노동자 사망 배상 판결 항소 포기
서울대에서 청소노동자가 과로와 괴롭힘으로 숨진 사건에 대해 서울대가 유족에게 배상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내려졌다.

서울중앙지법은 2024년 2월 서울대 사망 청소노동자 유족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일부 승소판결을 내렸다.

서울대는 항소하지 않기로 했다. 유족에겐 서울대가 8600만 원의 배상금을 지급한다.

사망한 서울대 청소노동자는 2021년 6월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사망원인은 급성심근경색이었다.

업무시간은 주당 45시간이 안 되지만 휴일이 부족했고 업무강도가 높았다.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래된 4층 기숙사 건물 1개동을 혼자 청소하고 쓰레기를 수거했다. 코로나19로 배달음식 포장 등 쓰레기가 크게 증가해 혼자는 힘듦을 여러 차례 호소하며 근무장소 변경 등을 지속적으로 요청했으나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과로와 함께 직장 내 괴롭힘까지 확인됐다. 새로 온 청소팀장이 매주 회의 개최, 출퇴근 복장 점검,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실시, 이전엔 없던 청소 검열 등으로 상당한 수준의 업무스트레스를 청소노동자에게 준 것으로 파악돼 산재가 인정됐다.

청소노동자 유족은 서울대를 상대로 손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서울대의 책임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노동자에게 필요한 수준의 휴식을 보장하고 업무부담을 낮추기 위한 노력의 의무가 서울대에 있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봤다. 또한 업무와 무관한 필기시험 등의 직장 내 괴롭힘이 정신적 스트레스를 주면서 기저질병이 급격히 악화돼 청소노동자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했다.

한편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서울대가 재판 과정에서 업무강도가 과장됐다는 취지의 의견을 내는 등 사망한 노동자와 유족에 대해 적절치 못한 모습을 보였다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유족에게 배상금을 즉시 지급하라고 서울대에 촉구했다.

△외국인 유학생 성추행 늑장대응 논란
성추행 혐의를 받는 서울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서울대 인권센터의 늑장대응으로 논란이 일었다.

2023년 12월 서울대가 성추행 신고를 반년이 넘도록 조사도 않고 방치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 따르면 같은해 5월13일 경기도 펜션으로 엠티를 간 서울대 동아리 여학생 회원이 같은 동아리 회원인 외국인 남성 유학생으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서울대 인권센터에 신고했다.

피해 학생은 성추행을 가한 외국인 유학생이 동아리 회원들이 보는 앞에서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고 신체 일부를 만지는 등 피해자가 거부를 해도 멈추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성추행을 한 유학생과는 알던 사이도 아니었다고 했다.

인권센터는 조사를 개시했으나 사건에 대한 종결을 계속 미뤄 신고 6개월이 지난 12월7일에야 피해 보강조사를 요청했다.

징계 관련 심의위원회 회의는 그러고도 20여 일 뒤에야 열렸다.

징계심의위는 12월28일 내놓은 결정문을 통해 "가해자가 추행에 대한 기억이 없다면서 술에 취해 실수를 한 게 사실이라면 처벌을 받겠다고 했다"며 "자신이 정부 초청 외국인 장학생이고 한국 생활 적응을 위한 동아리 활동 중 그런 일이 발생했고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해외 로스쿨에 합격해 진학 예정이란 점 등을 참작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센터는 가해자 주장을 인정하지 않고 신고내용을 모두 사실로 인정한다고 밝혔다.

센터가 늑장을 부리는 동안 성추행 가해 혐의로 조사를 받았던 외국인 유학생은 마지막 학기를 마치고 곧 출국을 앞두고 있다면서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출국한다는 사실에 학교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었다는 피해자의 발언이 전해졌다. 센터가 가해자의 범행 당시 음주 여부를 입증할 자료를 피해자에게 제출하라고 한 점도 지적됐다.

조사가 늦어지자 피해 학생은 같은해 9월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서울중앙지검이 11월 해당 외국인 유학생을 벌금 5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 하지만 이번엔 법원이 약식명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

2024년 1월이 돼서야 서울대 외국인 유학생 성추행 사건을 조사한 서울대 인권센터가 유기정학 이상으로 가해자를 징계하도록 총장에게 요청했다.

△음대 입시비리 의혹
서울지역 유명 음대들이 입시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경찰이 서울대를 압수수색하고 본격적인 입시비리 조사에 착수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2023년 12월 서울대 음대 모 교수를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하고 해당 교수가 학과장으로 있던 2022학년도 서울대 음대 입시 심사위원 선정과정 개입 혐의에 대해 조사에 나섰다.

언론, 경찰 등에 따르면 2022학년도 서울대 음대 입시에서 심사위원이었던 3명의 외부 교수가 업무방해 혐의로 입건됐다. 이들은 과외를 해주던 학생들을 심사하고 심사에서 높은 점수를 줘 부정입학 의혹을 샀다.

서울대 대학본부, 음대 사무실, 심사위원 자택 등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졌다.

현행법상 대학 교수가 개인교습을 하는 건 불법인 데다 교습을 해주는 학생을 직접 심사한 것 역시도 문제가 된다.

앞서 같은해 10월 숙명여대 음대 입시 비리 의혹에 연루된 브로커가 서울대 입시에도 관여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입시 브로커는 음대 교수와 음대 지망 수험생을 연결시켜 불법 과외 교습을 알선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한편 서울대 음대 입시 비리로 입건된 교수가 2024학년도 입시에도 참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논란이 커졌다. 입시 비리 수사를 받는 중이라면 직위해제가 됐어야 함에도 서울대가 업무배제를 하지 않고 입시에 다시 참여시키는 등 의구심을 키웠다는 것이다.

입시 브로커로 수사를 받은 예술고등학교 강사가 비리 혐의로 조사를 받고서도 대학에 전임교수로 임용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반민심 사교육 카르텔 척결 특별조사 시민위원회(위원장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서울대 입시비리 교수 등을 포함 주요대학 음대 교수 등 20여 명을 조사해달라며 감사원에 국민감사를 청구했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맨 앞줄 오른쪽 다섯 번째)이 2024년 3월4일 첨단융합학부 출범식에서 교수진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대>

△서울대 음대 성추행 교수 실형 선고
2015년 공연 뒤풀이를 마치고 졸업생 제자를 집에 데려다 주겠다며 차를 태웠가던 중 강제추행 혐의를 받아 기소된 전 서울대 음대 교수에게 항소심에서도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등법원은 2023년 11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대 음대 교수에 대해 1심과 같은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도 함께 내리면서 법정 구속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합의금을 노리고 주장한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했다는 점과 피해자의 고통을 살펴볼 때 엄중한 선고가 불가피하단 점을 들어 실형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피고인의 사회적 유대관계가 안정적이란 점, 사건으로 서울대로부터 파면됐단 점 등 유리한 정상을 반영해 형량을 정했다고 했다.

△허술한 징계절차로 제자논문표절 교수에 수억 원 급여 지급
대학원생 제자의 논문을 표절한 것이 인정돼 해임됐던 서울대 교수가 대학의 허술한 징계절차 탓에 수억 원의 급여를 챙기게 되면서 서울대가 재정을 낭비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2023년 11월 언론은 서울대 국문학과 모 교수가 해임 절차의 문제로 복직했고, 재해임 과정에서 급여를 소급 적용받아 수억 원의 예산이 낭비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2017년 5월 서울대 대학원생이 자신의 논문을 지도교수가 표절했다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2018년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는 해당 교수가 발표한 2000년 이후 2016년까지의 논문을 살펴본 결과 위반 정도가 중한 연구부정으로 결론냈고 2019년 징계위원회는 해임을 의결했다.

해당 교수는 징계가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은 2023년 3월 논문표절은 인정된다면서도 연구진실성위원회가 조사위원 구성에 있어 절반 이상이 해당 연구분야 전문가여야 한다는 규정을 어겼다는 절차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들어 서울대에 패소판결했다.

이에 따라 서울대는 2023년 6월 해당교수에 대한 해임을 취소했고 해당교수는 복직됐다. 징계 절차는 다시 진행됐고 2023년 10월 유홍림은 총장으로서 해당 교수에게 해임을 통지했다.

문제는 처음 해임된 2019년 12월부터 복직이 이뤄진 2023년 6월까지 급여를 전부 지급해 수억 원의 재정손실이 발생했다는 점이었다. 서울대 규정은 징계처분 취소가 되면 재징계 절차를 밝게 될 경우라도 그 전의 징계기간에 대한 보수를 소급 지급하도록 돼 있다.

서울대는 처음 징계 당시 학내 국문과 교수 수가 적어 조사위원으로 들어가면 이해충돌 발생에 대한 우려가 있었고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조사위원의 적격성 범위를 넓게 해석했는데 그것이 법원에서 문제가 됐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사외이사 문제 본질 비켜간 발전기금 출연제도
서울대 교수들의 과도한 사외이사 겸직 문제 해결에 수입 일부를 발전기금으로 출연토록 한 것을 두고 문제의 본질을 비켜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유홍림이 사외이사 겸직제도를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갖고는 있는지 의문이란 비판까지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16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서울대 사외이사 승인 건은 2022년 321건에 달했다. 전임교원 중 사외이사 겸직자는 215명이나 됐다.

서울대는 사외이사 겸직 절차와 기준을 강화했다고 밝혔지만 2017~2022년 겸직 승인이 1655건에 달한 반면 승인을 하지 않은 건 수는 6건에 그쳤다.

사외이사를 겸하는 교수는 사외이사 연봉의 2천만 원 초과금액의 15%를 발전기금으로 출연을 강제하는 규정이 생기면서 2019~2022년 이들 사외이사 겸직 교수들이 출연한 발전기금은 35억3132만 원에 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동용 의원은 교수에겐 알짜 부업, 서울대에겐 알짜 수입원일지 모르지만 거수기 논란에도 과도한 사외이사 겸직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또 서울대는 사외이사 겸직 후 2년 동안은 몸담았던 기업의 연구용역은 받을 수 없도록 규정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실제 교수 2명이 겸직 규정을 위반하고 연구용역을 받아 진행했음을 알고도 서울대는 징계하지 않았다고 했다.

△코인기부 관리 실태, 도마 위에
서울대가 코인 등 가상자산 기부 방식에 대해 자산 변동성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대학의 첫 코인 기부 사례인 위메이드 위믹스에 대해 1년간 매도금지 보호예수 조건을 달았단 점이 문제였다.

강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0월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비트코인을 기부받고 당일 현금화한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사례를 들며 가상자산의 자산 변동성에도 서울대가 1년 뒤 매도 약정을 맺은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질타했다.

기부받은 가상화폐는 가격 변동성과 보관, 보안 문제 등으로 기부 즉시 현금화하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강 의원에 따르면 서울대는 해당 코인을 보관하는 지갑 조차 개설하지 않은 데다 전혀 관리도 되지 않고 이행 과정 점검도 없었다. 위메이드 가상자산 광고 홍보나 해주고 끝난 것 아니냐며 강의원의 날선 비판이 이어졌다.

유홍림은 교육부 지침이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오히려 무책임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강 의원은 서울대 자체의 기준과 원칙이 있어야지 교육부 탓을 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강 의원은 기부당시 10억 원이던 해당 코인은 현재 3억 수준이라며 신속한 대책을 촉구했다. 유홍림은 가상자산을 기부받는 경우 적합한 절차와 규정들을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무기계약직에 연가보상비 체불
서울대가 무기계약직에 연가보상비를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임금을 체불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24일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아 공개한 자체직원 연가보상비 지급 내역을 보면 서울대는 2020~2022년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급해야하는 연차보상비 74건을 체불했다. 체불 대상은 치의학대학원, 인문대학, 사회과학대학, 농업생명과학대학 등 일부 단과대 무기계약직으로 매년 반복해 임금체불이 발생하고 있다고 서 의원은 지적했다.

서울대는 미사용 연차에 대한 연가보상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연차 유급휴가사용 촉진제도를 도입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에 서 의원은 시용자가 연차사용 지시에도 근로자가 지정 휴가일에 출근해 근로할 경우 사용자가 적극적으로 노무 수령을 거부하지 않았다면 보상할 의무를 부담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들어 체불이란 점을 명확히 했다.

특히 자체직원이라 칭해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의 경우 명확한 규정 없이 단과대별로 규정을 갖고 있는 데다 기준까지 제각각이란 점도 지적을 받았다. 반면 정규직의 경우엔 연가보상비를 모두 받고 있다는 점도 함께 짚었다.

서 의원은 서울대에서 구시대적 임금체불과 근로기준법 위반 사안이 발생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고용노동부의 철저한 근로감독과 근본적으로 서울대의 비정상적인 이중적 고용구조 개선을 위한 감사원 감사를 촉구했다.

△조국 전 장관 딸 조민씨 장학금 환수 요구
서울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서울대 총동창회 장학재단으로부터 받은 장학금 800여만 원을 환수조치 하지 않는 것을 두고 국감에서 지적을 받았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은 2023년 10월24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민씨가 서울대 입학 전 총동창회 장학재단 서울대 관악회에서 장학금 401만 원을 지급받았고 입학 후 2014년 휴학했음에도 다시 장학금 401만원 을 지급했다면서 입학 취소와 동시에 장학금 환수조치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학금 지급에 관여한 사람이 누구인지도 밝히라고 요구했다.

유홍림은 입학 취소 절차가 매듭지어지면 관악회에 통보해 장학금 환수절차를 요청하겠다고 답했다.

정경희 의원이 입학취소 절차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 묻자 유홍림은 조민씨의 고려대 학적 처리조치 결과를 공문요청했으며 조민씨 확인 동의가 필요하다고 해서 기다리는 상황이란 취지로 답했다.

앞서 대법원이 2023년 1월 조민씨의 모친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에 대해 입시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를 확정하면서 조씨의 고려대와 부산대의 의학전문대학원 입시 제출 자료를 허위라고 인정했다. 이에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은 조씨의 입학을 취소했다. 불복한 조씨는 고려대와 부산대 의전원에 각각 입학 허가취소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으나 같은해 7월 소송을 모두 취하해 입학이 모두 취소됐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2023년 10월24일 국회 교육위워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대병원장 아들 의대 편입 ‘아빠찬스' 의혹
서울대병원장의 아들이 서울대 의대 편입에 ‘아빠찬스’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국회 교육위원회 국감을 통해 불거졌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3년 10월24일 서울대병원 대상 국정감사에서 김영태 서울대병원장의 아들이 서울대 의대 편입 과정에서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 인턴경력과 논문이 제출됐으나 당시 카이스트에 재학 중이던 김 병원장의 아들은 공식적으로 이대 연구원 인턴지원 자격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김영호 의원의 말을 종합하면 2013년 카이스트에 입학한 김 병원장의 아들은 2017년 학사편입을 통해 서울대 의대에 들어갔는데 서울대 의대 편입제도는 2015~2019년 5년간 있다가 사라진 제도로서 당시 합격자 중 서울대 의대 교수가 부모인 경우인 김 병원장이 유일했다는 것이다.

김 병원장의 아들이 카이스트 재학 중이던 2014~2016년 방학에 이화여대 뇌융합과학연구원에서 인턴활동을 했다. 당시 연구원의 인턴채용 기준은 4년제 대학졸업 이상자에 한정했던 데다 공식적 인턴제도 운영도 2018년부터였단 점, 당시 연구원 원장이 아버지 김 병원장과 서울대 의대 82학번 동기였다는 점, 그리고 인턴활동 중 논문 4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 등이 의구심을 낳게 했다. 공저자 중 한 명인 이대 교수는 김 병원장 아들이 서울대 의대 편입 지원 당시 추천인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영태 병원장은 자폐아 연구 등에 관심이 많은 아들이 이메일을 연구원장에게 직접 보내 연결됐던 것이라고 해명했으나 해당 이메일을 국감 당시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이화여대에선 공식적으론 아니지만 비공식적으로 학부생 인턴제도를 운영해 요청 메일이 오면 담당자에게 전달하는데 국감 당시 전반적으로 변경이 돼서 이메일 전달 관련 내용을 정확하게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서울대 어린이병원 봉사활동 이력과 관련해서도 봉사를 하려면 서류·면접 통과 절차가 필요했다는 점에서 김 병원장의 선후배, 동료 등의 배려나 도움이 있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한편 논문 4편에 공저자로 이름을 올린 데 대해 김 병원장은 아들이 적극적으로 토론에 임하는 등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답했다.

△최근 5년간 학폭 징계받고도 서울대 4명 합격
서울대가 입학전형에서 학폭으로 징계받은 이력이 있는 지원자 4명을 선발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3년 10월24일 서울대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를 보면 2019~2023년 5년간 학폭 등으로 학내외 징계를 받아 서울대 입학전형에서 감점을 받은 지원자는 27명이었으며 이중 4명이 최종 합격했다고 밝혔다.

연도별로 2020년 2명, 2021년 1명, 2022명 1명 등으로 앞서 2022년 2월 국가수사본부장으로 임명 하루 만에 아들의 학폭 사건으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의 가해 아들이 2020년 합격자 2명 가운데 1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대는 학폭 징계 지원자에 대해 불이익을 주는 수준에 대해 원칙적으로 비공개 입장을 고수해왔으나 국회 교육위에서 정순신 변호사 아들 학교폭력 청문회가 열리면서 공개됐다.

2020년 정시에서 학폭 8호(강제전학) 또는 9호(퇴학) 조치를 받은 지원자는 서류평가에서 최저등급을 부여하거나 수능성적에서 2점을 감점하는 방식으로 불이익을 줬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순신 변호사의 아들은 8호 처분을 받았다.

강득구 의원은 학내외 징계 여부에 대해 감점요소로 활용할 수 있다고 서울대 모집요강에 명시하고 있는 만큼 학폭 등 징계에 대한 감점 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서울대 인권센터에 학생참여 배제해 비판 받아
서울대가 학내 인권센터에서 심의위원회에 학생을 참여시키지 않고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 환경도 크게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 학생 권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는 질타를 받았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교육위원장)은 2023년 10월24일 국회 교육위 국정감사에서 고등교육법 개정으로 대학 인권센터 설치가 의무화됐으나 학생이 심의위원에 참여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가 크다고 지적하며 서울대를 지목했다.

김철민 위원장에 따르면 2022년 3월 대학인권센터 운영이 의무화됐고 센터 운영위원회 설치와 운영위 2인 이상의 학생위원 포함이 필수사항으로 규정됐다.

하지만 학생이 피해자인 경우 학생위원을 심의에 참여하도록 한 대학은 절반도 안되는 45%에 그쳤는데 여기에 서울대가 포함됐다는 것이다.

장애 학생을 위한 교육환경이 크게 미흡하단 비판도 나왔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대 교내 대부분의 건물이 계단으로만 이뤄져 장애학생에 대한 배려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단 점을 지적했다.

도 의원에 따르면 장애인용 화장실 자동문은 고장나 방치돼 있고 음악실은 책상과 의자가 일체형으로 돼 있어 장애학생은 앉을 수도 없다.

장애학생들이 앞서 2022년 11월 서울대에 개선을 요구했으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거부당했다.

도 의원은 "서울대가 교육부의 장애 대학생 교육복지지원 평가에서 어떻게 수년간 최우수등급을 받은 것인지 알 수 없다"며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학생 1인당 교육비가 우리 대학 중 가장 많은 5804만 원인데도 장애 학생을 위한 개선이 안되는 것이냐며 질타를 이어갔다.

△성추행 혐의 전직 서울대 교수, 무죄 확정
제자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던 전직 서울대 교수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를 확정받아 오명을 씻었다. 그런데 서울대는 해임처분이 부당하다는 행정소송에서 해당 교수에게 패소했음에도 항소했다. 성추행 혐의는 무죄를 받았지만 징계사유는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해외출장 중 동행한 대학원생을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대 서어서문학과 교수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앞서 2019년 2월 서울대 모 대학원생이 해당 교수로부터 2015년과 2017년 학회 동행에서 성추행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대자보를 내걸면서 사건이 시작됐다.

당시 언론에 따르면 서울대 인권센터는 조사 후 정직 3개월의 징계를 권고했으나 해당 교수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생들을 중심으로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이들로부터 교수연구실을 점거당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서울대는 해당 교수를 같은해 8월 해임조치했다.

같은해 12월 재판에 넘겨진 교수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배심원 전원 만장일치로 무죄의견을 받으며 무죄가 선고됐다. 항소심에서도 피해자가 진술을 번복하는 등 신빙성을 문제삼아 피고의 손을 들어줬다. 성추행 오명을 쓴 지 4년 만에 대법이 무죄를 최종 확정했다.

2020년 성추행 피해를 주장한 대학원생은 해당 교수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으나 1심에서 패소했다. 대법원이 해당 교수에 대해 무죄판결을 확정했음에도 소송을 취하하지 않았다가 2심에서도 패소했다.

해당 교수는 해임처분 취소 청구를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제기했으나 기각됨에 따라 2020년 7월 행정소송을 냈고 2023년 8월 법원은 처분이 부당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서울대가 항소해 2024년 4월 현재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서울대는 해당 교수가 성추행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았더라도 대학이 징계를 할 사유는 된다고 바라봤다.

△동료학생 폭행 서울대생에 출석중지 조치
알고 지내던 사이가 아님에도 같은 강의를 듣던 동료학생을 폭행하고 소지품을 훼손한 혐의로 서울대생이 수사를 받았다.

2023년 9월22일 언론에 따르면 서울 관악경찰서가 함께 강의를 받던 학생을 때리고 피해자의 물건을 일부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는 서울대 남학생 모씨에 대해 수사를 벌였다. 당시 피해자에게 욕설을 하고 멱살을 잡아 협박한 혐의를 받았다. 이 학생은 다음날 또다른 학생의 뒤통수를 때리는 등 폭행 혐의가 추가됐다.

서울대는 사실 확인 후 해당 학생에게 피해자들과 함께 강의를 들을 수 없도록 수업 출석 중지 조치를 내렸다. 강의실 주변에 청원경찰도 배치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학생들이 ‘묻지마 폭행범’과 수업을 같이 들어야 하는 것이냐며 불안감을 호소하는 게시물들이 올라왔다.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앞줄 왼쪽 두번째)이 2023년 4월19일 교내 4.19 혁명 희생자 추모공원에서 묵념하고 있다. <서울대>

△‘출장 중 제자 방에 강제 침입’ 전직 서울대 교수 벌금형
해외 출장 중에 동행한 대학원생 제자의 숙소에 강제침입 혐의를 받고 기소된 전직 서울대 음대 교수에 대해 법원이 벌금형을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23년 9월 대학원생 제자 등 일행과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유럽 출장을 갔다가 제자가 원하지 않는데도 호텔방을 강제 침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서울대 음대 모 교수에 대해 3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음대 교수는 재판에서 2019년 사건 당시 피해자를 호텔에 데려다 줬다가 길을 잃는 바람에 다시 피해자의 호텔방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객실 문을 노크하고 물을 달라고 부탁했던 것이라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가 객실 문을 활짝 열고 물을 줘서 객실 안으로 들어갔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자가 일부러 전화를 받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화가 나서 객실 문을 강하게 두드렸고 밀고 들어오는 교수를 막으려고 했지만 그대로 들어와 심하게 질책했다는 피해자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해당 교수의 행위는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가 받은 충격은 상당하다면서도 우발적 행동으로 보이고 피해자 호텔방에 들어가 문제될 행동을 하지는 않았다면서 벌금형을 선고했다.

앞서 2020년 해당 사건을 확인한 서울대 인권센터는 중징계를 권고, 서울대는 징계위원회를 개최해 해당 교수를 2022년 해임했다.

△명예교수가 학생 폭행 논란
서울대 명예교수가 학생식당에서 재학생을 폭행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식사를 위해 줄을 서던 중 새치기를 했다며 학생에게 따지다가 사건이 발생했다. 일부에선 노인이 밀쳤다고 20대 젊은 남자가 넘어져 기절한 건 의아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3년 5월 언론은 경찰이 서울대 모 명예교수를 폭행 혐의로 조사했다고 보도했다. 이 교수는 70대 남성으로 앞서 같은 해 4월 서울대 학생회관 구내식당에서 20대 학생을 폭행한 혐의를 받았다.

당시 해당 교수가 식당에서 줄을 서던 중 피해 학생에게 새치기했다며 따지는 과정에서 교수가 학생을 밀었고 학생이 넘어져 식당 바닥에 머리를 부닥쳤다. 구급차가 출동해 학생은 인근병원으로 이송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장을 목격한 학생은 경찰에 “학생회관 식당에서 나이 든 아저씨가 학생을 때려 머리를 다쳤다”고 신고했다. 경찰은 해당 교수를 체포해 조사를 마친 후 입건했다.

당시 자유게시판엔 “현장에 있었다”며 “그렇게 세게 밀친 것 같지 않았는데 의식을 잃고 기절할 줄 몰랐다”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관련 기사 댓글엔 “교수인 줄 모르고 학생식당에 온 할아버지인 줄 알았던 거 같다”, “서울대생이면 뭐하나. 70대 노인 앞에서 새치기 하는 정도면 인성이 문제”,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 서울대에서 일어난 일” 등 질타와 자조가 뒤섞였다.

△‘학폭’ 정순신 아들 입학에 곤혹
서울대가 2023년 2월 학폭 논란으로 곤혹을 치렀다.

정순신 변호사가 2023년 2월 아들의 학폭 논란이 불거지자 국가수사본부장 임명 하루 만에 사퇴했다. 아들이 2020학년도 정시 수능위주전형(일반전형)을 통해 서울대에 입학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서울대도 함께 논란에 휩쓸려 들어갔다.

정순신 변호사 아들 정모씨는 고교 재학당시 동급생에 심각한 수준의 언어폭력으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모두 지고, 2019년 대법원에서도 최종 패소했다.

그 사이는 정씨는 서울대학교에 수능 100%전형을 통해 입학했다. 당시 전형에서 학교폭력 등 징계 사항을 감점자료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있었지만 이를 반영해 실제로 서울대학교가 입학사정에서 감점처리를 했는지, 했다면 적정수준에서 감점처리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두고 의혹이 제기됐다.

서울대학교는 정씨가 학폭으로 1점 감점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1점 감점이 정시전형에 미친 영향을 묻는 국회 질의에선 입시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은 2023년 3월9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학교폭력자치대책위원회 만장일치로 정씨의 학폭 기록이 고등학교 졸업 시점에 학교생활기록부에서 삭제됐다고 증언해 특혜 논란까지 일었다.

△총장 취임과 함께 떠안은 조국 전 법무장관 징계
유홍림은 취임과 동시에 오세정 전임 총장이 미뤄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징계 문제를 떠안게 됐다.

1심 법원이 2023년 2월3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조국 전 장관에게 징역 2년을 선고하면서 징계위원회 회부가 불가피해졌다.

하지만 조 전 장관 측이 1심 선고 직후 즉각 항소하고 징계절차 중지를 요구했다. 조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무죄추정원칙을 존중해 청탁금지법 위반 판단이 최종적으로 내려지기 전까지 징계절차를 중지해달라”고 요청했다.

징계위원회는 징계 요구서 접수기준 60일 이내 의결해야 한다. 최대 30일까진 연장이 가능하다.

앞서 오세정 전임 총장은 조 전 장관이 기소됨에 따라 2020년 1월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직위를 해제했으나 검찰의 공소사실 요지만으론 교원 징계를 결정할 수 없다며 절차를 미뤄왔다.

교육부는 오세정 전 총장이 조국 전 장관과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의대 의료관리학교술 교수) 등 2명에 대해 징계 의결을 보류함에 따라 오 전 총장에 대한 경징계를 요구했다. 서울대 이사회는 2022년 12월 12일 퇴임 두 달여를 앞둔 오 전 총장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총장후보 확정 후 불거진 논문 표절 의혹
대학총장 선거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논문 표절 의혹이다.

유홍림은 최종 총장후보로 확정된 후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1996년 11월 학술 계간지 '사회비평'에 ‘포스트모더니즘의 자유주의’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논문에서 266개 문장 중 129개가 1년 전에 같은 대학 다른 교수가 발표한 ‘포스트모더니즘과 한국 정치학의 전망’이란 제하의 논문과 일치한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자기표절 의혹도 이어졌다. 1996년 12월 계간지 '철학과 현실' 겨울호에 ‘로티의 정치사상’이란 이름으로 게재된 논문은 자신의 다른 논문인 ‘포스트모더니즘의 자유주의’와 많은 부분에서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1996년 2월 '사회비평'(14호)에 실린 ‘해체주의의 윤리적 함의’와도 92문장이 같았다.

서울대학교 연구진실성위원회는 유홍림의 논문 표절 의혹에 대해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본조사 전 이뤄진 예비조사에서 연구 위반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같은 서울대학교 모 교수의 논문 표절 의혹의 경우, 유홍림은 스승인 해당 교수가 함께 진행한 연구과제와 관련해 자신의 논문 초고를 참고차 열람 후 일부를 먼저 논문으로 발표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스승인 교수는 논문을 가져다 쓴 게 맞다고 사실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기표절 의혹을 놓고는 유홍림의 논문이 실린 잡지가 전문학술지가 아니라 인용과 출처 표시를 최소화하는 대중적 성격이 강한 간행물이란 점에서 연구 질서 위반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위원회는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예비조사 과정에서 제보와 상관없는 자기표절이 확인됐으나 위원회는 자기 연구 성과 중복 사용 규정화가 이뤄지기 10년 전의 일이고 정상참작할 만한 요인들이 있어 연구진설성 위반 행위가 아니거나 위반 정도가 경미한 것으로 판정했다.

경력/학력/가족
◆ 경력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이 2023년 10월13일 개교 7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서울대>

1995년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정치외교학부에 임용돼 조교수, 부교수를 거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2001년부터 2002년까지 미국 하버드대학교 옌칭연구소에서 방문학자로 활동했다.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미국 럿거스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방문교수로 재직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도서관장을 지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서울대학교 신문사 주간을, 2013~2015년 서울대학교 기록관장을 역임했다.

2017년 한국정치사상학회장을 맡았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을 지냈다.

◆ 학력

1984년 서울대학교 정치학과(학사), 1986년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석사)를 졸업했다.

1994년 미국 럿거스대학교 정치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전공은 서양정치사상사, 현대정치사상이다.

◆ 가족관계

◆ 상훈

◆ 기타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2023년 4월28일자 관보를 통해 공개한 고위공직자 재산등록사항을 보면 유홍림의 재산은 28억9800만 원이다.

구체적으로 배우자 명의로 12억5천만 원에 신고한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한 채(174.78㎡)를 소유하고 있고 예금은 본인 2억3463만 원, 배우자 6억306만 원, 차녀 1억4275만 원 등 9억8천450만 원이었다. 증권 역시 배우자가 대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보유자 주식 5억5609만 원 등 모두 6억1294만 원이다. 특이한 점은 집의 명의도 배우자로 돼 있고 예금, 증권 등 주요 재산도 배우자 소유였다. 자동차만은 예외로 유홍림은 자신의 명의로 2016년식 EQ900과 2020년식 Q3스포츠백 등 2대 보유해 5천여만 원을 신고했다.

저서로는 '현대 정치사상 연구'(인간사랑, 2003),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과 정책 대안'(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14), '서양 고대 중세 정치사상사'(책세상, 2011) 등이 있다.

공저로는 '대학의 미래'(인간사랑, 2022), '정치사상과 사회발전'(중앙북스, 2021), '행정과 조직행태'(대영문화사, 2020), '인권의 정치사상'(이학사, 2010), '근대 탈근대 정치의 이해'(인간사랑, 2012), '북한체제의 형성과 한반도 국제정치'(서울대학교출판부, 2008), '현대정치의 위기와 비전'(아카넷, 2020), '정치학의 이해'(박영사, 2019)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이사야 벌린(Isaiah Berlin)의 ‘현실감각''(정치사상연구, 2019), '공화주의 전통의 현대적 의의'(한국정치연구, 2018), 'Ethics of Ambiguity and Irony'(Human Studies, 2001), 'Sources of the Communitarian Ethics'(New Political Science, 1996) 등이 있다.

어록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왼쪽)이 2024년 2월5일 관내 동명아동복지센터 김광빈 원장에게 설 명절 성금을 전달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서울대>

“이공계에 주어진 병역특례가 효과적이었다. 이제는 4년 전액 장학금에다 생활비 및 석사 학위 비용까지 제공해야 한다. 재원이 문제인데 2015년 도쿄대 등 4개 대학에 정부가 1조엔을 투자한 일본에 주목한다. 일본 대학은 우리보다 더 보수적인데도 기업과 연계해 산학 생태계 구축에 성공했다. 커리큘럼 설계까지 기업과 같이한다. 최근엔 10조 엔 펀드로 확장했다. 무작정 주는 게 아니고 경쟁을 시킨다. 하버드대나 스탠퍼드대는 자체 펀드가 60조원이 넘으니 100개 중에 하나만 성공해도 된다는 생각으로 과감한 투자를 한다. 일본 대학은 그럴 돈이 없으니 정부가 개입해 성공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여러 대학이 참여하는 대형 펀드를 조성하고 서울대에 허브를 맡겨야 한다. 우리 이공계의 몰락은 IMF 외환 위기 때 연구원들이 대량 실직한 탓이다. 따라서 이공계 인력이 평생 일할 수 있게 대학 중심의 대형 연구소를 만들어야 한다. 서울대는 양자기술과 2차 전지, 바이오 메디컬 연구소를 설립 중이다. 이공계 나와도 실직 걱정 없고 속된 표현으로 대박 나는 세상이 돼야 의대 열풍을 잠재울 수 있다.” (2024/02/19, 취임 1주년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의대 열풍을 막으려면 국가 차원에서 이공계에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는 본인의 언급에 대한 설명을 요청하자)

“능동적으로 미래를 개척하는 창의적 인재를 길러낼 수 있어야만 서울대학교의 존재 이유를 정당화할 수 있다. (중략) 참된 지성은 질문에만 머물지 않는다. 질문이 답을 추구하는 열망이라면 용기는 답으로 얻어진 가치를 우리의 삶 속에 실현하는 힘이다. 우리 스스로의 질문과 성찰을 통해 발견하는 가치와 대의를 말로써가 아니라 실천으로 구현하겠다는 의지를 다지며 미래의 도전에 당당하게 맞서 나가자. 우리가 누리는 명예로운 위상이 시대와 사회의 변화를 선도하며 명실상부하게 일구어낸 것인지, 혹여나 그저 관행으로 물려받은 유산은 아닌지 성찰해보자. 우리의 반성은 올바른 시대적, 사회적 소명을 찾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 (2024/01/02, 2024년 신년사 가운데)

“대학 혁신의 출발점은 교육 혁신이다. 연구, 사회공헌과 국제화, 재정, 행정 등 모든 영역에서의 전환은 교육 혁신에서 출발한다. 현재 추진 중인 서울대학교 융복합연구플랫폼도 탄탄한 기본기와 경쟁력을 갖춘 인재가 길러져 교육과 연구 간의 선순환이 있어야 작동할 수 있다. 뛰어난 학생들이 입학해 졸업장을 인생의 훈장처럼 받고 나가는 서울대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 스스로 발전하고 그 과정에서 길러진 새로운 감각, 생각, 지식으로 사회에서 더 큰 성취를 이루게 해주는 서울대 교육이 필요하다. 비판적 사고를 하며 기존 관념과 질서에 도전하는 지성이자 이웃의 아픔을 해소하고자 노력하는 잠재적 리더, 서울대 인재를 길러야 한다.” (2023/10/17, 제77주년 개교기념사 중에서)

"여러분이 경험했던 낯선 시간은 앞으로 학교 밖에서 만날 다양한 기회와 위기의 순간에 지혜와 용기를 불러일으킬 소중한 자산이다. 서울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미래를 헤쳐 나가는 힘으로 키울 것이다. 두려움은 마음 한쪽에 접어두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을 공동체와 협력해 이뤄내길 바란다. 우리나라와 사회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공동체를 위해 새로운 도전과 혁신의 노력을 계속해달라. 때로 힘이 들고 앞이 캄캄하게 느껴질 때,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는 모교를 떠올리며 힘을 얻길 바란다. 오늘 찍은 사진 속 의젓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을 이십 년 후, 삼십 년 후에도 소중하게 지키며 살아가라." (2023/08/29, 제77회 후기 학위수여식 식사 중에서)

“대입에선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 지역 균형 선발 비율을 확대하겠다. 이와 관련한 대입 정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연구를 시작했다. 여기에선 수능과 고교 교과 과정을 연계해 평가하는 방법도 연구 중이다. 지금은 정시 모집 인원 비율 등을 교육부가 정해준다. 선발 자율성이 확보된다면 지역 균형에도 새 방식을 도입해 보겠다. 하버드대 같은 유수 대학들은 학생 구성을 사회 전체 구성과 유사하게 만든다. 그 속에서 배워야 사회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서울대 학생은 수도권과 고소득층에 집중돼 다양성이 떨어진다. 학생뿐 아니라 국가 발전을 위해서도 학생 다양성을 확보해야 한다.” (2023/07/29, 조선일보 인터뷰에서 서울대는 입시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

“시민 교육 기관으로서 대학의 역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한 것도 치명적 공백이다. 대학에서 우리의 후속 세대는 시민적 덕성을 연마할 기회조차 없이 취업 준비에 내몰리고 있다. 대학은 미래의 노동력을 생산하는 거점이기 이전에 공동체를 구성하는 많은 시민이 인생 주기의 형성적 시기를 보내는 공간이다. 민주주의를 지탱하는 기반은 단순한 지식과 정보의 양이 아니라 갈등과 논쟁을 이해하고 다룰 줄 아는 역량이다.” (2022/07/25, 중앙일보 칼럼에서)
[Who Is ?] 유홍림 서울대학교 총장

유홍림 서울대 총장(맨 오른쪽)이 2023년 12월1일 일본에서 열린 도쿄포럼2023에 참석해 ‘The Role of Universities in the Era of Digital Transformation’을 주제로 대학총장 세션 패널로 나서 발언하고 있다. <서울대>

“경제 성장과 문화 발전의 기반인 지식 자본 축적과 혁신을 주도하는 ‘창조적 대학’, 경계를 넘나드는 수평적 상호작용을 활성화하는 ‘네트워크 대학’, 변화와 위기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민첩한 대학’ 등 학자들이 제안하는 미래 대학의 모델은 다양하다. 기존 대학이 사회와 연결되는 네트워크와 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과거 대학의 융성을 뒷받침했던 표준화·분업화·전문화의 틀을 넘어 다양성과 연결성을 살리는 방향의 혁신이 필요하다.” (2022/06/06, 중앙일보 칼럼에서)

“국민 통합을 일시적 방편이 아닌 장기적 과정으로 추진하려면 산적한 현안들의 복잡성을 수용하고, 단순화의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그동안 경험한 정부 실패는 현실 문제를 단순화해서 해결하려는 무모함의 결과다. 사회 각 부문의 활력과 창의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의 의욕이 지나치면 시민사회의 활력이 줄어든다. 정치 과잉으로 인한 ‘소용돌이 현상’은 자율성을 해치고 획일주의의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2022/04/18, 중앙일보 칼럼에서)

“자율성 정도를 가늠하려면 외부 제재가 얼마나 심해졌는지 따지기보다는 자기 혁신이 가능해졌는지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중략). 대학 플랫폼을 캠퍼스 밖으로 더 확장하고 조직을 쇄신해 서울대 스스로 자율성을 찾는 게 법인화 10년 이후의 과제다.” ( 2021/08/19, 사회과학대학 학장 당시 한국일보와 나눈 인터뷰에서)

“서울대는 기존 학제를 개편하고, 학문 분야별 국내외 네트워크의 허브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학문 분야별 네트워크가 한국의 대학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는 기반이다. 서울대가 새로운 위상을 사회적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높은 성곽의 아성을 더 공고하게 다지기보다 자율 단위별로 밖으로 나가 경쟁하고 협력해야 한다. ‘학부들의 논쟁’을 거쳐 재편된 학문 분야별 자율 단위들이 국내외를 아우르는 네트워크와 플랫폼을 형성하고 공존하는 생태계가 혁신을 통해 다다를 수 있는 미래 서울대의 모습이다.” (2021/08/19, 중앙일보 시론에서)

“현실 문제를 ‘미래 공동체’의 관점에서 다루는 것은 위험하다. 불균형을 시정하는 과정에서 저항에 따른 혼란은 불가피하다는 상황 인식, 그리고 혼란을 공동체의식에 호소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시도는 사태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이익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려 하기보다는 불완전하나마 어느 정도 타당한 균형을 점진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자유민주주의 정부의 역할이자 능력이다.” (2005/06/10, 동아일보 금요칼럼에서)

“시민교육은 단순히 리더십과 봉사활동의 평가항목으로 처리될 일이 아니다. 질서의식과 존경심은 스승과의 만남에서 우러나며, 민주시민의 자치능력은 친구들과의 우애와 자치활동 속에서 자라난다. 학교에 대한 신뢰는 공권력에 대한 신뢰의 바탕이며, 경쟁을 통한 능력 증진의 경험은 건전한 시장경제의 기초다.” (2005/05/05, 동아일보 금요칼럼에서)

“소크라테스는 정치를 ‘영혼을 길들이는 기술(soul-craft)’로 보았다. 진정한 정치가는 동료 시민의 영혼에 절제와 정의감을 심어 주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소크라테스가 평생 ‘너 자신을 알라’는 신탁(神託)의 의미를 강조한 이유는 자기반성과 절제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욕망의 절제야말로 평화를 얻는 유일한 방법이다.” (2005/04/17, 동아일보 ‘횡설수설’을 통해)

“보편가치에 호소하는 방식을 ‘실력’이 약한 국가가 선택하는 소극적 전략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중략). 보편가치는 전쟁과 억압의 경험에 대한 진지한 반성을 통해 어렵게 획득된 인류 전체의 공존법칙이다. 보편가치를 같이 인정하고 나눌 수 있는 국제적 연대 구축이 시급하다.” (2005/03/31, 동아일보 금요칼럼을 통해)

“강대국들이 상호 견제를 위해 상대국의 인권 상황을 꼬집기 시작하면 인권이념은 권력정치의 도구로 전락해 버린다. 전쟁이 인권의 절실함을 일깨웠는데 인권이 이데올로기로 변질돼 갈등을 고조시키는 빌미가 된다면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2005/03/04, 동아일보 ‘횡설수설’에서)

“정치인과 정부 관료의 인식과 자세가 중요하다. 목표를 앞세우고 달리는 ‘작위(作爲)의 정치’에 빠져들면 선전과 조작, 구호와 이미지에 조급하게 매달리게 된다. 목표 설정의 주체는 궁극적으로 시민이다. 민주 정치과정은 시민의 요구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창출’ 또는 ‘관리’보다 ‘지원’의 자세를 취해야 한다. 사회 각 부문의 활력과 창의성이 극대화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2005/01/20, 동아일보 금요칼럼을 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