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과머니
- '관세 리스크' 해소에 현대차그룹주 시동, 로봇 기대감에 내년에 더 달릴까
- 12월 들어 현대차그룹주가 가파른 주가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주 '맏형' 현대차 주식은 하루 만에 11% 넘게 치솟기도 했다.미국의 자동차 관세 부과 위험(리스크)이 해소된 가운데 로봇산업 기대감이 더해지며 그룹주 전반의 투자심리가 살아난 영향으로 풀이된다.증권가는 내년 현대차그룹의 로봇산업 진출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바라보면서 그룹주 전반의 주가도 긍정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바라봤다.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국내 상장된 주요 그룹주 상장지수펀드(ETF) 가운데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이 가장 많이 올랐다.12월1~5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의 수익률은 11.96%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그룹주 ETF 수익률 2위를 기록한 'TIGER LG그룹+펀더멘털' 6.96%보다 5%포인트 가량 더 많이 올랐다.TIGER 현대차그룹+펀더멘털은 이 기간 국내 상장 ETF 중에서도 수익률 4위를 기록했다.특정 업종 ETF가 아닌 대기업 그룹주 ETF가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 올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현대차그룹주의 약진이 눈에 띄는 이유다.이달 현대차그룹주가 주목받은 두 가지 이유로 '관세'와 '로봇'이 꼽힌다.현대차그룹 맏형격인 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12월 전까지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현대차 주가는 올해 들어 11월 말까지 23.6% 올랐다.같은 기간 코스피지수의 상승률 63.6%의 약 3분의 1수준에 그쳤다.올해 국내 증시는 상승장을 보였음에도 현대차 주식은 대미 관세 리스크로 주가 부진을 겪었기 때문이다.그러나 이달 3일(현지시각) 미국 행정부가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겠다고 밝히면서 관세 리스크가 사라졌다.실제 관세 우려가 해소된 뒤 5일 하루 만에 주가가 11.1% 급등하며 종가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한국거래소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 주식은 12월1~5일 기관·외국인투자자 순매수액 순위에서 모두 각각 2위에 오르기도 했다.현대차그룹의 엔비디아 협력 및 로보틱스 사업이 내년 주가 상승 동력으로 꼽혔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오른쪽)이 8월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윌라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리셉션에 참석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왼쪽)와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여기에 현대차그룹의 로봇 사업 본격화 기대감도 주가를 밀어 올렸다.현대차가 2021년 인수한 로봇공학기업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 전해진 영향이다.현대차 그룹 내 로봇·스마트팩토리 분야를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는 지난 한 주 동안 주가가 45%나 올랐다. 현대차(21%) 현대모비스(17%) 현대글로비스(9%) 등을 제치고 이 기간 현대차그룹주 가운데 수익률 1위를 차지했다.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오토에버를 향한 시장의 관심은 현대차그룹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 구매, 보스턴다이나믹스로보틱스 사업 본격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고도화 등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로봇주는 기업들이 미래 비전을 그리는 연말·연초에 강세를 보이는 계절성이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로봇 시장이 주로 삼성전자의 행보에 영향을 받았으나, 올해는 현대차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짚었다.증권가는 내년 상반기 까지 로봇업종의 모멘텀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내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현대차의 주가 상승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김준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는 2026년 CES에서 로보틱스 기술 공개를 위해 가장 큰 전시 공간을 준비했다"며 "CES를 시작으로 2020년 이후 첫 주가 재평가(리레이팅) 국면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양승윤 연구원은 "최근 미국이 내년 상반기 안에 로봇 관련 행정명령을 발표할 가능성이 전해졌다"며 "행정명령과 별개로 5월까지 상무부가 로봇 관련 관세 부과 여부를 결정 할 것"이라고 짚었다.인공지능(AI) 생태계의 거인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의 협력 기대감도 유효하다.김준성 연구원은 "엔비디아는 2016년부터 글로벌 '로봇왕'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맺었고, 2019년 테슬라로부터 결별을 통보받은 뒤 중국 스마트카(운전 로봇) 생태계 육성에 힘을 기울였다"며 "현대차그룹이 엔비디아의 다음 선택지가 됐고, 내년 엔비디아와 협력 구체화가 기대된다"고 말했다.박재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