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가 적자에 허덕였던 롯데손해보험의 실적을 끌어올리고 안정성도 확보했다.

매각 대상으로서 롯데손해보험의 매력도를 한껏 올리고 있는 셈이다.  
 
'매물' 롯데손해보험 흑자 지속에 안정성도 상승, 이은호 매각 준비 순조

▲ 이은호 롯데손해보험 대표이사(사진)가 흑자기조를 유지하면서 매물로서 매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13일 롯데손해보험 안팎에 따르면 이 대표는 선제적으로 자본확충과 사업구조 변화를 이뤄내면서 실적 증가를 이끌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3분기 실적을 살펴보면 별도기준으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835억 원, 순이익 602억 원을 거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영업이익은 23.25%, 순이익은 42.80%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단순하게 보면 올해 실적이 급락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2021년 롯데손해보험의 영업이익에 본사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이 섞여 있기 때문이다. 

사옥 매각 등 일회성 요인을 제거하면 롯데손해보험은 올해 순이익이 오히려 18.4%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손해보험은 “2021년과 비교해 3분기 장기보장성보험 판매가 크게 증가하며 지속적으로 내재가치 상승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롯데손해보험의 3분기 누계 장기보장성보험 원수보험료는 1조3817억 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 늘었다. 

안정성에서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롯데손해보험의 9월 말 기준 지급여력(RBC)비율은 174.1%다. 앞선 2분기 168.6%보다 5.5%포인트 개선됐다. 

지급여력비율이란 보험회사 재무구조의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 가운데 하나로 가입자로부터 일시에 보험금이 청구되었을 때를 가정해 요구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 가용자본의 비율을 산출한 것을 말한다. 

금융당국은 국내 보험사에 지급여력비율 150% 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100% 밑으로 내려가게 되면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된다. 

롯데손해보험의 지급여력비율 개선은 최근 국내 보험사들의 지급여력비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볼 때 2021년 3분기보다 한화생명은 36.5%포인트, NH농협생명은 115.4%포인트, DGB생명은 91%포인트 하락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지금여력비율이 하락한 이유로 기준금리 인상을 꼽는다. 많은 보험회사가 지급여력비율을 맞추기 위해 가용자본으로 잡아 놓은 채권 등 유가증권들이 금리 상승으로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반면 롯데손해보험은 지난해 12월 신종자본증권으로 500억 원을 확보했고 올해 9월에는 공모 후순위채를 발행해 1400억 원의 자본확충을 성공적으로 이뤄내 지급여력비율을 충분히 올려놓았다.  

롯데손해보험의 선제적 자본확충은 최근 시장에서 나오는 보험업계의 채권 관련 상환 우려의 시선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바탕이 됐다. 

롯데손해보험은 후순위채 900억 원의 만기 도래에 맞춰 30일 상환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자본확충을 미리 해둔 상태라 만기 상황에 무리가 없다고 설명했다. 

투자금융업계에서는 롯데손해보험이 실적과 안정성에서 모두 좋은 성과를 보이고 있고 우량 보험회사 인수를 노리는 곳이 많은 만큼 매력적 매물로 시장에 나올 것으로 바라본다. 

롯데손해보험은 2019년부터 사모펀드 JKL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올라서있다. 2020년까지는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으나 2021년부터 7분기 연속 흑자를 내고 있다. 

이은호 대표는 2019년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때 컨설턴트로서 회사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기도 했다. 2021년부터는 롯데손해보험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이 대표는 고려대학교 전기공학과를 나와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학 석사학위(MBA)를 받았다. 2013년 올리버와이만 상무로 일했고 PWC컨설팅 파트너, 롯데손해보험 기획총괄장 겸 장기총괄장 상무 등을 맡았다. 

보험업계에서는 새로 도입될 회계기준 IFRS17이 보험시장에 미칠 영향을 미리 알 수 없는 만큼 2023년 1월 IFRS17 도입이후 보험사들의 구체적 숫자가 확인된 뒤에 롯데손해보험의 인수전이 달아오를 것으로 바라본다. 

특히 안정성을 높인 롯데손해보험은 회계기준 변경에 따라 기업가치가 더 높아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정부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압박하고 있는 자동차보험료 인하에도 롯데손해보험의 부담은 크지 않을 것으로 여겨진다. 대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롯데손해보험이 확보할 대상이 많지 않다고 판단해 자동차보험 비중을 계속 줄여왔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롯데손해보험 원수보험료에서 자동차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은 6.8%로 나타났다. 앞서 2019년 상반기 19%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관련해서도 롯데손해보험은 우려할 것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보험사의 부동산PF 대출 잔액 규모는 43조3천억 원으로 전체 대출채권 잔액의 15.9%, 운용자산과 비교하면 4.7%에 불과하다”며 “부동산PF 관련 위기가 보험사의 자본 우려까지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2021년 기준으로 보험사들의 부동산PF 대출 잔액 규모를 살펴보면 메리츠화재(5조9800만 원), DB손해보험(3조1500억 원), 삼성화재(3조1200억 원), 현대해상(8900억 원) 등이 보험사 가운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손해보험은 부동산 및 임대업 대출에서 100억 원 가량의 연체가 나타나고 있지만 영등포지하상가 대출과 관련한 연체로 부동산PF와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