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이 건강상해보험 등 보장성보험 판매 확대에 힘입어 수익성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전 사장은 코로나19 영향으로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던 자산운용부문의 운용기조를 바꾸며 수익성을 끌어 올리는 데도 힘을 싣는다. 
 
삼성생명 보장성보험 성과 거둬, 전영묵 자산운용도 수익성 강화로

전영묵 삼성생명 대표이사 사장.


17일 삼성생명에 따르면 전영묵 사장은 보장성보험의 계약유지율 상승세를 이어가고 보유고객을 늘리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건강상해보험을 중심으로 보장성보험 영업에 힘을 실으며 수익성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 통신 IT플랫폼기업 등 제휴처를 확대하고 연계 마케팅을 강화해 신규고객을 확보하는 데 공을 들인다. 최근에는 고객과 접점을 넓히는 측면에서 롯데칠성과 협업해 생수 '삼성생명수'를 판매하기도 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사전이탈 관리를 강화하고 보험 만기고객 전용상품을 개발하는 등 고객 재유입에도 힘쓴다.

이런 노력 덕분에 삼성생명의 1분기 보장성보험 13회차 유지율은 85.6%로 지난해 1분기보다 2.8%포인트 증가했다. 25회차 유지율도 2.8%포인트 늘은 62.1%로 집계됐다. 계약유지율은 보험계약의 완전판매 수준을 나타내는 건전성 지표로 계약유지율이 높을 수록 장기 보험가입자가 많고 건전성이 우수하다는 의미다.

전 사장이 보장성보험 영업에 힘을 싣는 것은 IMF 금융위기 이후 주력으로 판매했던 종신보험시장이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포화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장성보험 가운데 종신보험의 신계약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이 높은 건강상해보험의 판매가 늘면서 장래 이익의 흐름을 나타내는 지표인 신계약 가치가 개선돼 수익성 개선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계약가치는 신계약으로부터 미래에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세후이익을 현재가치로 나타낸 것이다. 1년 동안 판매한 보험의 현재가치를 미래의 손익까지 고려해 판단하는 기준이다.

삼성생명의 1분기 신계약 가치는 384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9.6% 증가했다. 2016년 4분기 이후 최고치다.

1분기 종신보험의 신계약 연납화보험료(APE)는 1870억 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34.8% 감소했다. 반면 건강상해보험의 1분기 신계약 연납화보험료는 1년 전보다 15.5% 늘은 2370억 원으로 집계됐다.

신계약 연납화보험료는 신규계약의 납입 보험료를 연간 기준으로 환산한 값이다. 보험사의 실질적 신계약 성장을 보여주는 지표다.

이런 흐름은 전 사장이 취임한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보장성보험에서 건강상해보험의 비중은 지난해 1분기 40%에서 54%까지 올랐다. 

더불어 지난해 삼성생명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2019억 원으로 2019년보다 5% 늘었다. 2015년 이후 처음으로 2천억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보장성상품 판매가 늘어난 것은 고무적이다. 보장성상품은 저축성보험보다 상대적으로 상품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대면영업을 통한 판매의 역할이 중요한데 코로나19 이후 대면채널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실제로 생명보험사 전체로 보면 삼성생명을 제외한 나머지 생명보험사의 보장성보험 초회보험료는 9521억 원으로 2019년보다 1.1% 줄었다. 

전 사장이 올해 1분기에만 순이익 1조 원 규모를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삼성전자로부터 받은 특별배당금 8천억 원의 비중이 크긴 하지만 보장성보험 판매가 늘면서 배당금을 제외한 순이익이 지난해 1분기보다 91.6% 늘어난 것도 한몫을 한 셈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있는 어려운 영업환경 속에서도 건강상품을 중심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업계 최고수준의 자산 건전성을 활용해 자산운용 전략도 수익 추구에 힘을 실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 사장은 보험사 본연의 수익성 강화 및 실적 개선을 토대로 강점인 자산운용부문에서도 수익성 추구 강화로 운용기조를 전환한다.

현재 운용자산 가운데 대체투자 자산의 비중은 9.9%인데 2025년까지 이를 15% 이상으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채권 등 안정적 자산운용 벗어나 전 사장이 강점을 지닌 자산운용에 힘을 싣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금융변동성이 커지면서 전 사장이 자산운용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부분이 있다.

전 사장은 삼성그룹의 대표적 자산운용 전문가다. 1986년 삼성생명에 입사한 뒤 PF운용팀장, 투자사업부장, 자산운용본부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삼성생명 대표에 오르기 전에는 삼성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투자구성도 바꾼다.

국내 부동산에 투자한 비중을 현재 53%에서 37%로 줄이고 선박과 항공기를 포함하는 국내 인프라 투자는 22%에서 20%로 축소한다. 반변 해외 부동산과 해외 인프라는 각각 7%에서 20%, 18%에서 23%로 확대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