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이 이커머스사업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음식배달과 동영상서비스 등 신사업으로 확장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이 확보한 유료회원이 쿠팡의 새로운 서비스도 이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비대면시대의 소비수요를 흡수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늘Who] 쿠팡 음식배달과 동영상으로 고객묶기, 김범석 아마존처럼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


3일 유통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말을 종합하면 쿠팡이 최근 음식배달 서비스 ‘쿠팡이츠’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쿠팡플레이’로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미국 이커머스기업 아마존을 롤모델로 삼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김 의장은 최근 쿠팡이츠를 별도로 관리, 운영하는 자회사 쿠팡이츠서비스를 출범하며 음심배달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2020년 12월 출시한 쿠팡플레이는 드라마와 교육 콘텐츠 등 독점콘텐츠 확보를 늘리면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쿠팡의 행보는 아마존의 사업 확대와 비슷하다.

아마존의 온라인 동영상서비스 ‘프라임 비디오’ 회원 수는 올해 1분기 기준 1억7500만 명으로 미국 내 4위 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또 아마존은 영국 음식배달 서비스업체 딜리버루에 투자해 지분 16%를 확보했고 인도에서는 ‘아마존 푸드’라는 음식배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 의장은 쿠팡이 음식배달과 동영상서비스사업에서 후발주자인 만큼 쿠팡의 유료 멤버십 로켓와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한 달 이용료가 2900원인 로켓와우 회원은 2020년 말 기준 475만 명으로 추정된다. 로켓와우 회원들은 무료반품, 배송료 혜택, 신선식품 새벽배송(로켓프레시) 등의 서비스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쿠팡은 로켓와우 회원들이 추가 결제 없이 쿠팡플레이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이용자층을 대거 확보한 상태에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이는 아마존이 유료 멤버십 회원들에게 프라임 비디오를 무료로 제공하는 것과 똑같다.

김 의장은 동영상서비스 강화를 통해 기존 유료 회원의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도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료회원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를 확대함으로써 기존 고객을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조태나 흥국증권 연구원은 “아마존의 전략은 이용자를 자사 서비스 내에 가두는 락인(묶어두기)효과가 검증됐다”며 “영토가 넓은 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배송 속도만으로 이커머스 경쟁력에 차이가 나기 어렵기 때문에 동영상서비스 경쟁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로켓와우에 쿠팡이츠 혜택이 추가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로켓와우 회원에게 월 1~2회 쿠팡이츠 무료배송 혜택을 준다면 쿠팡이츠는 국내 음식배달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릴 수도 있다. 쿠팡이츠가 이미 ‘단건배달’을 앞세워 출혈경쟁도 감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려 하는 만큼 로켓와우와 연계도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쿠팡 관계자는 "아직 로켓와우와 쿠팡이츠의 서비스 연계는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쿠팡의 사업영역을 기존 이커머스에서 음식배달, 동영상서비스 등으로 넓혀 종합플랫폼 사업자로 자리 잡는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 의장은 자주 임직원들에게 “지금 시장을 이커머스시장이 아니라 커머스시장으로 불러야 한다”고 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Who] 쿠팡 음식배달과 동영상으로 고객묶기, 김범석 아마존처럼

▲ 쿠팡플레이의 교육콘텐츠.


이는 온라인쇼핑을 포함한 비대면서비스가 결국 전체 유통업계의 주류가 될 것이란 말로 해석된다.

김 의장은 쿠팡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신고서에 적은 창업자 편지에서 “고객이 쿠팡 없이는 생활할 수 없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적기도 했다.

다만 김 의장의 사업 확장전략을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을 자처하며 아마존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지만 확실한 캐시카우(수익창출원)가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이커머스시장에서는 오랫동안 영업이익을 내지 못했지만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마존웹서비스(AWS)’라는 든든한 수익창출원이 있었다. 아마존웹서비스의 영업이익은 2020년 기준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59.1%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은 아직 이커머스에서 내고 있는 영업손실을 투자받은 돈으로 메우고 있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쿠팡이 보유한 다수의 강점과 기회요인이 존재하지만 아마존과 달리 안정적으로 현금을 창출하는 수익원이 없기 때문에 양호한 영업수익성을 중단기적으로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다”며 “네이버 등과 경쟁심화, 확실한 수익원의 부재 등 다양한 제약요인들을 극복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