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이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우리금융지주가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위한 구체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자 푸르덴셜생명을 포기하고 대형증권사 인수를 위한 자금 확보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시선이 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의 대형증권사 인수 위해 푸르덴셜생명에서 발빼나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 겸 우리은행장.


18일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우리금융지주는 푸르덴셜생명 인수를 담당할 별도조직을 만들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2~3개월 안에 예비입찰까지 이뤄질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인수를 위한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푸르덴셜생명이 최근 우리금융지주, KB금융지주, 사모펀드 등 유력 인수 후보자들에게 투자유인서(티저레터)를 보내면서 KB금융지주는 인수 태스크포스팀 등을 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손 회장이 푸르덴셜생명을 두고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는 이유로는 예상 가격이 너무 높다는 점이 꼽힌다. 

푸르덴셜생명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은 매각가로 2조 원가량을 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푸르덴셜생명이 생명보험회사 가운데 손꼽히는 알짜회사지만 나빠지고 있는 보험업황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다소 떨어지는 금액이라고 보험업계는 보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3분기 말까지 누적기준으로 업계 7위인 1464억 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급여력비율은 515%로 압도적 1위를 지켰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금리와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 등으로 나빠질 일만 남은 국내 보험업황을 감안하면 푸르덴셜생명 예상 매각가는 너무 높다”고 말했다.    

내년에 중국 안방보험그룹 계열사인 ABL생명, 동양생명 등이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점도 손 회장이 푸르덴셜생명을 향한 관심을 덜 보이는 요인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  

손 회장이 푸르덴셜생명보다 가치를 낮게 평가 받는 여러 개의 생명보험사를 인수하고 통합하는 방식으로 우리금융그룹 규모에 맞는 생명보험사를 꾸리는 방법도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이 꾸준히 노리고 있는 대형증권사의 몸값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손 회장은 올해 인수합병 계획과 관련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대형금융회사 인수합병은 증권사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있다”고 말해왔다.  

우리금융그룹이 우리은행에 90% 이상 의존하는 수익구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투자은행 업무를 넓게 다룰 수 있는 대형증권사가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대형증권사는 저금리시대에 투자은행 부문을 중심으로 순이익이 대폭 늘어나고 있어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른 금융회사 매물이 잇달아 나오고 있는 현재에도 대형증권사 매물은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에 위험가중자산(RWA) 산출 방식을 현재 표준등급법에서 내부등급법으로 바꾸면 8조 원 넘는 인수합병 자본을 확보할 것으로 추산된다.

8조 원의 자본이라면 웬만한 금융회사는 모두 인수를 노려볼 만한 금액이지만 대형증권사만큼은 예외일 수 있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손 회장이 푸르덴셜생명에 2조 원 가까운 자금을 쓰게 되면 앞으로 대형증권사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이를 놓칠 가능성도 커질 수 있는 셈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증권사를 먼저 인수한 뒤 보험사를 검토할 예정”이라면서도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푸르덴셜생명뿐만 아니라 모든 금융사 인수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감병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