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이 듀얼스크린 외길을 뚝심있게 걷고 있다.

경쟁사들이 잇따라 폴더블폰 출시계획을 내놓고 있지만 듀얼스크린만의 영역을 개척해 5G 스마트폰시장에서 입지를 구축하고 이를 스마트폰사업의 실적 반등 계기로 삼는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오늘Who] 권봉석 뚝심, LG전자 5G폰 듀얼스크린 독자노선 고수한다

권봉석 LG전자 MC/HE사업본부장 사장.


5일 LG전자에 따르면 권봉석 사장은 당분간 폴더블폰보다 듀얼스크린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제품 개발 및 마케팅을 추진하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폴더블폰 출시는 아직 계획하지 않고 있으며 개발 중인 제품에 관해 알려주기는 어렵다”면서도 “다만 폴더블폰을 내놓지 않는 것이 기술 문제 때문은 아니다”고 말했다.

다른 경쟁업체는 최근 연달아 폴더블폰에 관한 청사진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10월29일 열린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가로로 접는 폴더블폰을 공개했다. 11월8일부터는 중국에서 폴더블폰 ‘갤럭시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화웨이도 15일 첫 폴더블폰 ‘메이트X’를 내놓을 것으로 예정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0년 말 폴더블폰 ‘서피스 듀오’를 공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동안 스마트폰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모토로라는 조만간 새로운 폴더블폰 ‘레이저’를 공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듀얼스크린이 이런 폴더블폰들과 성격이 다른 장점을 지닌 만큼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본다.

LG전자 관계자는 “듀얼스크린이 일반스마트폰과 폴더블폰 사이 ‘과도기’ 제품에 해당한다는 말도 나오지만 이는 맞지 않다”며 “듀얼스크린은 5G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사용자 편의를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 만큼 폴더블폰과 서로 다른 영역에 있다”고 말했다.

듀얼스크린은 ‘V50씽큐’, ‘V50S씽큐’ 등 LG전자 5G 스마트폰에 화면을 하나 덧붙여 쓸 수 있도록 개발된 장치다. 넓은 화면, 여러 작업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점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LG전자는 상반기 V50씽큐를 출시한 뒤 하반기에 V50S씽큐를 내놨다. 1일에는 ‘G8X씽큐(국내모델 V50S씽큐)’를 북미에 출시했다.

포브스 등 외국매체들은 G8X씽큐의 듀얼스크린을 두고 내구성과 멀티태스킹 성능, 낮은 가격대 등에 높은 점수를 줬다. 

LG전자가 3분기 적자 규모를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가까이 줄인 데도 듀얼스크린에 관한 긍정적 반응이 작용한 것으로 파악된다.

듀얼스크린이 이처럼 호평을 받는 상황을 고려하면 권 사장이 이른 시일 안에 폴더블폰을 내놓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LG전자 MC사업부가 18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가고 있어 듀얼스크린에 이어 폴더블폰까지 투자하기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폴더블폰사업에 진출하더라도 듀얼스크린을 통한 시장 점유율 확보 및 실적 개선 등 뚜렷한 성과를 낸 이후 추진할 공산이 크다.

다만 LG전자는 폴더블폰을 제작할 수 있는 기술 자체는 이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여러 번 접는 디스플레이’, ‘롤러블(두루마리형) 디스플레이’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특허를 출원했다.

일각에서는 LG전자가 이런 디스플레이 기술을 바탕으로 곧 폴더블폰 개발에 뛰어들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LG전자에 따르면 권 사장의 ‘폴더블폰 시기상조론’은 아직 유효하다.

권 사장은 2월 기자간담회에서 “폴더블용 사용자경험(UX)이 준비됐는지 검토했을 때 아직 시기상조라고 판단했다”며 “5G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는 듀얼디스플레이 제품을 통해 5G시장에 초기 대응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