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지방으로 옮겨가기 시작한 지 올해로 16년째다.

정책의 취지는 공공기관이 지역에 안착해 지역과 함께 발전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임직원들은 지방 본사를 놔두고 서울에서 업무를 보는 것이 비일비재하다. 
 
김종갑, 한국전력이 왜 나주로 갔는지 뜻부터 먼저 살펴야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공공기관 임직원들의 잦은 서울 출장을 놓고 공직의 기강이 해이해진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진부터가 본사 업무를 최우선에 둬 현안을 충실히 챙기는 동시에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취지를 살리려는 모범을 보일 필요가 있다.

이춘희 세종시장이 4월18일 발표한 ‘정부세종청사 21개 정부부처 공무원을 대상으로 행정수도 관련 인식조사'에 따르면 세종특별자치시 공무원들은 주로 서울로 출장을 다니고 고위직이 더 자주 출장을 가는 것으로 파악됐다.

세종시는 3월26일~4월5일 공무원 1066명을 대상으로 출장현황 등을 조사했다.

월 평균 1~2회 출장 가는 사람이 43.6%로 가장 많았고 3~4회가 23%, 5회 이상은 17.3%로 나타났다.

응답한 공무원의 상사가 출장을 가는 횟수는 월 7회 이상이 38%로 가장 많았다. 3~4회가 22.5%, 5~6회는 18.4%, 1~2회는 16.9%로 뒤를 이었다.

응답자의 59.9%는 상사 공석에 따른 가장 큰 문제점으로 업무 지연을 꼽았다.

공기업도 마찬가지로 고위 임직원들이 서울로 자주 출장을 가서 지방에 있는 본사에서 직접 상사와 업무와 관련해 소통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국전력공사는 김종갑 사장이 자주 서울에서 업무를 보는 탓에 한국전력의 적자실적, 강원도 산불 배상문제 등 큰 현안이 발생했는데도 본사에서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김 사장은 서울 일정이 미리 공개되고 본사보다 서울 행사 등 외부 일정에만 치중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일정 공유를 필요한 범위로 한정하고 그 외 고위 간부들과 일정 공유는 중단하기도 했다.

잦은 서울출장을 비판하는 목소리에 일정공유 제한이라는 즉흥적 대응보다는 본사에 나와서 임직원들과 함께 현안을 더 심도있게 논의해 달라는 '충정'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 보인다.

정부도 불필요한 서울 출장을 기강해이로 보고 있다. 특히 상급 직원의 출장은 업무상 필요한 때로 한정하도록 다잡겠다는 뜻을 보이고 있다.

공직기강협의체는 세종시 정부부처 실국장급 공무원을 중심으로 서울 출장 횟수, 출장경위, 일탈행위 여부 등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직기강협의체는 1월 청와대 민정수석실, 국무총리실, 감사원 등 3개 공직감찰 기관이 구성한 기관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 3년 차에 접어드는 만큼 해이해질 수 있는 공직기강을 다잡겠다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우선은 정부부처 공무원들이 대상이지만 공기업 등 공공기관도 같은 취지로 해석되고 있다. 

645년 고구려 양만춘 장군은 안시성에서 3개월 동안 끈질기게 성을 지켰고 군사규모나 전력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막강한 당나라 군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었다.

모두들 지쳐갈 때 양만춘 장군은 흐트러짐 없이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군사들을 격려했다. 

한국전력이 전기요금 개편, 수익성, 산불 배상 등 단숨에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마주한 만큼 김 사장도 나주 본사를 지키며 임직원을 격려하고 중장기적 전략을 짜내는 노력을 더 해야 하지 않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