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부사장이 '만 36세' 경영자답게 현대중공업그룹을 젊은 이미지로 바꿔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정 부사장이 빅데이터사업에 앞장서는 등 현대중공업그룹에 미래 기업의 이미지를 심으려는 노력에 분주하다. 
 
[오늘Who] 정기선, 현대중공업 '4차산업혁명 CEO' 이미지 세운다

▲ 정기선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 겸 현대중공업 부사장.


정 부사장은 최근 그룹의 신사업을 중심으로 얼굴을 자주 드러내고 있다. 

29일 현대중공업지주가 의료 빅데이터사업 진출을 위해 카카오인베스트먼트, 서울아산병원 등과 합작법인 설립계약을 체결하는 자리에도 정 부사장이 직접 나왔다. 

이를 계기로 아산사회복지재단이 서울아산병원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시 주목받기도 했다.

아산사회복지재단은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설립했으며 정몽준 현대중공업그룹 최대주주가 이사장으로 있다.

의료 빅데이터는 현대중공업그룹이 하기에는 다소 의외의 사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정 부사장이 4차산업혁명 등 새로운 시대에 걸맞는 경영자라는 이미지 구축에 나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중공업그룹은 4차산업혁명에 빠르게 대처하기에는 무거운 느낌이 있다”며 “새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다음 총수로서 정 부사장의 숙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움직임은 정 부사장의 경영권 승계가도를 닦는 일과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현대중공업그룹은 최근 지배구조 개편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지주회사 출범 요건을 모두 갖췄다. 정 부사장은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과 현대중공업 선박해양영업부문장,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이사를 동시에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이 신사업을 통해 4차산업혁명을 준비하는 CEO라는 이미지를 세울 수 있다면 30대라는 젊음은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정 부사장이 올해 현대중공업지주 경영지원실장으로서 보인 첫 경영행보 역시 4차산업혁명의 핵심으로 불리는 로봇사업과 관련해서였다. 

그는 5월 독일에서 현대중공업지주와 세계 점유율 3위의 로봇기업인 독일 쿠카그룹이 로봇사업에서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현대중공업지주는 그룹에서 산업용 로봇의 제조와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익의 대부분은 자회사인 현대오일뱅크로부터 받는 배당수익으로 벌어들인다. 1분기 올린 영업이익 3921억 원 가운데 3127억 원이 배당금이었는데 이번 협약은 자체사업을 키우려는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중공업지주는 6월에도 네이버의 연구개발 법인인 네이버랩스와 '로봇사업 공동협력의 양해각서(MOU)'를 맺는 등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 대비한 사업 다각화 측면에서 산업용 로봇뿐 아니라 상업용 서비스로봇 등으로 품목을 다양화하기로 했다. 

정 부사장이 대표로 있는 현대글로벌서비스에서도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스마트선박’ 서비스 등에 역량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글로벌서비스는 선박을 사후 관리하는 회사인데 정 부사장이 선박 개조 및 사후관리(AS)사업의 성장성이 밝다고 판단해 직접 설립을 주도했다. 현재 친환경 선박의 개조사업은 순항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