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 NCT로 SM엔터테인먼트 '정상 자존심' 지킬까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회장은 무수한 아이돌팬들의 통장 잔고를 훔쳤다며 괴도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아이돌 춘추전국시대’에서 활약이 주춤하고 있다. ‘괴도 수만’의 솜씨가 예전같지 않은 것이다.

회심작인 보이그룹 NCT가 올해 어떤 성적을 낼지에 자존심 회복이 걸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SM엔터테인먼트는 엑소 이후로 ‘한방’이 없다는 말이 나온다. 여전히 업계 1등이긴 해도 전처럼 독보적이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동방신기 복귀 소식과 한한령 완화 등으로 실적 전망이 밝지만 경쟁사들도 손놓고 있지는 않다. JYP엔터테인먼트가 트와이스를 내세워 바짝 추격하고 있는 데다 요즘은 중소기획사들이 내놓은 아이돌의 기세가 매섭다.

실제로 엑소는 동방신기 이후 보이그룹 패권을 꽉 쥐고 있었는데 이제는 방탄소년단에 존재감이 밀린다.

서바이벌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보이그룹 워너원도 강력한 팬덤을 만들고 있다. 이르면 올해 말 해체하는 '시한부'그룹이지만 아이돌산업의 지형 변화를 알렸다는 점에서 이 회장이 긴장을 늦추기 어렵다. 

걸그룹 성적도 아쉬운 것은 마찬가지다. 소녀시대는 일부 멤버와 재계약에 실패해 전처럼 활발한 활동이 힘들어졌고 그 후계자로 데뷔 때부터 시선을 모은 레드벨벳은 트와이스의 압도적 독주에 제동을 걸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쟁사인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의 팀플레이도 이 회장을 압박한다. YG엔터테인먼트와 JYP엔터테인먼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서로 연습생 맞대결을 하면서 대중의 눈길을 붙들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수만 회장은 그동안 H.O.T와 S.E.S, 동방신기와 소녀시대 등 보이그룹과 걸그룹의 투트랙 전략으로 20년째 업계 정상을 지켰는데 갈수록 1위 수성이 힘에 겨워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K팝 대설계사‘라고까지 불리는 이 회장의 저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는 시선도 있다.

이 회장은 한국형 아이돌 육성시스템을 처음 만든 장본인이다. 포크 가수로 활동하다 1994년 SM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고 진가를 과시했다.

과거에는 스타 지망생을 발굴하면 바로 데뷔시켰는데 이 회장은 수년 동안의 트레이닝을 반드치 거치게 했다. '모든 사업은 한 회사에서'를 모토로 세우고 기존에 나뉘어 있던 연예기획과 곡 제작, 음반 제작 및 홍보 등도 모두 합쳤다.

이렇게 탄생한 아이돌의 시초 H.O.T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이후 비슷한 연예기획사가 줄줄이 생겼다.

국내 아이돌산업의 원조가 이 회장인 셈이다. 

이 회장이 원조로서 자존심을 되찾는데 NCT를 선봉에 세웠다.

NCT는 올해 초부터 NCT U와 NCT 드림 등이 연달아 출격하는 초대형 프로젝트 ‘NCT 2018’을 선보여 본격적 도약을 노린다. 앨범은 14일 공개된다.

이 회장은 “오래 꿈꿔온 한류 3단계의 마지막 단계”라며 글로벌 공략을 목표로 NCT를 만들었다. 멤버 수에 제한이 없고 국가별로 멤버가 달라지는 등 새로운 방식을 콘셉트로 잡았기 때문에 NCT 안에 NCT U, NCT 드림, NCT127 등 여러 유닛이 있다. 

데뷔 당시 이 회장이 직접 'SM엔터테인먼트의 미래'라고까지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데뷔 2년차인 지금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는 지적을 듣는다. 아이돌사업의 핵심이 아무리 팬덤이라지만 NCT는 대중성이 너무 없다는 것이다. 체계가 복잡해 누가 누군지 구분하기 어렵고 NCT가 내세우는 특유의 세계관도 이해가 어렵다는 불평도 있다.

‘최고를 위한 인내의 경영.’

이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두고 이런 말이 나온다. NCT가 꽃피울 때까지 그는 인내할 수 있을까? [비즈니스포스트 고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