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그룹이 대한해운을 통해 한진해운 자산을 인수해 3월부터 컨테이너선 사업을 시작하려 했으나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대한해운 주주들의 반대와 재무적 부담을 고려해 별도의 회사를 세워 컨테이너선사업에 뛰어드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SM그룹, 별도 회사 세워 컨테이너선사업 진출하기로  
▲ 우오현 SM그룹 회장.
대한해운은 3일 임시주주총회에서 한진해운의 태평양 노선 관련 자산인수 안건이 부결됐다고 밝혔다. 대한해운의 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50%가 넘지만 이 안건의 찬성률은 1.8%에 불과했다.

대한해운의 모그룹인 SM그룹은 대한해운 대신 SM상선을 내세워 예정대로 한진해운의 태평양 노선 관련 자산을 인수하기로 했다.

SM그룹은 지난해 11월 이 자산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SM상선 설립을 추진했다. SM그룹 계열사들이 출자해 SM상선을 설립하기로 했다.

SM그룹은 올해 3월에 컨테이너선사업을 시작하기로 계획을 세웠다. SM그룹은 대한해운을 통해 벌크선 사업을 해왔으나 한진해운 자산인수로 컨테이너선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해 종합해운사로 발돋움을 추진했다.

그러나 대한해운 주주들 사이에서 반대의견이 높고 이런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안건을 의결할 경우 반대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부담을 느껴 사실상 안건을 부결하고 새로운 방법으로 컨테이너선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어떤 이유든 대한해운 주총에서 이번 안건이 부결되면서 SM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컨테이너선사업 진출은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SM상선을 설립한다고 해도 해외 자회사 설립, 터미널과 선박 인수작업 등 컨테이너선사업을 위한 사전 정지작업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SM그룹은 애초 한진해운의 태평양 노선 관련 자산 가운데 미국과 중국, 그리고 베트남 등 7곳의 해외 자회사까지 인수하려고 했지만 최종적으로 홍콩 자회사 1곳만 인수하기로 했다. 다른 지역의 자회사를 새로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해운은 한진해운 태평양 노선 관련 자산을 인수하기로 하면서 한진해운 롱비치터미널 지분 인수의 우선협상권을 부여받았지만 롱비치터미널은 스위스 해운사인 MSC가 차지했다. MSC가 우선협상권 보다 효력이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터미널이 없어도 컨테이너선사업을 할 수 있지만 터미널 이용료 부담이 커져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SM그룹은 컨테이너선을 확보할 때 새로운 선박을 만들기보다 중고선박을 인수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1척의 컨테이너선을 우선 확보해 사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선박공급 과잉상황에서 선박가격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지만 SM그룹은 선박인수를 위한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SM그룹은 컨테이너선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추가적인 한진해운 자산인수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M그룹이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컨테이너선사업에 뛰어드는 데 대해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다.

  SM그룹, 별도 회사 세워 컨테이너선사업 진출하기로  
▲ 김칠봉 대한해운 사장.
이날 대한해운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한 주주들은 대한해운이 컨테이너선사업 경험이 없는 데다 컨테이너선 경기가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해운사들은 공급과잉과 저가운임 경쟁으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다. 이런 와중에 해운사들은 해운동맹 가입과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규모의 경제를 꾀하는 것인데 이 때문에 저가운임 경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SM그룹이 컨테이너선사업에 뛰어드는 3월을 기점으로 글로벌 컨테이너선시장은 2M과 오션얼라이언스, 디얼라이언스 등 3개 거대 해운동맹체제로 재편된다.

거대 해운동맹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SM그룹이 컨테이너선사업을 시작한 뒤 다른 해운사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SM그룹이 신규 컨테이너선 사업자인 탓에 다른 해운사들과 전략적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협상과정에서 얼마나 실속을 챙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SM그룹이 의욕적으로 컨테이너선 사업에 뛰어들었지만 사업이 순항할지는 불투명”하다며 “SM그룹이 인수한 한진해운 영업망의 운영이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 이후 중단되면서 운영이 정상화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