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무료 배달 본격화, 그런데 소비자 체감 별로인 이유는

▲ 배달 애플리케이션 3사가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하지만 최소주문금액을 높여놓는 점주들이 많아지면서 무료배달 혜택을 체감하지 못하겠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사가 무료배달 출혈 경쟁을 시작했다.

배달 앱들이 무료 배달 서비스를 시작했으나 정작 최소주문금액을 이전보다 높이거나 묶음배달을 닫아놓는 가게들이 생기면서 실효성이 떨어지고 있다.

14일 유통업계에서는 배달앱 무료배달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체감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배달앱들은 무료 정책, 점주들 뒷짐에 소비자만 봉

무료배달이 배달시장에 등장한 것은 6년 만이다. 2018년 5월 교촌치킨이 배달비 2천 원을 받기 시작하면서 유통업계에 유료배달 시스템이 자리잡았다.

무료배달 도입은 배달시장에서 보면 커다란 변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얻는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알뜰배달이 무료배달로 바뀌면서 점주들이 더 부담해야 하는 금액은 없다. 무료배달로 바뀌었다고 해서 점주들로부터 더 받는 돈은 없다는 얘기다.

점주들이 알뜰배달로 음식을 판매할 때 배달비 가운데 일정 부분은 점주가, 일정 부분을 소비자가 부담한다. 배달업계에 따르면 점주들이 알뜰배달 1건당 우아한형제들에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는 2500원~3300원 정도다.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 부분을 우아한형제들이 부담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문제는 일부 점주들이 알뜰배달로 주문받는 것을 피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상당 수 점주들이 알뜰배달 최소주문금액을 3만 원 이상으로 높여놨다. 무료배달서비스 도입 전에는 1만2천 원이 최소주문금액이었는데 3만 원으로 높인 가게도 있다.

치킨프랜차이즈 가게들 가운데도 최소주문금액을 3만 원으로 올려놓은 점주도 있다. 치킨 1마리만 시켜서는 알뜰배달로 주문을 할 수 조차 없는 것이다.

최소주문금액을 이전보다 높였다는 것은 알뜰배달로 주문을 받고 싶지 않다는 의미로도 읽힌다.

우아한형제들이 점주들에게서 더 받아가는 돈이 없고 무료배달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들이 늘어나 주문이 많아지면 점주들에게 좋은 일일텐데도 알뜰배달로 주문을 받지 않으려는 이유는 소비자들에게 배달비를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배달비는 점주가 설정한다. 무료배달 도입 전에는 극단적으로 점주들이 우아한형제들에게 내야하는 2500원~3300원을 모두 소비자가 내게 할 수도 있었다.

알뜰배달로 소비자가 원래 부담할 배달비가 1500원,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배달비가 2500원이었다면 배달비를 4천 원으로 설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런 것이 불가능하다. 소비자들이 원래 부담해야 했어야 하는 배달팁은 우아한형제들이 부담하기 때문이다. 점주들이 부담해야 하는 배달팁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못하고 점주들이 전부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영업자들이 모여있는 네이버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올라온 글을 보면 “주문이 많이 들어올수록 속은 문드러진다”, “최소주문금액을 올리거나 아예 알뜰배달을 꺼놓는다”라는 의견이 많이 올라왔다.

점주들 속이 문드러지는 이유는 배달앱들이 무료배달을 도입하면서 점주들로부터 더 많은 돈을 받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배달비를 전가하지 못하고 점주 몫은 점주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을 시작한 후 점주들에게서 2천~3천 원씩 더 가져가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글도 있었지만 비즈니스포스트 취재 결과 잘못된 정보로 파악됐다.

무료배달 도입 이후 쿠팡이츠는 점주들에게서 이전과 동일한 금액을 받고 있다. 점주들 입장에서는 소비자들에게 전가할 수 있던 2천~3천 원을 본인들이 부담하게 되면서 쿠팡이츠가 2천~3천 원씩 더 가져간다고 얘기하는 것이다.

◆ 가장 먼저 치고 나갔던 쿠팡이츠, 강남·서초에서는 무료배달 불가

쿠팡이츠는 배달앱 3사 가운데 가장 빠른 3월26일부터 무료배달을 선보였다. 뒤이어 배달의민족이 1일, 요기요는 5일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쿠팡이츠가 ‘무료배달’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워 이슈 선점에 성공하자 다른 배달앱들도 서둘러 무료배달 도입을 결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무료배달은 모든 배달유형에 적용되는 서비스가 아니다. 쿠팡이츠 묶음배달 서비스인 세이브배달과 배달의민족 묶음배달 서비스인 알뜰배달, 요기요의 요기배달을 통해서만 배달비 무료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이슈를 시장으로 끌고 들어왔다는 점은 소비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쿠팡이츠는 약점을 안고 있다. 바로 쿠팡이츠가 서비스되고 있는 지역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쿠팡이츠가 서비스 지역을 점차 늘리고 있지만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비교하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쿠팡이츠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보다 불가능한 지역이 더 많다.

쿠팡이츠 배달은 가능하지만 무료배달 서비스가 불가능한 지역도 있다. 바로 강남구와 서초구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쿠팡이츠가 무료배달 도입 전 시행했던 10% 와우할인 때도 적용 지역에서 제외됐다.

쿠팡이츠가 이만큼 클 수 있었던 것은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 때문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쿠팡은 2019년 5월 쿠팡이츠를 내놓으면서 강남3구에서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배달업계에서는 강남3구 소비자들이 배달비를 별로 신경쓰지 않는 지역으로 꼽기도 한다. 쿠팡이츠가 와우할인과 무료배달 서비스 지역에서 강남3구를 제외한 것도 이미 록인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10% 할인과 배달비 무료는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정도가 다른 만큼 강남구·서초구 고객들의 불만을 어떻게 풀어나갈지가 과제일 것으로 보인다.

◆ 전국에서 한집배달도 무료로 되는 요기요, 최소주문금액 1만5천 원은 아쉬워

배달앱 3사 가운데 요기요만 한집배달에도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배달의민족, 쿠팡이츠가 다른 점은 또 있다. 바로 무료배달 서비스 지역이다.
 
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무료 배달 본격화, 그런데 소비자 체감 별로인 이유는

▲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3사 가운데 요기요만 한집배달에도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만 최소주문금액 1만5천 원이라는 제한이 있다. 최소주문금액 제한은 실속배달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요기요앱 화면 갈무리>


배달앱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배달의민족도 전국 모든 곳에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진 않다. 배달의민족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무료배달을 시작했다. 서비스 지역은 점차 늘린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요기요는 처음부터 전국에서 무료배달이라는 차별화를 꾀했다. 요기배달이 안 되는 지역들이 있기는 하지만 요기배달만 가능하다면 전국에서 무료배달이 가능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요기요도 아쉬운 점이 있다. 바로 최소주문금액이다.

요기요는 배달앱 3사 가운데 유일하게 최소주문금액 1만5천 원을 정해놨다. 가게에서 최소주문금액을 정하지 않았더라도 1만5천 원 이상을 주문해야 무료배달을 받을 수 있다.

최소주문금액 1만5천 원 적용을 받지 않으려면 월2900원짜리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 멤버십에 가입한다고 해도 가게가 설정한 최소주문금액 적용은 받는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이 최소주문금액을 설정해 놓는 것을 제제할 방법은 없고 최소주문금액이 너무 높으면 소비자 경험이 떨어질 수 있다고 조언할 수 있는 정도”라며 “아직 무료배달 초기이기 때문에 점주들도 점점 최소주문금액 기준을 상황에 맞게 맞춰가지 않을까싶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에게 전가시킬 수 있었던 배달비 부분을 점주들이 직접 부담하면서 음식값을 올릴 가능성도 점쳐진다.

배달업계 관계자는 “점주들이 알뜰배달 주문을 받는 것을 꺼리는 이유가 정말 소비자들에게 배달비를 전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면 최소주문금액을 낮춰 알뜰배달을 활발히 받는다 하더라도 소비자들에게 전가했던 배달비를 음식값에 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윤인선 기자